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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ign Jul 15. 2016

엄마의 젖

엄마의 강력한 무기

우선 모유수유를 원하지만 젖이 충분하지 않은 엄마들 그리고 본인의 선택이나 어떤 상황에 의해 모유수유를 원치 않는 엄마들을 비난하는 마음으로 쓴 글이 아님을 밝힌다. 


아기를 갖기 전 모유수유를 할 마음이 없었다. 모유수유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이었다. 우리 엄마는 딸 셋 중 아무에게도 모유수유를 하지 않았다. 그녀를 비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출산하자 아빠는 의사에게 엄마한테 젖이 마르는 주사를 놓아달라고 했단다. 그 이유는 모르겠다. 그 뒤로는 큰 언니가 아기를 낳았다. 모유수유 때문에 누군가 아기를 봐줄 수 있음에도 아기 옆을 쉬이 떠날 수 없음을 보고  '모유수유를 하면 묶이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내가 쉽게 아기가 찾아오지 않은 것이 어쩌면 감사한 일이다. 아기를 기다리는 동안 생각이 변했기 때문이다. 모유수유도 그중 하나이다.


아기를 갖고, 낳기 전까지만 해도 지인들에게 절대 길게 모유 수유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길어야 8개월, 가능하다면 6개월 만에 끝낼 것이라 했다. 지금 다인이는 7개월에 접어들었고, 이유식을 한다. 그리고 여전히 난 모유수유를 하고 있다. 어젯밤 젖을 물리며 감상에 빠졌다. 아가에게 젖을 물리면 정말 많은 부분이 해결된다. 울고 있을 때, 배고플 때, 찡얼거릴 때, 잠이 쉽게 들지 않을 때, 목이 마를 때, 마음이 불안할 때... 아기들은 젖을 물며 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 따로 젖병을 데우지 않아도 가슴만 꺼내 물리면 되니 간단하기는 이루 말할 것도 없다. 정말이지 엄마가 가진 강력한 무기이지 않나 싶다.


어느 날 남편이 자기는 몇 점짜리 남편이냐고 물었다. 

난 85점이라고 했다. 사실 무슨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자 어떻게 해야 100점이 될 수 있는지 되물었다. 순간 이렇게 대답했다. "다인이가 젖을 먹을 때까지는 쭈쭈가 있어야지만 100점짜리 아빠가 될 수 있어. 100점짜리 아빠는 젖 떼고 다시 시도해봐." 물론 젖이 있다고 해서 내가 100점짜리 엄마는 아니다. 나는 그냥 최선을 다하고 싶은 엄마일 뿐이다. 


그토록 모유수유에 대해 부정적이던 내가 지금은 모유수유에 대해 나름의 철학을 가질 만큼 좋아하게 되었다. 

수유 시 아기가 빠는 느낌이 황홀하다. 이는 사람마다 다른 기분이다. 나는 좋다는 거다. 규칙적으로 쭉쭉쭉 빨림을 당하는데 나의 뭔가가 기분 좋게 빠져나가는 느낌. 동시에 나른해지며 같이 잠도 스르르 온다. 그 기분이 좋아 일부러 자는 아가에게 젖을 물린 적도 있다. 개월 수가 늘어가면서 젖을 빠는 아기의 모습도 변한다. 처음엔 죽기 살기로 빨더니 이젠 제법 여유도 부리고, 손으로 내 멱살을 잡기도 하고, 가슴을 탕탕 치기도 한다. 모유 수유할 땐 더 '내 새끼' 같아 보인다. 


한국에선 공개적인 장소의 모유수유를 어떻게 보는지 모르겠지만, 난 상당히 개방적으로 수유한다. 아기가 배고프다 찡찡대면 장소를 불문하고 모유수유를 한다. 집, 공원, 레스토랑 심지어 건축물 자재 파는 쇼핑센터에서도. 우유 먹이는데 도사가 된 엄마만큼 아기도 다양한 자세로 우유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기 띠 안에서 앉아서도 우유를 빠니 말이다. 원래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었고 가장 중요한 건 내 새끼가 배고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렇게 서서히 아줌마가 되어가나 보다.


다인이는 젖을 빨고 젖에 취해 잠들었다. 내 새끼를 바라보며 감상에 젖는다. 다인아... 나중에 커서 네가 어느 곳에 있던지 엄마 젖과 같은 강력한 무기를 가진 사람으로 자라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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