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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순례 Nov 26. 2019

삶의 진실은 매일 밟고 다니는
땅바닥에 있다.

어느 수행개미의 신 체험

삶의 진실은 매일 밟고 다니는 땅바닥에 있다.

     

  동네 뒷산을 오르다가 곱게 물든 낙엽에 반해, 지난 여름 태풍 링링이 쓰러뜨린 나무에 걸터앉아 낙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에 맞은편에서 개미 한 마리가 거친 숨소리를 내며 기어오고 있었다. 개미는 나를 정면에서 보더니 “으악”소리를 내고 뒤로 발랑 자빠졌다. 그리고 앞발을 살살 빌면서 물었다.


  “오, 위대하신 신이시여. 저는 개미의 삶에 대하여 진지한 고민을 하는 수행개미입니다. 오늘 드디어 존재 자체이신 위대하신 신을 만났습니다. 제가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나는 어떻게 이런 쉬운 문제로 오랫동안 수행을 했느냐는 투로 아주 가볍게 말했다.

  “그야 간단하지. 자, 네 아래를 내려다 봐. 뭐가 보이나?”

  “그야 흙이 보이지요. 이 지긋지긋한 흙. 나는 이 흙과 싸우면서 일생을 보내고 있다고요.”

  “흙과 싸운다고? 너는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는데. 너 자신과 싸우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하지는 않겠지.”


  개미는 놀랬으나, 한편으로는 큰 문제 하나 해결된 표정이었다. 그리고 또 다시 진지하게 물었다.

  “그러면 제 영혼은 어디로 가나요?”

  나는 개미 따위가 제 영혼까지 논한다는 것에 깔깔 거리고 웃었으나 개미의 진진한 표정에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나의 영혼이 중요하듯이 개미도 제 영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이번에도 어려운 질문은 아니었다.  


  “그것도 간단해. 너는 네 영혼이 보이느냐?”

  개미는 말했다.

  “영혼이 보이다뇨? 영혼은 보이지 않습니다.”

  나는 말했다.

  “그래, 영혼은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는 거야.”


  개미는 삶의 본질에 대한 규명에 보다 가까이 다가갔고, 수심이 가득했던 표정은 환해지고 있었다. 개미는 “그곳이 어딘데요?”라고 물으려는 것 같았으나,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해발 175미터의 동네 뒷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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