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중생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

해탈은 너무 먼 추상화

by 마음순례

욕망은 항상 다급하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 칠현산에 둘러싸인 칠장사는 어사 박문수가 하룻밤 묶고 간 곳으로 유명하다. 박문수는 한양으로 과거 시험을 보러 가는 중에 칠장사의 나한전에서 기도하다 잠이 들었는데, 부처님이 나타나 과거 시험에 나올 시제를 알려 주었다는 것이다. 박문수는 부처님 덕으로 25살에 준비한 과거를 32살, 즉 8년 만에 장원급제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칠장사에는 “어사 박문수 합격 다리”가 있고 다리 양쪽에는 합격을 비는 색 띠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수만 개는 될 것 같다. 그곳에서 소원을 비는 사람들은 얼마나 다급했을까.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하다. 부처님은 공수래공수거라고 했고, 욕망에 대한 집착을 내려는 것이 해탈이고 인생의 목적이라 했다. 합격했으면 이후의 욕망에, 불합격했으면 이후의 절망에 집착하지 않도록 기도해야 부처님의 가르침에 맞지 않을까.


너 하나에만 욕망하라

아무튼 그곳에서 소망을 비는 사람들이 부처님의 그런 가르침을 몰랐을 리는 없다. 그런데 얼마나 다급했으면! 중생들에게 해탈은 너무 먼 추상화이다. 나는 박문수 다리를 몇 차례 왕복하면서 내게 신통력을 달라고 빌었다. 그러자 부처님이 내게 물었다.

“무엇에 쓸려고”

나는 대답했다.

“여기 색 띠에 적은 소망을 다 들어주려고요.”

그리고 부처님에게 항변도 했다.

“괴로움이 많은 이곳에 사는 중생들의 애절한 마음을 당신은 알기나 합니까?”


그랬더니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너는 정말 큰 욕망을 가지고 있구나. 너 하나에만 욕망하기에도 시간은 부족한데. 그리고 내가 왜 그들의 애절한 욕망에 응답해야 하나?”

“당신은 부처님이니까요.”

“나는 욕망을 들어주지 않고, 욕망을 읽어준다. 너의 값싼 동정으로 그들의 해탈을 막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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