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즈 코헛의 자기 심리학 5회기 강좌후 삽화 하나.
“나”는 좀 특별한 사람이다. 어린 시절부터 또래 아이들이 다 내 아래로 보였다. 나는 그들을 무시했고, 나보다 한 수 아래로 봤다. 중학교부터는 더 심했다. 그래도 따돌림당할 수는 없으니 그들을 친구로 삼기는 했지만, 나는 그들에게 감정을 주지 않았다. 나는 그런 나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운이 좋은 것인지, 그래야만 내가 살 수 있기에 하늘이 내게 준 선물인지 소위 “있는 가문”에서 나는 태어났다.
특별한 나는 경쟁력 하나는 끝내줬다. 운이 좋게도, 또는 승부에 집요한 나는 경쟁에서 이겨 “힘 power”을 얻었다. 그때부터는 그 힘이 곧 내가 됐다. 나는 그 힘으로 약자를 눌렀고, 그들을 내 욕구 충족의 도구로 사용했다. 강자에게는 공격당할 것이 두려워 먼저 공격하거나, 아주 특별한 강자는 숭배했다. 사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험도 즐기나, 대체로 성공하는 경우가 많고, 실패하더라도 빠져나갈 길은 준비한다. 그럴수록 인간성은 상실돼 속은 더 허전했으나, 허전한 속을 채울 것들도 따라 많아졌다.
나이 50이 넘어서자, 내게 깨달음이 왔다. 내 주변에 사람은 많으나 정작 내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배우자와 자식도 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히 외롭고 허한 사람이었다. 나는 사람들과 정서적 관계를 피하는 감정이입에 무능한 사람이 됐지만, 내 진심은 진실한 벗을 만들고 싶었다. 나는 내게 그런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 버렸다. 인제 와서 나를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최고로 알고 왔던 것들을 버릴 수는 없다. 내 허한 마음을 달래려, 나는 술과 여자와 향락을 즐겼다. 나로서는 충분히 다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 짓은 일순간의 즐거움은 줘도, 하고 나면 더 허무했다. 내 진심은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어느새 나는 나를 잃고 말았다.
그러자 잃은 “나”가 그만 내 정체성이 됐다. 나의 성장기를 되돌아보니 유능한 아버지는 자기와 같지 않은 나를 항상 엄하게 대했고, 엄마는 걸핏하면 사고치고 들어오는 나에게 싸늘한 시선을 줬다. 내 안에는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고 싶고, 엄마로부터 사랑받고 싶어 하는 어린이가 있었다. 그러나 그 아이를 대신해 줄 것이 내게는 너무 많고, 그 아이는 너무 오래돼 나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나는 그 아이를 만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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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자기애성 인격장애”라고 한다. 위의 “나”는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나 속은 텅 빈소라 껍질이다. 이를 “거짓 인격장애”라고도 한다. 아동기에 이해받고, 반영 받고, 수용 받은 경험의 부재가 낳은 마음의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