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소월 Sep 07. 2020

남페미의 계기 (1편)

페미니즘을 접한 계기

16년 5월 강남의 한 화장실에서 남성이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1) 페미니즘 리부트 


15년도 메르스 갤러리와 16년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대중적으로 페미니즘이 빠르고 강하게 확산되었고 이 시기를 페미니즘 리부트라고 부른다. 나 역시 이 시기에 큰 영향을 받았다. 


남성인데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주로 묻는 질문은 어쩌다가 페미니즘을 하게(?) 되었냐는 것이다. 이 질문을 숱하게 받았는데 묻는 사람들은 나쁜 의도를 갖고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정말로 궁금해서 묻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강남역 살인사건이라고 답했다. 




2) 페미니즘을 접한 계기: 지인


강남역 살인사건이 터지고 동생과 엄마와 걷는 도중 동생은 강남역 살인 사건은 여성 혐오 범죄이지, 묻지마 살인사건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 당시 뉴스에서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어떻게 볼 것인지 논쟁 중이었다. '여성 혐오 범죄vs묻지마 범죄'의 대립은 많은 전문가들이 나와서 따지고 드는 성질의 싸움이 되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여러 여성주의 전문가가 나와서 이는 여성 혐오 범죄라고 명명했으나, 실상 이들의 언론 노출은 적었고 반대로 묻지마 범죄라고 주장하는 인물의 발언에 더 주목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유명했던 표창원조차 이를 묻지마 범죄라고 주장했고 많은 사람들은 이를 인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동생에게 여성 혐오 범죄라는 단어를 듣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 생긴 의문은 대체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여성 혐오 범죄라고 할까',였고 그 뒤 의문은 그렇다면 '여성 혐오란 무엇인가'였다. 마침 운 좋게도 친한 친구의 지인이 페미니즘 스터디를 하고 있었고 건너 건너 나는 친구에게 질문했다. 


그리고 내가 얻은 결론은, '여성 혐오'란 '제도적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이라는 것이다. 강남역 살인 사건이 왜 여성 혐오 범죄인지 깨달았고 이후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페미니즘을 접한 순간 이후를 보통 빨간약을 먹었다고 표현하는데 나에게는 여성 혐오라는 단어를 깨우친 순간이 바로 그날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바로 페미니스트로 스스로 정체화하고 실천했던 것은 아니다. 이후에도 끊임없이 되묻고 행동을 고치고 이전에 했던 행동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첫 시작은 언제나 이날로 기억하고 있다. 



(2편에서 계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