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남성 페미니스트

라이킷 11 댓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장소월 Sep 11. 2020

이기적인 남자의 섹스 방법

페미니즘, 이후의 섹스 (2편)

시스젠더 헤테로 남성이 페미니즘을 접한 이후 섹스에 대해 고민하는 글

*이성애 관계와 섹스를 담고 있는 글임을 밝힙니다.

1편 - 페미니즘, 이후의 섹스 (1편) '남성 위주의 섹스'

https://brunch.co.kr/@psnw14/9

섹스를 했다, E랑.

E는 애인이 아니었는데 섹스를 한 첫 번째 상대였다. 섹스를 하기 전 설렘도 있지만 두려움이 더 컸다. 혹시 내가 하는 섹스가 이상하면 어쩌지? 난 어디서도 섹스를 배워본 적이 없는데, 이게 적절한 방식이 아니면 어쩌지? 이런 고민을 한 이유는 오랜 연애를 끝으로 한 번도 다른 사람과 섹스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섹스야 말로 누구에게나 가장 비밀스럽고 사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라는 것을 그때 다시 한번 깨달았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기본적인 코스로 애무가 이루어졌다. 키스하고 천천히 옷을 벗기고 애무하고, 당연히 콘돔은 준비했고 어느새 둘 다 알몸이었다. 준비가 된 것이다. 삽입 직전 E는 나에게 오랄 섹스를 해주었다. 첫 섹스임에도 적극적으로 애무해주는 E가 (먼저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조금 민망했었는데) 고마웠다.

이미 섹스하기로 이야기를 했었고, 콘돔은 바로 옆에 있었고, 그렇기에 입으로 하는 애무를 그렇게 오래 받을 생각은 없었다. 적당히 받고 이제 섹스를 할 예정이었다. E가 고개를 들었고, 나에게 물었다.

"몇 분이나 더 할까요?"

두 번의 긴 연애 후, E는 나의 세 번째 섹스 상대였다. E도 마찬가지로 내가 세 번째였다. E는 외국에서 10년 이상을 살다가 한국에 들어왔는데, 그곳에서 첫 번째 연애를 길게 했고 한국에 들어와서 나를 만나기 전 몇 번 섹스하는 남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첫 번째 연애를 했던 남성이 오랄 섹스를 최소 10분씩 시켰다고 한다. 그러니까 시간을 재듯이 '오늘은 10분 동안', 또는 '몇 시까지 입으로 해줘', 또는 '사정할 때까지 해줘', 이런 식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사정을 한 번도 빨리? 한 적이 없어서 사정할 때까지 오랄 섹스를 하면 그날은 하루 종일 턱이 빠지듯이 아팠다고 한다.

E는 섹스에서 그렇게 좋은 기억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잠시 섹스한 나이 많은 남성은 입으로 애무를 받을 때 담배를 피우고 연기를 꼭 얼굴에 뿜었다고 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남성들은 다들 섹스를 어떻게 하지?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섹스를 어떻게 했지? 혹시 나도 그렇게 이기적으로 섹스하지 않았을까.

E와의 섹스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서로 무언가 맞지 않다고 느꼈는데 그게 무엇인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대신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내가 남자와 섹스를 해보지 않았으니, 다른 남성은 어떤 식으로 섹스하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