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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소대나무 Sep 08. 2024

엄마아빠가 건강한데, 왜 찾아오지 않는 거니

'건강한' 노산 부부의 난임 분투기

그렇게 우리는 산부인과를 나섰다. 아기를 가지기에 둘의 몸 상태가 A급이라는 의사의 말은 우리에게 적잖은 위안을 줬지만, 마음 한편 어딘가 알 수 없는 불안한 마음이 스멀거리며 밀려왔다.    

 

‘그런데 왜 아직 소식이 없었을까.’     


우리 부부는 일단 6개월간 처방해준 배란약도 잘 챙겨 먹어가며 ‘노력’해보기로 했다. 지친 일상을 핑계로 사실 그간 노력하지 않아 왔던 것도 사실이었다   

  

아직은 봄바람이 차가운 2022년 4월이었다. 당시 아내는 대학교에, 난 초등학교에서 행정업무를 하던 공무원이었다. 신학기를 맞아 한창 바쁜 시즌이 이어졌고 우리 둘의 관심은 일과 일상으로 다시 옮겨가기 시작했다.      





‘뭐, 둘 다 이상 없이 건강하다잖아. 곧 소식 찾아오겠지.’     


다시금 안이한 생각이 찾아왔다. 주말이면 피로에 지친 몸을 좀 뉘었다가 아기 없을 때 좀 많이 다녀놓자는 심산으로 인근 산이며, 바다며 놀러도 자주 다녔다. 아기가 없으니 누릴 수 있는 자유라며.    


그렇게 이태가 지났다. 그동안 열심히(?) 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과업에 소홀한 것도 아니었는데 여전히 소식이 깜깜했다. 어느덧 남자 나이 43살, 여자 나이 37살에 접어들고 있었다. 아무리 잘 봐주려 해도, 어떤 각도로 보아도 우리는 ‘노산 부부’였다.     


그 사이 아내는 다니던 대학교를 퇴사했다. 격무에 시달리던 여성이 퇴사한 후 아기를 가졌다는 소식이 이따금 들려왔다. 불합리한 처우와 업무 몰방에 따른 스트레스, 제 잘난 맛에 살아가는 교수들의 갑질도 장관이었다. 공무원 신분을 내려놓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건강도 추스릴 겸, 아기도 가질 겸 10년을 근무했던 곳을 떠나기로 했다.     


아내의 퇴사와 함께 다시 담당 의사를 찾아갔다. 2년 만이었다. 시간이 지났으니 난소나이 측정과 정액을 다시 검사했다. 의사 소견은 동일했다. 여전히 두 사람 모두 건강하다는 것이다.      


‘이 정도로 이상이 없으면 아기가 안 생기는 것도 이상한 일인데...’     


의사의 혼잣말이 들려왔다. 단, 아내의 난소 나이 그래프가 급격하게 꺾여 든 게 보였다. AMH수치 자체는 나잇대 평균으로 나왔지만 여성의 가임력은 나이 35살을 지나면서 급격한 기울기로 떨어지게 된다.    

 


여성 나이에 따른 가임력 그래프. 35세 이후로 급격하게 떨어진다





“일단 배란 유도 약을 잘 드시고, 합방 시기에 맞춰 난포주사를 놔드릴게요. 임신 확률이 한층 높아질 거예요. 난임 병원을 가실 건 없어 보여요. 저도 인공수정 전문인데, 거기까진 필요 없어 보여요.”  

   

난포 주사를 제외하면 2년 전과 동일한 처방이었다. 여전히 몸에 이상은 없었지만 부부 모두 나이가 들었고 난소 가임력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인정하긴 싫었지만 현격히 기울어진 AMH 그래프가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아기를 위해 아내가 퇴사까지 한 이상 조금 더 진지해질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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