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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ign Aug 31. 2016

2016 여름휴가에 생긴 일 I

크레모나의 바이올린 박물관 견학

밀라노에서 회사를 다닌 지 3년 차 정도 되었을 때, 일상의 매너리즘을 느낀 나는 뭔가 새로운 일을 하거나 배우고 싶었다. 원래 인간이란 간사해서 화장실 가기 전과 후의 마음이 다르고, 정말 죽을 것 같이 원하던 밀라노에서의 직장 생활도 익숙해지다 보니 새로운 자극이 필요해졌었다. 그 무렵쯔음인 것 같다. 오페라의 도시에 있다 보니 예술적 감각이 전혀 없는 내가 악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늙어서도 장인의 소리를 들으며 보람되게 일할 수 있는 것이 뭘까를 생각했고, 딴에는 바이올린을 만들면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나 보다. 힘들게 들어간 회사는 간단히 때려치울 수 없고, 주경야독을 할 참으로 학교를 알아보던 중 Civica라는 음악학교에서 악기 만드는 수업이 있는 것을 알았고, 그런 현악기를 만드는 사람을 이탈리아 말로 Liutaio라고 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런 쓰잘 대기 없어 보이는 나만의 공상을 통해 Antonio Stradivari와 같은 유명한 바이올린 제작자의 이름도 알게 되고 유튜브도 보며 일하는 시간 짬짬이 즐거운 상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실천하지 않는 꿈은 단지 꿈일 뿐. 주경야독을 꿈꾸었으나 회사 시간과 맞지 않는 교육 프로그램에 좌절하며 그렇게 간단히 꿈을 접어버렸다. 


피아노를 무척 잘 친다는 교회의 집사님으로부터 크레모나 바이올린 박물관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가 둘인 그 집은 남편 집사님이 바빠서 어디 놀러 가기 힘들었는데, 그 와중에 들린 바이올린 박물관에 대해 호평하며 꼭 가보라고 했다.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나의 예전 열정에 자못 미안했던 나는 잊지 않고 3년여의 시간이 지난 후 그곳을 찾았다. 여름휴가 기간에 찾아간 크레모나는 한가했다. 다행히 무덥지 않아 아이를 데리고 여유롭게 유모차를 끌고 두오모 근처와 올드타운을 돌았다. 그리고 대망의 바이올린 박물관. 박물관의 입장료는 생각보다 싸지 않았다. 인당 10유로. 가격에 비해 건물의 규모도 작다. 그러나 Antonio Stradivari를 통해 바이올린 제작의 도시로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노력이 박물관 곳곳에 배어 있었다. 무선 워키토키(이 기계를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 들고 다니며 전시관의 내용물에 대해 듣는 기계이다.)는 영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중국어 등 원하는 언어로 들을 수 있었다. 또한 터치하면 설명이 쏟아져 나오는 전시품도 있고, 전시된 바이올린과 비올라 등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설비도 갖추어 놓았다. 각각의 악기는 모양도 다르고 내는 소리도 달랐다. 물론 음악에 문외한인 내가 엄청 잘 알아들 수을 수 있는 귀는 없지만 왠지 조금씩 다른 소리를 내는 듯했다. 바이올린의 세세한 부분의 명칭을 터치하면 볼 수 있게끔 학습 유도를 이용한 전시도 마음에 들었고, 스트라디 발리, 아마티 등 바이올린 제작자로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전차책으로 되어있어 읽기 좋았다. 아마 3년 전에 왔다면 이 책의 내용을 반도 이해하지 못했을 듯하다. 이탈리어가 늘지 않는 듯해도 조금씩 늘고 있었다니... 속으로 내심 뿌듯했다. 기억이 맞다면 Antonio Stradivari는 살면서 약 700여 대의 바이올린을 만들었다. 연령대로 만든 개수를 보면 노년에 만든 바이올린 개수가 많았다. 사람은 10년 동안 같은 일을 하면 장인이 된다는데, 만든 개수를 보니 노년에도 바이올린을 향한 그의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었나 보다. 그가 만든 바이올린, 첼로 그리고 제작에 사용된 연장 등을 보며 대가의 손 때가 뭍은 사물은 영혼이 담겨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Amati라는 가문도 대대로 바이올린을 제작하였다고 하는데 그중 니콜라라는 사람이 큰 기여를 한 듯하다. 10유로의 값어치를 뽑아내기 위해 열심히 듣고 보았던 바이올린 박물관. 현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들려볼 만한 곳이라 생각된다. 나도 왠지 오래간만에 문학적 감성을 가득 채우고 온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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