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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순례 Oct 05. 2022

생각이 멈춘 곳에서 나만의 인생이 시작된다

영화《피아니스트의 전설》

     

  자기와 자기가 하는 일을 동일시 하는 사람

  광적이면 창의적이다. 2002년 개봉한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주인공 나인틴 헌드레드는 광적이어서 창의적인 사람이다. 그는 유럽에서 아메리칸드림을 꿈 꾸고 미국으로 떠나는 거대 여객선 버지니아호 안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아기를 배에 버렸고, 배에서 일하는 한 흑인이 버린 아기를 발견해 자식으로 키웠다. 그는 배 안에서 독학으로 피아노 연주자가 됐다. 


  긴 항해에 지친 승객들은 그의 광적이고 창의적인 피아노 연주에 열광했고 위로받았다. 그는 피아노를 연주할 때마다 그의 회중과 하나가 됐다. 산더미 같은 파도에 배가 흔들려 바퀴 달린 피아노가 연주장을 로봇 청소기처럼 헤집고 다닐 때 그의 연주는 더 흥이 났다. 배 밖이라고는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는 그는 이 기쁨에 그의 삶 전부를 걸었다. 


  그는 배를 떠날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 그의 유일한 세계인 버지니아호가 수명을 다해 바다 위에서 폭파하기 위한 다이너마이트 설치작업이 시작됐다. 그의 유일한 친구인 트럼펫 연주자는 그에게 도시로 나가 피아니스트로 성공하라고 했다. 당신이라면 가능하고 그것은 당신 삶을 빛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배에 남아있기로 작정했다. 구석구석 다이너마이트가 설치된 황량한 빈 배에 혼자 남아 혼자 무도회 곡을 작곡했고 피아노 연주를 했다. 그리고 다이너마이트의 굉음과, 산산조각이 난 배의 파편들과 함께 바다에서 태어난 그는 바다로 돌아갔다.  


  “배 안에는 끝이 있는데 도시에는 끝이 없다.” 그가 배에 남아 죽음을 선택한 이유이다. 도시로 나가면 그는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될 것이고 그의 연주는 레코드판에 녹음돼 그가 없는 곳에서도 연주될 것이다. 그는 이름을 날릴 것이고,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결혼할 것이고, 많은 돈을 벌 것이다. 그러나 내가 없는 곳에서 나의 피아노가 연주된다는 것을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는 피아노 연주자가 아니라 피아노 연주의 생산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자기와 자기가 하는 일을 동일시했다. 진정한 예술가이다. 진정한 예술가의 삶은 광적이어서 녹록하지 않다. 


  그는 인생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인생 자체가 되고 싶었다. 그런 그가 배 안에 남아 죽음을 선택한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영화는 자신과 자신이 하는 일을 분리하여 불행해진 사람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꿔 미국으로 향하는 유럽인들은 자기와 자기가 하는 일을 동일시하지 못했을 거다. 그들은 더 큰 것을 얻으려 했고, 얻은 그것과 자신을 동일시해 더 행복해지려고 미국으로 향했다. 얻은 것은 내 인생을 사는 선물이나 수단인데, 그것이 마치 자기 인생인 것처럼 됐다.    

  

  적성에 맞지 않다는 핑계로 일과 자신을 분리하는 사람에게 행복은 없다. 그에게 삶은 고역이다. 그는 피아노 연주를 할 때마다 연주에 빠졌다. 그에게 그를 태어나게 해주고 피아니스트가 되게 해준 배와 함께 산화하는 일은 최고의 행복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자신이 하는 일에 투신할 수 있을까?

  “배 안의 피아노 건반 88개는 끝이 있으나 도시의 피아노 건반 88개는 끝이 없다.” 우리는 매 순간 내가 삶의 주체가 될 것이냐, 삶이 나의 주체가 될 것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연주가 목적인 피아노 건반은 연주하지 않을 때가 있어 끝이 있다. 생산이 목적인 레코드판은 연주자가 없는 곳에서도 계속 연주를 함으로 끝이 없다. 그가 없는 곳에서도 그가 연주한다면 거기에는 그의 영혼도 없다. 문명은 편의를 주고 인간을 소외시켰다. 인공지능이 갈수록 진화해 사람의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나와 내가 하는 일을 동일시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피아니스트의 전설》이 주는 교훈에 귀를 기울이자. 우리는 어떻게 자신이 하는 일에 투신할 수 있을까? 


  주인공 나인틴 헌드레드는 자기와 피아노 연주를 동일시한 인물의 원형이다. 그는 단 한 번의 교습도 없었다. 그의 놀라운 연주 실력은 자기 안에 이미 내재한 잠재력과 자기를 동일시하는 능력에서 나왔다. 천재는 그만의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이미 내재한 잠재력과 자기를 동일시할 줄 아는 능력자이다. 누구나 그런 능력이 있다. 이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거기에 빠지지 못하고 주변의 것에 빠져서다. 그러면 많은 생각이 그의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생활의 달인이란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다. 그들 역시 그들만의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가 하는 일에 빠질 줄 아는 집중력을 가졌다. 집중하면 그 분야에 광인이 된다. 자기가 하는 일에 광인이 된 사람에게는 일의 귀천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일을 할 때에 그는 가장 행복하다.   



마음순례  

가나심리치료연구소 박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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