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에 "메밀꽃 필 무렵"

제주 소나이의 제주섬 이야기 Vol. 3

by 제주섬소나이

달빛 그득한 메밀꽃밭을 혹여 걷게 된다면

허생원이 들려주는 성서방네 처녀와의 하룻밤

인연에 대한 얘기가 듣고 싶지는 않은가?

강원도 봉평을 무대로 펼쳐지는

한국 단편문학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이야기이다.


예전에 들렀던 강원도의 막국수와 봉평 오일장의

추억은 아직도 우리 부부의 연애적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들을 봉평과 가까이하게 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35세의 나이로 요절한 작가의

역작 때문일 것이다.


몇 해 전까지도 나와 아내는 당연 메밀 하면 봉평이고 강원도였다.

아니 최근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주섬에 메밀밭이 이리 많으리라 예상치 못했다.

간혹 주말에 가족들과 섬 바람 쐬러 제주섬 구석구석을 헤집을 때면 군데군데 산재한

자그마한 규모의 메밀밭들을 만나기는 했었다.

그 색깔이 멀리서 보다 보면 흡사 안개꽃 무리를 보는 것 같아 좋았다.

늘 주제의 꽃들을 풍성하게 할 뿐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안개꽃처럼 메밀꽃도 이와 유사하게

집단이 크지 않으면 쉽게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한다.

제주 유채꽃의 명성과 비견할 적수가 아니었고

감귤에 대적할 인지도가 아니었다.

새하얀 메밀꽃밭을 볼 때면 '오~호~!'라는 짧은 감탄사로 느낌을 대신했었다.

좀 더 엄밀히 보자면 봉평의 메밀이 너무 깊게

자리하고 각인된 탓일 게다.

오름을 배경으로 한 새하얀 메밀밭은 제주섬의 또 다른 키워드가 될 것이다.

제주의 대표 키워드를 굳이 열거하자면

한라산, 감귤, 바다, 당근, 유채꽃, 해녀...

이런 단어들이 쉽게 연상된다.

그리고 대부분 당연히 그렇게 알고 있다.

누군가에게 강원도 봉평에서 먹던 메밀 중 혹시나

제주산 메밀이 있다고 말한다면 묘한 배신감마저 들 수 있지 않을까?

통계에 의하면 국내 메밀 소비량의 50%는 수입에 의존하고, 나머지는 국내 생산분이란다.

그중 국내 재배면적의 49%, 국내 생산량의

48%가 다름 아닌 제주섬이다.

다시 말해 우리들이 먹는 국내산 메밀 중 절반은

'메이드 인 제주섬'이란 얘기이다.

정작 봉평은 제주 생산량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니

생각의 고착화가 새삼스럽다.

사실 봉평 또한 메밀의 재배면적이 그리 많지

않았으며, 본격적으로 재배면적이 증가하게 된

시점이 영동고속도로가 개통한 79년에서 80년대 초반 이후부터라고 한다.

그리고 두말할 나위 없이

'허생원과 나귀'라는 홍보대사의 역할이 컸다.


제주섬이 본격적으로 메밀 재배면적을 늘리기 시작한 것은 불과 4~5년 전의 일이라고 하니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싶다.

제주섬에는 가공시설이 많지 않아 생산량의

90% 이상이 봉평으로 보내져 '봉평'브랜드를 달게 된다고 한다.

따지자면 먹거리들 중 비단 메밀만 배신하고 있겠는가 마는 그나마 제주산이니 너그러이

눈감고 용서해 줄만도 하다.

우리가 봉평까지 가서 굳이 국수를 먹을 때는

'메밀꽃 필 무렵'의 정서를 먹는 것이지

제주산이면 어떻고 봉평 산이면 또 어떠할까.


제주섬 한라산 밑 검은오름 근처에는 드넓은 메밀밭이 존재한다.

눈대중으로도 규모가 웬만한 스키장 규모다.

아직까지는 길이 외지고, 제주섬 현지인들도 그다지 많이 모르는 곳이다.

혹여 섣불리 확실한 정보 없이 이곳을 탐했다가는

오가지도 못하는 낭패도 낭패지만

반짝이는 여러분들의 소중한

네 바퀴 애마에 심각한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때로는 심하디 심한 적막감과 고요함이 낯설 즈음

소름 끼치게 제주섬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제주섬 소나이는 아직 이곳을 아껴두고 싶다.

이곳은 관광지가 아니라 제주섬 사람들의 일상이 있는 생활 터전이다.

관심은 가지되, 아껴주고 보살펴 줘야 하는 삶의 터전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올해에도 '메밀꽃 필 무렵'에

어김없이 메밀밭 스치는 바람과 향긋한 고린내를 관광객들에게 뺏기고 싶지 않은 이기심이 더 크다.

혹시나 이곳을 아는 이들에게 당부드린다.

최대한 조용하고도 요란하지 않게 메밀밭과 소통하길 바란다.


그런 혹시 모를 일이다.

사람 좋은 나그네를 만나 막걸리 한잔에 제주섬 무 넣은 고소한 메밀빙떡 안주 삼고,

허생원의 첫사랑 얘기처럼 구수한 입담을 내게 풀어 준다면

나 또한 '동이'의 이야기처럼 숨겨둔 메밀꽃 얘기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제주도는 2019년까지 다양한 제주메밀관련 산업을 육성시킬 계획을 발표하였다. 관광자원으로까지...

메밀은 1년 두 번 농사가 가능하다 한다.

봄에 개화하여 여름에 거둬들이는 메밀이 몸에

이로운 성분들이 훨씬 많다고 하니 이제 곧 제주섬의 새로운 키워드가 될 모양이다.

제주섬은 기온이 적당하고 습해서 일년 이모작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 한다.

일년을 온전히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아주

합리적이다. 게다가 농가에는 고소득 작물이기도

하니 이래 저래 고마운 존재다.


"아... 지금도 봄이면 볼게 지천인데, 이 감당을 앞으로

어찌할꼬~".


Feb 20. 2016... by 소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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