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sign Oct 17. 2016

사회로의 발걸음

육아 휴직 후 첫 출근

아침 7시. 다인이에게 젖을 물린다. 이번에 물리는 젖은 다인이의 아침이다. 아가야 미안하다. 엄마는 오늘부터 출근해야 한단다. 그래서인가 보다. 어제 몸이 그렇게 아팠다. 평소엔 감기 걸려도 앓아눕는 일은 거의 없던 나. 토요일 저녁부터 시작된 몸살감기는 일요일을 고스란히 침대에 바치게 만들었다. 집안 일도 하고, 미뤄놓은 동계 옷장 정리는 이렇게 몸살에 날아가 버렸다. 다행히 육아 휴직이 끝난 후 첫 출근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침을 삼킬 때마다 아픈 목구멍이 내 몸이 아직 성하지 않음을 깨닫게 한다.

8시 30에 겨우 회사에 도착한 나. 달라진 회사의 모습. 새로운 직원들. 그동안 친하게 지내던 동료들. 사라진 동료들. 내 이름이 쓰인 자리가 눈에 띄고 다시 직딩의 세계에 들어온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아직 다인이는 보육원에서 낮잠을 자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주 수요일까지는 점심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나와야 한다. 지금은 아이에게로 달려가는 지하철 안이다. 아이의 반나절은 어떠했을지. 나만큼이나 아니 나보다 더 낯설었겠다. 아이만 보고 있을 땐 뒤쳐질 나의 직딩감각이 걱정되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다신 돌아오지 않을 평온했던 나의 육아휴직기간과 오롯이 아이만을 바라보던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조금 더 안아주고 조금 더 웃게 해줄걸.

출근 첫날. 많은 엄마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아기 얼굴만 아른거린다. 이제 모든 시간을 다인이에게 쏫지 못하겠지만 최선을 다해 사랑하자. 내가 채울 수 없는 부분을 다인이는 잘 메울 것임을 믿으며. 아직 아기인 다인이에게 미안한 엄마이지만 나중에 아이가 커서도 엄마가 최선을 다 했음을 느끼도록 나는 오늘도 열심히 뛰고 이유식을 만들고 아이를 어루만져 주리라.

작가의 이전글 앱으로 글쓰는 맛이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