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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ign Oct 07. 2016

엄마의 이름으로

다인이의 보육원 적응기간

이제 정말 마음이 바쁘다. 이번 달 17일부터는 출근을 해야 한다. 하루에도 열두 번 정말 잘 내린 결정인건지를 고민해본다. 그래도 아이의 첫 돌이 될 때까지는 내가 봐야 하는 게 아니었나 싶다가도 더 어린 아가들도 다니는 니도(nido, 우리로 치면 보육원)인데 너무 오버하지 말자며 마음은 갈대처럼 갈팡질팡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는 가버리고 어느덧 다인이의 2주간의 보육원 적응기간이 시작되었다. 

10월 3일 월요일 오후 5시. 선생님과의 면담으로부터 니도는 시작되었다. 벨을 누르고 들어가니 철저하게 열쇠로 잠겨진 현관문이 열린다. 젊어 보이는 선생님 두 명이 나와 다인이를 맞는다. 하루 종일 아이를 보면 아이라면 지치기도 할 텐데..... 웃는 얼굴로 맞아주는 그들이 고맙다. 다인이는 어떤 아이인지 묻는다. 점프를 좋아하고, 잘 먹고, 밥 다 먹고 칭찬받는 노래를 좋아하며, 바닷 수영을 좋아한다고 했다. 나는 반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았다. 보통 한 반에 18명 선생님 4명이라는데 다인이 반은 16명이라고 한다. 손이 두 개나 줄었다. 그만큼의 남은 관심이 우리 아이에게 쏟아지길 바란다. 그들은 다인이가 그동안 무엇을 먹었는지 음식 재료를 하나씩 다 확인하고 체크한다. 그리고 하나하나 부모의 사인을 요구한다. 철저하다. 부모가 먼저 시도하지 않은 음식은 먹이지 않는다고 한다. 마음에 든다. 엄마 아빠를 제외한 아이를 픽업할 다른 사람을 묻는다. 아직 베이비시터나 믿을 만한 이웃이 없는 우리는 없다고 했고, 3주 차부터는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아침 8시부터 등원해 오후 5시나 되어서야 올 수 있다고 했다. 그나마도 그것도 12월 말까지만. 내년 1월부터는 오후 6시에 데리러 갈 수 있다고 했다. 타향살이하는 우리의 사정을 이해하는 눈빛. 고맙다.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다인이는 보육원 생활을 시작한다.


적응기간 프로그램은 이렇다.

1. 면담

2. 첫 번째 수업은 엄마와 (아침 10시 반 ~ 11시 15)

3. 두 번째 수업도 엄마와 But 끝의 15분은 아이들과 선생님끼리만

4. 세 번째 수업은 아이와 선생님만 (아침 10시 반 ~ 11시 15)

5. 네 번째 수업은 아이와 선생님 그리고 점심식사 (아침 10시 반 ~ 11시 45)

6. 이주 차는 아침 10시 반 ~ 점심시간까지

7. 삼주 차부터는 각자 신청한 대로. 나의 경우 아침 8 ~ 오후 5시 전 픽업

 

다인이와 같은 적응 기간을 갖는 아이들은 다인이 포함 네 명이다. 다인이가 10개월로 제일 개월 수가 많다. 세 번째 수업, 아이와 처음으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지게 되는 날. 아이를 놓고 나오는데 6개월 남아를 가진 Carlo 엄마가 교실을 나오면서 운다. 왜 우냐고 물어보니 지난 6개월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나 보다. 친가 외가 할 것 없이 타향살이하는 우리처럼 육아 도움 없이 남편과 둘이서 6개월을 아이를 봐왔다고 한다. 가만히 듣고 보니 난 10개월. 이런..... 난 눈물도 안나는 건가? 어느 뽀인트에서 그녀가 울음을 터트린 건진 모르지만 아마도 벅차서(?)이지 않을까 싶다. 그 날 아이는 방긋 웃으며 내 품에 안겨졌고 집에선 어리광을 엄청 부렸다. -_-

네 번째 수업인 오늘은 점심까지 먹고 나왔다. 다인이는 한 그릇을 다 비웠다고 한다. 역시, 내 딸! 그동안의 특훈이 빛을 발한다. 어디서나 굶지 말고 잘 먹어야 한다고 누누이 일러둔 것을 기특하게도 잘 캐치했나 보다. ^^

그러나 아직 숙제가 남아있다. 

나는 어젯밤 처음으로 밤중 수유를 끊기 시작했다. 아가는 하염없이 시끄러웠지만 아침 6시 30까지 난 잘도 버텼다. 그리고 영주권을 신청하기 위한 서류 준비를 마무리해야 한다. 남아있는 자유시간을 서류 일 처리하느라 다 쓰겠구나 싶지만..... 그러나 초.긍.정.마.인.드.를 잊지 말자. 


아이는 잘 적응하고 있고

우리가 채워주지 못하는 이탈리아어를 지금부터 물리도록 들을 것이며

육아전문가들과 집에서 보다 더 안전하게 놀 것이고

우리의 사랑은 더 애틋해질 것임을 나는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고 있는 아이 얼굴 위로 나도 모르게 눈물 방울이 똑 떨어진다. 

그래도..... 아직 아긴데. 미안하다 다인아. 엄마가 더 오랫동안 밤중 수유 못해서, 더 오랫동안 낮에 젖을 물리지 못해서 그리고 더 오랫동안 모든 하루를 너에게 바치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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