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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ign Jul 15. 2016

사랑의 크기

자식과 부모의 사랑은...

우리와 친하게 지내는 한이 가정 친구가 있다. 남편과 나의 버벅거리는 이탈리아어를 빠른 눈치로 캐치하는 이탈리아 남편 친구와 우리 중 막내이며 심지 곧은 한국인 아내 친구 그리고 우리 다인이 보다 5개월 빨리 태어난 아기가 있다. 올여름 무더울 것을 미리 알았는지 이탈리아 친구가 아가들에겐 너무 뜨거운 햇빛은 좋지 않다며 6월에 바닷가로 여행을 가자고 우리에게 제안했다. 그렇게 진행된 3박 4일의 짧은 바닷가 여행. 날씨가 살짝 아쉬웠지만, 두 가정이 마음을 조금 더 열게 된 그들과의 첫 번째 여행이어서 추억에 남는다. 


우리가 간 바닷가는 산마리노 공화국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Cesenatico 바닷가였다. Hotel Adria beach club이란 곳에서 묵었는데 세끼가 다 제공되는 훌륭한 호텔이다. 럭셔리하진 않았지만 밥은 훌륭했다. 이유식을 시작했지만 아직 모유수유 중인 나의 먹성을 조용히 잠재워 줄 뷔페식 식사. 예전에 까나리아 제도를 여행 갔을 때도 세끼가 다 제공되는 호텔에서 투숙했는데 호텔은 럭셔리했으나 음식이 이 곳보다 훌륭하지 않았고 여행기간도 더 길어서 나중엔 사육당하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러나 음식의 나라 이탈리아라 그런가. 이 곳의 식사는 훌륭했다. 물론 여행기간도 그때보다 짧아서 음식이 더 삼빡하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다. 

그 커플은 우리보다 길게 여행 일정을 잡았다. 우리를 먼저 보내기 아쉬웠던지 이탈리아 친구 남편이 자꾸 다인이와 나는 남으라며 꼬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남편 혼자 보내기 싫었다. 친구들과 머물며 바닷가를 즐기는 것도 좋고 날씨가 점점 더 좋아진다는 일기예보도 있었지만 남편이 없는 것은 그냥 싫었다. 한참 장난식으로 실랑이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그래도 난 다인이보다 남편을 더 사랑해.". 불쑥 튀어나온 말이 었지만 이탈리아 친구는 깜짝 놀란 눈치였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냐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진짜냐고 물었다. 자신은 자신의 딸을 더 사랑한다는 것이다. 옆의 친구도 질세라 자신도 그렇다고 한다. 괜한 말을 했나 싶었다. 그러자 식탁 위엔 유치한 질문이 꽃을 피웠다. 만약에 둘 다 물에 빠지면 누굴 구할 것이냐는 등.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일축했지만, 아내보다 딸을 더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친구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내 오지랖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식사를 마치고 바닷가를 거닐며 친구 아내에게 내가 왜 남편을 더 사랑한다고 했는지 이유를 말했다. 부모님이 밀라노에서 3개월을 계시는 동안 좋은 부분도 너무 많았지만 자식을 빼앗긴 것 같은 엄마의 질투가 날 좀 힘들게 했었다. 계시는 동안 여행도 잘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딱히 부모님께 서운하게 했다고 생각 안 했는데 마지막 달에 엄마와 나는 실랑이를 벌였다. 나는 집에서 워낙 어린 막내여서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결혼 후 부모님만 바라보지 않는 나의 모습에 상실감을 느끼셨는지 마지막 한 달 남편을 부모님보다 위하는 모습이 보여 서운함이 극도에 달하셨었나보다. 그런 경험을 한 뒤로는 가정은 남편과 아내가 중심이 되어야 하며 자식은 사랑하되 우리보다 더 내 딸을 사랑해줄 반려자를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키우다 보면 키운 정 때문인지 사랑이 차고 넘치고 심지어 범람하려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잠깐 나 스스로를 멈추고 아이를 바라보며 '내 것이 아니다.'를 마음속에 여러 번 되뇐다. 

그러나 같이 사는 식구끼리 무슨 사랑의 크기를 잰단 말인가. 사랑은 사랑이거늘. 나중에 자식이 나처럼 커서 자신의 것을 주장하고 독립적인 개체가 될 때 상처를 덜 받기 위해 내 마음에 방어벽을 세우는 것일 수 도 있으리라. 자식은 키우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큰 언니의 말이 정답 같다. 서먹해진 우리 엄마와 나 사이도 시간이 더 흐르면 바다 거품처럼 사라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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