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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순례 Mar 04. 2020

살아있는 것은 다 살게 마련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다 살게 마련이다. 그것도 삶을 예찬하면서.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죽게 마련이다. 죽음을 예찬하면서. 사람 안에는 스스로 살 힘이 있고, 그리고 그 힘으로 만들어가는 살만한 환경이 주어지게 마련이다. 

프로이트는 이를 생명본능과 죽음본능이라 정의했다. 심리학자는 사람이 모를 새로운 것을 발견하여 인류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던 것을 발굴하여 인류사회를 이롭게 하는 연구자에 불과하다.


“다 살게 마련이야.” 이 말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진실이다. 전전긍긍하는 인생의 전환기에는 가야할 길은 꿈으로도 보여준다. 나이 50이 넘어 꿈에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보고 너무나 생생해 잊을 수 없었다. 그 꿈만 생각하면 알 수 없는 힘이 생겼다. 

그녀는 우연이라고 할 수 없는 어떤 힘에 이끌리어 프랜차이즈 점포를 열었고, 그동안 사장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해 많은 매출을 냈다. 매출이 문제가 아니라 할 일이 생겼다는 것이 더 큰 기쁨이었다. 이게 다 다이아몬드가 예언한 꿈의 결과라고 활짝 웃음 무렵에, 그 반대의 것이 왔다. 

사업과 관련된 인간관계, 금전문제, 신의문제 등 온갖 유언비어가 반년동안 그녀를 괴롭혔다. 일일이 나서서 해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 괴로움을 고스란히 혼자 받아야 했다. 돈도 사람도 다 싫어졌다. 사업을 접고 싶었다. 

그러던 중에 다이아몬드 꿈의 2탄을 꿨다. 이번에는 두 마리의 갈매기가 나타났다. 첫 번째 갈매기는 날개를 접고 있는 상처 난 갈매기였다. 그녀는 매우 측은지심으로 쳐다봤다. 꼭 자신 같았다. 두 번째 갈매기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처럼 하늘을 높이 유유히 날았다. 그녀는 평화스럽고 자유롭게 갈매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그 갈매기가 된 기분이었다.


전진할 때와 후퇴할 때

이 꿈은, 그녀에게는 아니 모든 사람들에게는 두 마리의 갈매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전자는 죽음본능이라면 후자는 삶의 본능이다. 삶은 전진할 때와 후퇴할 때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힘든 일 안에는 좋은 일이 있고, 좋은 일 안에는 힘든 일도 있다. 

이것이 인생이다. 인생이 본래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면 서로 다른 두 가지 사건이 낯설지 않다. 좋다 나쁘다 구별하여 희비에 빠질 일이 없다. 단지 그런 일이 일어났을 뿐이고, 그 일은 나를 위한 무엇인가를 남기고 지나간다.  


다이아몬드는 점포가 잘 되어 돈을 버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다른 어려운 일을 만나 내적으로 성장하는 것도 의미한다. 상처 난 갈매기는 실패도 인생의 일부이니 겸손할 것을 가르친다. 그녀는 사업이 잘 되다가 반대의 일들이 일어나자 우울증이 올 정도로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면서 큰 마음공부를 했다. 

그녀는 다시 하늘을 유유히 나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이 된 것이다. 나에게 닥치는 외적 사건의 경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살아있는 것을 다 살게 마련이다, 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늘 중요하다.   


무엇이 사람을 힘들게 할까?  

사람들을 가장 근접거리에서 만나는 나는 사람들이 힘들다고 하는 것들을 분석해 봤다. 결과는 단순했다. 내가 원하는 일이 일어나면 행복이고, 원하지 않는 일이 일어나면 불행이다. 이렇게 행복과 불행은 순환하니 인생이 고달픈 거다. 


 프로이트는 여기에 대한 생각을 달리해 준다. 사람은 행복을 원하기도 하고, 불행을 원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인생은 일 방향으로 설명할 수 없는 모순된 원리를 가지고 있다. 행복을 원하는 나는 불행도 원하고 불행을 원하는 나는 행복도 원한다! 이를 거부하거나 방어하려하니 신경증에 걸린다는 것이다. 

신경증은 수용할 수 없는 불안을 증상으로 타협한 것이다. 어떤 불안이든 수용하면 증상은 소거되고 신경증은 약화되어 일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살면서 우리가 격어야 할 일들은 대기표를 들고 순차적으로 다가온다는 겸손은 중요하다. 자아가 할 일은 일어나는 일들을 억압하거나, 회피하거나, 좋고 나쁜 것으로 분열시켜 취하거나 버리는 일이 아니다. 중세 신비주의자 루미는 고난은 변장한 천사라고 했다. 천사를 만난 사람은 뒤이어 올 악마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천사와 악마를 따로 구분한 사람만 천사와 악마가 따로 있다. 구약성경 욥기를 보면 욥은 사탄과 혈전을 치루고 나서 모든 상황이 이전보다 개선됐다. 욥에게 사탄은 과정만 힘들게 하는 천사였다.      

 

지금 필요한 것을 지금 다 있다

 대학 다닐 때에 읽은 신학자 폴 틸리히의 “영원한 현재”라는 설교는 나의 꿈을 미래에서 현재로 옮겨 주었다. 나는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희생하라는 말이 싫었다. 그러면 평생을 희생해도 내일의 행복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꿈은 이룬 자”가 아니라 “꿈을 꾸는 자”만 될 것이다. 현재 김흥호 선생님의 “하루를 사는 인생”이란 설교를 읽으며, 선각자는  오늘 하루가 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사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지금 이 순간에 있는 것이면 충분하다. 있는 것을 보지 못하니 먼 곳을 보고 자신을 부족한 사람으로 만든다. 사람은 누구나 현재를 살고 있다. 그가 지금 살 때 필요한 것은 지금 다 가지고 있다. 미래에 살 것을 걱정하니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 것이 된다. 


생애 후반부가 되어 삶의 영역이 넓혀질 무렵,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많은 일들이 순차적으로 다가온다. 선별해서 받으려 하나 선별할 수 없음을 안다. 다가오는 일들은 각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 같으면서도, 반영된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그 일에 끌려 다니며 즐겁거나 괴로워한다. 삶의 풍랑은 청춘의 환상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것이다. 그 풍랑 속에서 현재를 사는 세 가지 원리를 제시해 보겠다.


풍랑에서 버티는 세 가지 삶의 원리

첫째, 좋았던 일들을 기억하라. 좋았던 일들은 정신 에너지를 비축시킨다. 하지만 좋은 일 자체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속임수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조건 좋게만 보려하면 좋은 것에 중독되고 더 이상의 창조적 삶은 없다. 나쁜 일도 좋게 보려고 애쓰는 것은 에너지 생산을 위해서 좋은 것이다. 그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둘째, 가던 길을 멈추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봐라. 풍랑이 거셀수록 항해는 중단되고 내부단속을 해야 한다. 누가 나를 이 괴로움에서 건져낼 것인가, 하는 독백은 무익하다. 누가는 당신이다. 불행은 그 일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당신의 평가에서 온다. 자신을 불행과 동일시하지 말라. 불행은 삶을 다채롭고 역동적이게 한다. 당신은 불행으로부터 단단해 질 것이고, 불행이란 단지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불행이 없다는 사람이다.   


셋째, 좋거나 나쁜 일들에는 반드시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풍랑이 지나면 바다는 다시 고요해 진다. 인생의 고요함도 유효기간이 있는 법, 풍랑은 또 다시 나를 찾아온다. 인생은 일생에 걸쳐 이런 반복의 시간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런 시간을 거치면서 단단해지면 풍랑을 타는 기술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그 때 비로소 세상을 사랑하는 지혜와 관조하는 여유도 생긴다. 풍랑이 없이는 지혜와 관조도 없다.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에게 배우라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을 기억하라. 다른 갈매기들은 죽은 한 마리의 물고기라도 더 얻으려고 어선을 배회하고 있었다. 먹을 것이 목적이 되어버린 그들은 항상 배고프고 항상 먹이사냥을 나서야 한다.  


조나단은 하늘 높이 오르고 다시 급강하 하는 비행기술을 배웠다. 비행기술은 갈매기로 사는 스릴과 희열을 줬다. 조나단에게는 항상 두 날개가 있고, 두 날개가 있는 한 그 기술은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조나단은 행복 하고 싶을 때 행복할 수 있는 갈매기이다. 조나단은 집단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용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자신의 날개에 대한 깊은 신뢰를 가졌다. 사람에게 두 날개는 물리적 제한 없이 마음껏 비행할 수 있는 “생각의 힘”이다.  


분당심리상담치료  박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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