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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ign Aug 18. 2016

밀라노에 차이나타운은 있는데...

밀라노 거주 한국인의 정보공유

나는 이제 이곳에 정착한 지 6년도 안 되는 풋내기다. 나의 생각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임을 밝힌다.  


밀라노엔 차이나타운이 있다. via sapri란 거리에 위치해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중국의 이미지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은 차량도 통제되고 잘 정비된 거리이다. 시내 노른자 땅에 형성된 이 거리는 없는 상점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두부공장부터 아시아의 물건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슈퍼마켓이 몇 개씩이나 있고 전자상가, 의류 도매상가 등 주차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빼놓고는 참 가까워지고 싶은 동네다. 

거의 모든 나라에 중국인이 산다고 들었다. 얼마 전 들렸던 산마리노 공화국. 세계에서 5번째로 작은 나라라는 이 곳에서조차 중국 음식점 광고를 보았으니 정말 중국인이 없는 곳은 없나 보다. 

나는 북경에 오랫동안 거주했다. 북경과 LA에 코리안타운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한인의 수가 워낙에 많으니 당연히 코리안타운이 있겠지라고 단순히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탈리아엔 약 3000명의 한인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밀라노, 로마, 피렌체, 페루지아 등 역시 특정한 도시에 한인들이 모여 살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밀라노에 살더라도 코리안타운을 형성할 만큼 많은 한인들이 한 곳에 밀집되어 있진 않다. 그러나 이 곳에 살면서 난 좀 다른 관점이 생겼다. 이 곳의 중국인들은 차이나타운에서만 장사하는 게 아니다. 중국인들은 이탈리아인들의 거주지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이탈리아의 전유물 여겨지는 피자집. 이탈리아 사람들은 중국인들이 굽는 피자를 사 먹으러 간다.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세탁소와 수선집을 가고, 그들이 뽑아주는 커피를 마시러 Bar에 간다. 내가 볼 때 중국인들은 같은 거리에 모여서 상점을 여는 것에 대해 경쟁의식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공생한다는 느낌을 더 받게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인 세탁소 옆에는 중국인 수선집이 있다. 아는 분의 말씀으로는 이들은 누군가 가게를 연다고 하면 서로 겹치지 않는 업종으로 해 윈윈 한다고 한다. 독점의 마음은 애초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차이나타운에서도 난 중국인들의 놀라운 상술을 보았다. 차이나타운엔 깔끔한 이탈리아 정육점이 있다.  줄을 서서 고기를 살 정도로 손님이 많고 고기 퀄리티를 인정받은 곳이다. 몇 달 전 가보니 그 정육점 옆에 오픈 만두집이 생겼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 정육점의 고기를 넣어 만두를 만든다는 광고판이 쓰여있었다. 나는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저것이구나! 윈윈이라는 것! 시너지라는 것! 그들은 그 가게의 명성을 이용해 제대로 된 마케팅을 하는 것이었다. 그 정육점 또한 고기를 안정적으로 납품할 곳이 생기니 좋을 것이고, 만두가게는 그 정육점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받아 깨끗한 식재료로 만두를 만든다는 신용을 고객에게 주고 있었다. 당연히 만두를 사 먹으려는 손님의 줄은 만리장성 길이까지는 아니더라도 길게 늘어져있었다. 

한국인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난 정보를 띄엄띄엄 주는 경우만 보았다. 서로 친하게 지내니 이 정도는 내가 정보 공유해준다는 느낌을 받은 적도 있다. 유학생들의 경우 서로 경쟁관계이다 보니 정보공유에 서로 박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요식업을 하거나 명품을 하는 경우도 서로가 무슨 일을 하는지 무엇으로 돈을 버는지 끼리끼리 공유가 이루어진다. 심지어는 카페에서조차 좀 궁금한 댓글은 비밀 댓글로 달아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어떻게 알아낸 정보인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솔직히 딱 까놓고 말해보자. 같은 오디션에서 부딪히지 않으면 자기가 더 잘 된다는 보장이 있는가? 주변에 다른 한국음식점이 없으면 손님들이 반드시 내 음식점으로만 오나? 굳이 모든 정보를 다 까발리지(?) 않더라도 쉬쉬할 이유도 없다. 

나는 공유의 힘을 믿는다. 얼마 전 책을 읽었을 때 깊이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공유되는 정보가 더 많아질수록 그 가치는 배가 된다고. 에어비앤비의 경우도 이젠 호텔과 버금갈 정도의 인지도를 갖고 있지 않은가. 

남편과 나는 스키를 좋아한다. 우리는 우리가 즐겼던 스키 장소, 여행 장소를 사람들과 같이 공유하고 즐기고 싶었다. 스키 못지않게 등산도 좋아한다. 우리가 즐겨간 등산코스도 신나게 공유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여행사 하시는 분이 스키 관광을 함 추진해보고 싶으시다고 자문을 구한다. 남편이 스키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궁금해하셨다. 우리는 생업이 따로 있지만 겨울철 휴가와 딱 들어맞는다면 why not 이겠는가. 

시간이 맞지 않아 가이드를 못해도 상관없다. 그 사람이 필요한 정보를 주는 것은 우리에게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을 안다. 그냥 까먹었던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정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 주변에 사는 한인들은 정보에 대해 서로 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주변이 행복해지면 나 역시 행복할 가능성이 더 높다. 나는 공유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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