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환 Nov 03. 2017

영국에서 첫 맥주 양조장 투어, 찬우드 브루어리

찬우드 브루어리 (Charnwood Brewery)

 2016년 9월 중순 영국에서 맥주 양조학 석사 (MSc Brewing Science and Practice) 학위를 시작했다. 9월 중순부터 오리엔테이션 기간이라 필요한 서류 이것저것 제출하고 학교 생활에 적응하면서 시간을 보내니 어느새 10월이 되었다. 폭풍 같았던 오리엔테이션 기간이 지나고 10월 초 드디어 맥주 수업을 시작했다. 첫 주 수업은 인트로덕션 위크 (Introduction week)라고 맥주 양조 과정, 역사, 스타일, 재료, 테이스팅 등등 맥주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배운다. 인트로덕션 위크가 좋은 점은 맥주 양조업계에서 일하지 않았던 사람도 인트로덕션 위크 수업을 잘만 들으면 맥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의 토대를 쌓을 수 있다. 필자도 식품과학 학사 학위를 마치고 바로 맥주 양조학 석사 과정을 시작한 거라 맥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었다. 같은 동기 친구들도 맥주를 전문적으로 배운 친구들은 별로 없었다. 다들 다양한 분야에서 공부하고 일을 하다가 맥주 양조학 공부를 시작하는 거였다. 유전학, 미생물학, 생화학, 식품과학, 지리학, 영문학, 레스토랑 매니지먼트 등등 동기들 대부분 다른 분야에서 공부했었다.


 필자가 인트로덕션 위크 때 가장 좋아했던 수업은 학교 주변에 위치한 소규모 맥주 양조장 투어였다. 맥주 양조장 투어는 맥주 공부를 단시간에 요약해 놓은 것과 같다. 보통 양조장 투어를 하면 맥주의 재료를 먼저 설명해주고 양조장을 둘러보면서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해준다. 양조장마다 쓰는 재료가 다르고 양조 장비가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면서 양조장 투어를 해보는 것도 재미 중 하나이다. 그러고 나서 맥주 양조장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맥주 테이스팅을 한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맥주를 평가해보고 맛있다면 맥주를 양조장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다. 보통 양조장 투어 (Brewery Tour)는 대형 맥주 회사일 수록 잘 되어있다. 일주일 내내 양조장 투어를 하는 곳도 있고 주말만 하는 곳도 있다. 소형 양조장일수록 양조장 투어 기회가 적은 경우가 빈번하다. 양조장 투어가 없는 맥주 회사가 많다. 필자가 방문했던 맥주 양조장은 학교에서 차로 20-30분 정도 떨어진 찬 우드 브루어리이다 (Charnwood Brewery). 찬우드 브루어리는 영국 중부 레스터셔 (Leicestershire)에 위치한 가족 중심 소규모 양조장이다. 2014년에 첫 양조를 시작해 지금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소규모 맥주 회사이다.  

영국 중부 레스터셔에 위치한 찬우드 맥주 양조장 (Charnwood Brewery)

 

찬우드 브루어리에서 마신 빅센 (Vixen) 맥주

 살베이션 (Salvation)과 빅센 (Vixen)은 찬우드 브루어리의 대표 맥주로 일 년 내내 생산한다. 이 두 가지 맥주 외에 매달 다른 2가지 맥주를 양조한다. 필자는 살베이션 맥주를 마시고 영국 에일 맥주에 푹 빠지게 되었다. 살베이션 맥주는 골든 에일 스타일의 맥주이며 아름답고 투명한 황금빛 색깔이 특징이다. 빛깔처럼 오렌지와 레몬향이 매력적이다. 알코올 도수는 3.8%로 목 넘김이 부드럽고 쓴맛이 은은한 골든에일이다. 한 번 마시면 살베이션 골든 에일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살베이션의 또 다른 매력은 도수가 강하지 않고 부드러운 목 넘김으로 펍에서 여러 잔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빅센은 베스트 비터 (Best Bitter) 스타일 맥주로 붉은 구릿빛 색깔을 띈다. 잔잔하게 느껴지는 꿀과 향신료향이 특징적이다. 알코올 도수는 4.0%로 살베이션 보다 좀 더 쓴맛이 느껴진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셔봐야 할 맥주가 찬우드 브루어리에 있다. 바로 블루 폭스 (Blue Fox)라는 맥주이다. 이 맥주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레스터 시티 FC의 좋은 성적을 기념하기 위해서 만든 맥주라고 한다. 레스터 시티 FC (Leicester City FC)는 2015/16 시즌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당시 레스터 시티 FC는 2부리그에서 승격한 팀으로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 1부 리그 잔류가 목표였던 팀이었다. 구단 자본도 많지 않았고 상징적인 스타플레이어도 없었다. 레스터 시티 FC의 우승은 창단 132년 만에 첫 우승이자 기적 같은 일이었다). 블루 폭스 맥주는 골든 에일 스타일 맥주이면서 과일향이 특징 적인 맥주이다. 강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느껴지는 블루베리 향을 느낄 수 있는 맥주였다. 레스터 시티 FC의 팬이라면 찬우드 브루어리의 블루 폭스 맥주를 마시면서 축구 경기를 봐도 좋을 거 같다.

양조장 투어를 하고 맥주를 사갈 수 있다.

 브루어리 투어가 끝나면 브루어리 옆에 있는 펍에서 찬우드 브루어리의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여러 맥주를 마셔보고 마음에 드는 맥주가 있다면 기념품으로 한두 병 사서 집에서 맥주를 마시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줘도 좋을 것이다. 보통 500ml 병맥주 하나에 3파운드 정도 가격이다 (환율에 따라 가격이 다르겠지만 한화로 약 4500원-6000원).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더 기대되는 찬우드 브루어리에서 맥주 한 잔 어떨까?

매거진의 이전글 고려시대에 펍을 개업한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