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소나이의 제주섬 이야기 Vol.4
제주섬은 도심 한가운데를 제외하고는
교통체증이 거의 없다.
도시에서 나고자란 필자에게까지도 이제는 '교통정체'란 단어가 낯설게만 느껴진다.
이렇게 한산하기만 한 제주섬의 외곽 언저리에
일 년에 딱 한번 흔치 않은 교통정체가 발생한다.
이유는 '제주 들불축제'때문이다.
제주도의 많은 축제들 중 단연 인기가 높고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다 보니 조금 과언을 더 하자면 제주섬 사람들이 여기 다 모인다 해도 거짓이 아닐 정도다.
심지어 축제기간 중 들불을 태우는 당일에는 도심이 한가 할 정도니 말해 무엇할까.
제주는 예로부터 가축방목을 해왔다. 해묵은 풀을 제거하고 병해충을 구제할 목적으로 들불을 겨울에 놓았다. 제주에서는 이를 '방애'라고 했다.
이런 방애를 모든 이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 변모, 발전시킨 것이다.
제주공항에서 승용차로 30여분이면 도착하는 이곳은 이름도 예쁜 '새별오름'이다.
이웃한 이달오름과 한라산을 함께 조망하며 오르는 새별오름은 평소에도 찾는 이들이 많지만
축제기간에는 그야말로 가장 제주섬의 중심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좌이달 우새별'...!
재미난 이름을 나름 붙여본 들판 한가운데에는 쓸쓸히 홀로 우뚝 서있는 나무 한 그루도 있다.
일명 '왕따나무'라 칭하는데 아마 전국의 왕따나무
처럼 홀로 서있다 보니 사람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붙여진 애칭 이리라. 또한 이나무는 소지섭의 카메라 광고에 등장하면서 '소지섭 나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을 만큼 이제는 왕따신세를 면한
유명하신 몸이 되었다.
겨우내 스산하기까지 한 새별오름 일대는 이렇듯
자잘한 재미들을 품은채 그렇게 늘 평온하다.
'새별오름'이란 이름이 귀여워 사전을 검색 해보니 이웃한 이달오름에 올라 보자면 새별오름 정상을 깃점으로 다섯 능성이가 마치 별모양 처럼 뻗어져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새별오름은 이내 따뜻한 계절이 되면 녹색의 옷으로 갈아 입는다. 마치 알프스의 목장에 온듯한
아름답고 평화로운 그림처럼 말이다.
세월의 영겁은 모든것을 덮어 버리지만
우리네 가슴속 애잔한 삶의 기억이 늘 한 귀퉁이에 존재하듯 먹먹한 달빛을 새별오름은 기억한다.
아득한 고려 공민왕 시절, 이곳에서는 피비린내 나는 슬픈 역사가 있었다.
원나라는 이곳 탐라에 '목호'라 하여 원나라 말관리인들을 상주하게 했고 몽골말을 들여와 방축하게 했다.
여기서 방축한 말들은 정벌등 필요가 있을때 마다 조공으로 상납케 하였다.
그러던 중 원나라가 쇠하고 명이 흥하자 고려는 이제 명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이에 명은 다른곳의 정벌에 필요한 말 2,000필의 상납을 고려에 요구하였으나,
탐라에서 방축을 담당하던 몽골인들 '목호'들은 자신들의 원수인 명에 말을 상납하기를 거부하고 난을 일으켰다.
당시 몽골인이었던 목호들의 수가 1400명에서 1700명 수준이었고, 100년 가까이 제주에 주둔 했으니 제주에서 차지하는 그들의 세력이 만만치 않았을 터이다.
이에 고려는 최영 장군을 필두로 2만5천명의 토벌대를 파견하여 목호들의 난을 평정하니
이를 두고 '목호의 난'이라 한다.
이곳의 별빛과 달빛이 때론 먹먹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한가지 이유에서다.
탐라에서 말을 키우며 대를 이었던 목호도 결국 강대국이었던 몽골족이며, 그들을 토벌하러 내려온 황금보기를 돌 같이 하라던 그 장군님도 명이라는 외세의 힘에 떠밀려 내려온 것이니 이래저래 새별은 힘없던 슬픈 역사의 아픔을 간직했다 하겠다.
아름다운 풍광과 '왕따나무'를 배경으로 했던 김영갑선생의 사진작품에서 조차도 왠지 애잔함이 묻어나는 이유는 다만 선생의 말기가 아픔이어서
만은 아닐듯 싶다는 생각이다.
눈으로 보아도 보이지 않고, 귀로 들어도
들리지 않고,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것.
형상도 없는데 사람을 황홀하게 하는 그
무엇이 중산간 광활한 초원에 존재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최고의 것은, 사람을
황홀하게 하는 그 무엇이다.
그것을 깨닫기 위해 나는 중산간을 떠나지
못한다. ...(중략)
살아 있다는 기쁨에 감사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도, 끼니 걱정도
사라진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김영갑 지음) 중에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은 우리가 제주섬을 이해 하는데에도 도움이 된다.
그들의 유전인자가 대를 거듭하며 이어졌을 목호의 뿌리들이 지금 제주섬 속살의 일부 일수도
있을거란 추측은 그냥 필자의 추측일 뿐이지만 말이다.
그날의 아우성처럼 폭죽은 요란하다.
그리고 그날의 흩어진 이름 모를 영혼들의 비명처럼 들불의 열기는 곧게 날을 뻗어 수백 미터 떨어진 얼굴에 다다른다.
북에서 서쪽으로 탁 트인 들판에는 수많은 인파와 차량이 밀접하고,
또 그렇게 한해의 무사안녕을 기원한다.
이제 새별오름 어디에도 영혼은 떠돌지 않는다.
모진바람과 영겁의 시간 속에서 그 영혼들은 우리의 피부가 되고 육신이 되어 이제 한마음으로 들판위에 모여들었다.
희망찬 새해를 기원하는 대보름의 축제는 우리네 어릴적 '쥐불놀이'의 추억을 대신한다.
적어도 필자의 나이 정도면 최소 한 두번의 경험이 있음직 하다.
오늘 유난히 달이 훤하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옛노래는 여전히 입속에서 맴돈다.
제주 들불축제는 기온과 바람의 영향으로 정월대보름보다는 다소 늦은 매년 3월 초쯤으로 변경하여 몇년전 부터 진행되게 되었다.
지대가 높고 바람이 많이 불다 보니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내려진 결정이겠지만,
그래도 보름날 축제를 아직도 볼 수 있다는것 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며, 간직해야 할 문화이다.
2016년 올해도 3월 5일 들불을 놓는단다.
그렇게 또 제주섬 사람들은 열기를 맞으러 다가 설 것이다.
흔치않은 교통정체를 감수 하고서라도 화려한 불들의 향연을 보기위해,
그리고 올 한해 내 가족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기 위해서 말이다.
두손모아 달님에게 기도 해 본다.
"올해에도 모든 이웃님들! 소원성취하시고 건강하소서"
Feb 20. 2016... by 소나이
이 글에 수록된 사진은 몇 해 전 제주에 정착한 이웃님인 '지금' 님의 촬영작품으로 흔쾌히 사용을 허락하여 주셨습니다.
'지금'님은 야생화가 좋아 사진 찍는 재미에 푹 빠졌다가 이제는 제주섬 사람으로 아예 눌러앉은 서울 출신의 이웃님입니다. 앞으로도 저의 연재 글에서 좋은 사진들을 제공해 주실 계획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올해도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