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sign Aug 17. 2016

Che bello!... Bella!

아기가 이쁨 받는 나라, 이탈리아

다인이가 태어나고 난 뒤에도 삶은 계속된다. 나가서 해결해야 할 일은 줄지 않는다. 공과금을 내거나 소아과를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거나. 남편이 있다면 편안하게 차로 다니면 되지만 그는 회사에 묶여있는 몸. 아기계의 성자(Saint)로 불리는 우리 다인이. 아이가 태어나고 3주 후, 아기 첫 예배를 시작으로 슬슬 외출에 발동을 걸었다. 처음으로 혼자 다인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가까운 슈퍼를 나갈 때 얼마나 심장이 쫄깃했었는지. 아이가 크고부터는 아기띠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조금 더 먼 거리를 다녔고, 이제 8개월이 다 되어가는 다인이를 데리고 유모차와 아기띠를 이용하며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거리도 거뜬히 다닐 수 있는 베테랑 엄마가 되었다. 이렇게 용기 있게 아이를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이유는 정말 다인이가 성자여서가 아니라 아기를 데리고 다녀도 눈치를 볼 필요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 크다. 성자라고 하지만 다인이도 지하철에서 짜증을 부리거나 울음을 터트릴 때도 있는 말 그대로 아기다. 막상 다인이가 짜증을 내면 다인가 편안하지 못해 그런가 보다 생각되어 엄마로서 마음이 짠해진다. 그러면 꼭 누군가 한 명은 다인이의 기분이 전환되도록 말을 걸고 눈을 마주치며 웃어준다. 아이는 거짓말처럼 다른 이의 관심을 받으며 소란을 그쳐준다. 누구 하나 시끄럽게 한다고 눈치 주지 않으며 오히려 응원하는 눈빛으로 나를 봐준다. 그래서 편하게 공공장소에서 모유수유를 할 용기도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나 보다. 


다인이는 머리숱이 아직 적고 짧다. 다행히 머리통이 앞 뒤로 짱구. 덕분에 예쁜 머리통이 훤히 다 보여 딸아이 머리에 핀 한번 꼽아 보고픈 욕망을 가볍게 눌러준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웃어주면 미키마우스 미소가 더 빛을 발한다. 나야 내 아이라 이쁘겠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귀엽다 생각한다. ^^ 가끔 교회에서 머리를 밀어줬냐는 오해를 받긴 하지만 다들 다인이 머리통은 명품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 짧은 머리 덕분에 남자아기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어는 형용사와 동사의 모양 변화를 보고 남성형, 여성형, 단수, 복수를 알 수 있는데 아름답다의 여성형은 bella 남성형은 bello이다. 종종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며 오지랖 넓은 이탈리아의 할머니 할아버지들 혹은 아줌마들이 che bello(정말 잘생겼다)라고 말을 한다. 그러면 나는 그들을 보고 웃으며 Bella(예뻐요)라고 정정해준다. 아무리 분홍색, 빨간색 등 여성성이 짙은 옷을 입혀도 Bello라는 말을 더 자주 듣는다. 한국에 있는 친구도 다인이는 예쁘기보단 잘생겼다는 느낌이 더 강하단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 친구도 그렇게 말하니 서양사람들은 아휴 더 심하게 못 알아보겠지.


다인이를 데리고 다니면 웃긴 에피소드도 생긴다. 한 번은 아기띠를 하고 신호등 앞에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다. 다인이가 자는 터라 아이의 잠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아기띠를 머리까지 올려놨다. 같이 신호대기 중이던 할머니가 갑자기 다가와 아기 얼굴을 다짜고짜 보자고 한다. 속으로 좀 웃기기도 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아기를 보여준다. 역시나 'Che Bello.'. 아기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아닐 수 없다.

한층 더워진 날씨 덕분에 요즘 바닷가를 자주 찾는다. 매번 갈 때마다 튜브 안에 앉아 파도를 즐기는 다인이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붙인다. 우리가 노는 것을 지켜보다 갈 준비를 시작하면 꼭 누군가는 다가와 아이의 개월 수를 물으며 어쩌면 이렇게 예쁘게 잘 노느냐며 칭찬해주며 간다. 다인이 덕에 해변가에서 남의 시선을 부끄럽게 많이 받았다. 

오늘은 오랜만에 산장을 찾아 식사를 하고 왔다. 그곳으로 올라가는 20분 동안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다인이 칭찬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 남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다인이가 정말 예뻐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타인의 특별한 관심과 사랑이 축복으로 느껴진다. 아기가 예쁨을 받는 나라. 이탈리아도 출산율이 낮아질 데로 낮아진 나라라고 한다. 그러나 아기를 키우면서 단언컨대 타인으로 인해 힘들었던 기억은 없다. 아이에 대해 무관심한 얼굴을 본 적은 있었지만 과반수 이상은 배려와 따뜻함을 보여줬고 특히 다인이를 바라봐주는 눈빛은 거짓이 없었다. 이런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육아는 힘들다. 그러나 내 딸과의 일상의 외출에서도 나는 즐거운 보상을 받는다. 

작가의 이전글 오케이, 이 서류면 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