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힐링법
집을 청소하거나, 이런저런 정리할 일 들이 있을 때는 최신곡 리스트를,
집중해서 작업을 시작할 때는 클래식 음악, 특히 심포니나 실내악 쪽으로,
최고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때는 일렉트로니카, 전자음/비트가 강한 음악을,
금요일 집에 돌아와 주말 동안 쉴 생각에 즐거울 때는 힙합이나 댄스음악을,
비 오는 날 운전할 때는 센티멘탈한 발라드를.
주말 저녁, 밤으로 접어드는 그 로맨틱한 시간에는 보사노바를.
부활절 아침에는 헨델의 메시아를 들어야 하고,
기분이 정말 좋거나 정말 우울할 때는 요요마의 첼로 선율을 들어야 마음이 치유가 되고,
각종 욕설과 비방과 조롱이 난무하는 가사는 깡그리 무시하고 (정말로)
힙합이나 R&B 베이스의 음악을 들어야 몸의 찌뿌드드함이 풀리고,
때로는 Julio Iglesias나 Luis Miguel가 그 기름기 흐르는 목소리로 부르는
스페인어 노래에 마음이 흔들리고.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기왕이면 바로크 시대 음악이,
재즈 중에서도 특히 악기만으로 구성된 음악이,
기왕 같은 노래라도 영어보다는 스페인어로 부른 편이,
록 그룹 중에서도 비트에 특히 강하거나 (드럼 비트 혹은 베이스 라인이 강한) 멜로디 라인이 확실한, 그리고 같은 노래라도 accoustic이나 unplugged 버전.
‘하울의 움직이는 성’주제가를 들으면 내가 하울의 손을 잡고 상공을 걷는 것 같고,
‘미션’의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들으면 그 폭포가 마음속에 떠오르고,
내 안에서 뭔가 나사가 좀 느슨하거나 꼬여서 답답할 때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을 들으며
나 자신을 조율하고,
Linkin Park 하고 Jay Z의 컬래버레이션 앨범을 들으면
그 어떤 어려움(?)이나 험한 세상이라도 맞서 나설 자신이 샘솟고,
에반게리온에 삽입된 Fly me to the moon을 들으면 한도 끝도 없이 녹아버리면서
정말 달나라까지라도 훌훌 날아가고픈.
힐링이라 하면 뭔가 거창해한 일이어야 할 것 같지만,
이토록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자신을 다독거리는 것 자체가 실상 최고의 힐링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힐링법을 놔두고,
나는 왜 몇백 기가 바이트에 달하는 음악을 고이 모셔만 놓고 (생각보다) 자주 안 듣는 걸까요?
(아 나도 정말 인간의 심리를 더 잘 알고 싶다... 심리학자 맞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