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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환 Mar 12. 2018

남은 빵으로 만든 친환경 맥주, 토스트 맥주

영국 런던 토스트 에일(Toast Ale) 맥주!

 맥주 시음회, 맥주 강의, 브루어리 투어를 가면 매번 듣는 얘기가 있다. 바로 맥주의 주재료에 대한 얘기이다. 맥주의 4가지 주재료는 물, 보리 맥아, 홉, 효모이다. 이 4가지 재료를 사용해서 맥주를 만든다. 하지만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맥주가 존재하고 맥주 스타일도 100가지가 넘는다. 항상 맥주의 4가지 주재료만을 사용해서 맥주를 만들지는 않는다. 옥수수, 밀, 귀리, 수수, 카사바, 호밀 등등 다양한 곡물이 맥주의 주요 당분 원료로 사용될 수 있다. 홉 대신에 다양한 허브를 사용해서 맥주를 만들 수도 있다. 꿀, 커피, 허브, 향신료, 과즙, 팥, 인삼차 등등 다양한 기타 재료를 추가해서 맥주를 만들 수 도 있다. 심지어 스포츠 음료인 게토레이를 넣어서 맥주를 만들었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만큼 맥주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만들 수 있으며 세상에는 독특한 재료를 사용해 만든 맥주가 많다. 그렇다면 마트나 빵집에서 미쳐 팔지 못한 빵이나 우리가 집에서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빵으로 맥주를 만들 수 있을까? 실제로 남은 빵을 사용해서 맥주를 만들고 대형 마트까지 유통하는 영국 맥주 회사가 있다. 바로 영국 맥주 회사 토스트(Toast)이다!

영국 웨이트로스(Waitrose) 마트에 진열된 토스트 에일!

 토스트(Toast)는 영국 런던에 위치한 맥주 회사이다. 보통 맥주 회사라면 양조장을 소유해 직접 맥주를 양조하지만 토스트 맥주 회사는 양조장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영국 요크셔(Yorkshire)에 위치한 양조장에서 위탁 양조를 하여 맥주를 생산하며 영국의 여러 크래프트 맥주 회사와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해 다양한 맥주를 출시하고 있다. 토스트는 2015년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트리스트램 스튜어트(Tristram Stuart)가 낭비되는 빵을 줄이고자 영국에 세운 맥주 회사이다. 토스트 회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13억 톤의 음식이 버려지며 매년 90만 톤의 빵이 버려진다고 한다. 대형마트나 베이커리에서 팔리지 않는 빵을 버리거나 샌드위치 가게에서 샌드위치를 만들 때 쓰지 않는 크러스트 부분을 많이 버린다고 한다. 또한, 영국 가정에서 가장 많이 버리는 식품 중 하나가 빵이라고 한다. 이렇기 때문에 영국의 빵 전체 생산량의 44%는 버려진다고 한다. 식량의 과잉 생산을 방지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토스트 맥주 회사는 대형마트, 베이커리, 샌드위치 전문점에서 팔지 못한 빵을 받아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토스트 맥주는 영국 대형마트와 보틀샵에서 살 수 있다. 토스트 맥주의 수익금은 자선단체 피드백(Feedback)을 위해 사용된다 (피드백은 2025년까지 낭비되는 음식양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활동하는 자선단체이다.)

 실질적으로 토스트 맥주를 영국 현지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맥주는 아니다. 필자도 토스트 맥주를 사기 위해 런던의 여러 대형마트를 가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런던 홀본역(Holborn Station)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 웨이트로스(Waitrose)에 가서 겨우 구매할 수 있었다. 같은 마트라도 지점마다 보유하고 있는 맥주가 다르기 때문에 꼭 토스트 맥주 회사 홈페이지를 방문해 어떤 매장이 토스트 맥주를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지 않으면 찾기가 매우 힘들다. 가격은 330 ml 한 병에 2.4파운드 (현재 환율 기준으로 약 3500원)였다. 가격이 비싸지는 않지만 파는 곳이 많지는 않아서 구하기 힘든 맥주이다. 영국 외에도 미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토스트 에일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토스트 맥주 회사의 페일 에일 맥주!

 토스트 맥주 회사의 대표 맥주는 토스트 페일 에일 (Toast Pale Ale)이다. 맥주 스타일은 페일 에일 스타일이며 도수는 5% ABV이다. 물, 남은 빵, 보리 맥아, 홉, 효모를 사용해서 만든 맥주이다. 그렇다면 토스트 페일 에일 맛은 어떨까? 일반 페일 에일 맥주랑 비슷할까? 아니면 빵을 사용해서 만들었으니 몰티한 특징이 좀 더 풍부한 페일 에일 일까? 만약 블라인딩 테이스팅을 했다면, 남은 빵을 이용해서 만든 맥주라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을 거 같다. 일반적인 페일 에일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평범한 페일 에일 맥주였다. 거품은 별로 없고 맥주는 탁하지 않고 투명하며 짙은 오렌지 색깔이나 페일 엠버 정도 되는 색깔이었다. 씨트러스, 스파이시, 풀, 꽃향을 가지고 있으며 빵을 사용해 만든 맥주 치고는 몰티한 특징이 적었던 맥주였다. 바디감은 미디엄 정도였으며 적당한 쓴맛과 끝에서 느껴지는 드라이함이 특징인 맥주였다. 페일 에일 외에도 라거, 엠버 에일, 세션 IPA 등등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도 생산하고 있다.


 토스트 맥주 회사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집에서도 토스트 에일을 만들 수 있도록 친절하게 홈브루잉 레시피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집에 남는 빵이 있다면 냉장고에 얼려두었다가 나중에 토스트 페일 에일 맥주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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