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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소월 Oct 10. 2020

남성을 위한 섹스 매뉴얼

*해당 글은 한국에 사는 (이성애자) 남성을 위한 섹스 매뉴얼이다.



무례한 섹스를 하는 사람이 많다. 모든 남성이 읽고 숙지하길 바란다.



섹스를 앞둔 남성 모두에게 이 매뉴얼을 권한다.



혼자서만 만드는 것이 한계가 있으니 다른 누군가와 함께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런 매뉴얼이 더 많이 만들어져서 다들 안전하고 행복한 섹스를 할 수 있길 바란다.




1. 사전 동의

모든 섹스는 사전 동의로 시작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성폭력 범죄 성립 요건은 '저항'이다. 그러니까 피해자가 저항을 해야지만 성폭력으로 인정된다. 참 웃긴 성립요건이다. 반대로 폭행에서 '저항'이 필수 성립요건이면 어떻겠는가. 누가 나를 미친 듯이 때렸는데 내가 저항하지 않았다면? 그럼 나는 저항하지 않았으니 그 폭행에 동의한 것이고 가해자의 범죄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서양의 선진국들은 성폭력 범죄 성립요건을 '사전 동의'로 개정한다. 그러니까 사전에 성관계를 하겠다는 명백한 동의가 없다면 모든 성관계는 성폭력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당신도 섹스를 하기 전에는 '사전 동의'를 필수로 해야 한다. 물론 분위기를 사전 동의 없이 상대와 섹스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급한 와중에도 물어봐야 한다.


"너는 나와 지금 섹스하고 싶어?"


질문하는 것이 참 웃기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문제다. 성 엄숙주의에는 반대하지만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특히 여성에게는 섹스란 위험하고 안전하지 않은 행위이다. 그러니 이 질문에 여성이 선뜻 대답하지 못하거나 망설인다면, 어떤 지점에서 망설였는지 되묻길 바란다. 여성 본인도 모르거나 섹스하기에 조금이라도 걸리는 지점이 있다면 그날은 패스하고 다음에 섹스를 하길 바란다.


만약 그런데도 불구하고 섹스를 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강요이며 성범죄라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2. 콘돔

콘돔은 무조건 필수다.


사정 직전에 뺀다느니, 안전한 날이잖느냐 등등 개소리는 사양한다. 콘돔은 원치 않는 임신과 성병 예방에 필수적이다. 어처구니없는 통계를 봤는데 콘돔을 끼지 않고 섹스하는 비율이 30~40%라고 한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콘돔을 자주 안 낀다는 사례가 만연하다. 여성은 콘돔을 끼기 싫어하는 남자친구를 위해 피임약을 복용한다. 이런 남성은 최악이다.


콘돔을 준비하지 않는 남성? 끼지 않는 남성? 섹스할 자격이 없다.


*러브젤(섹스용 젤)

러브젤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섹스 중 통증이 있다면 러브젤을 준비하자. 이색적인 섹스를 즐길 때도 적절한 도구이다.



3. 청결

제발 씻자


청결이 필수인지 말하는 것이 민망하다. 그런데 실제로 청결을 고려하는 남성이 별로 없다. 화장실만 가도 손을 안 닦는 남성이 대부분이다. 나의 뇌피셜 통계로 4명 중 1명만 볼일을 본 후 손을 닦는다. 코로나 이후로 손을 잘 씻는 것처럼 보이더니 요새는 또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다들 안 씻는다. 그러니 섹스할 때는 또 어떻겠는가. 제발 청결을 고려하자.


모텔에서 섹스를 한다고 가정한다면 분명 섹스 전에 씻을 거다. 모텔에 입장하자마자 흥분에 사로잡혀 바로 섹스를 하고 싶다면, 그런 상황이더라도 손만이라도 꼼꼼히 씻고 시작하자. "잠깐만! 나 손 좀 씻고 올게!"라고 분명하게 말하자. 그게 아니라면 섹스 전에 꼼꼼히 잘 씻자. 양치, 손, 발, 성기, 몸 구석구석, 귓등, 등등 (이걸 왜 알려줘야 되지 싶다) 잘 씻길 바란다.


손톱

손톱을 깎자. 미리 전날에 깎고 와야 한다. 아니면 애무할 때 다친다. 그 긴 손톱으로 당신의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서 긁는다고 생각해보자. 비위생적이고 위험하다. 역지사지를 하기 전에 미리 상대방의 입장을 공감하는 남성이 되자.


털털한 남자

서양에서 여성은 브라질리언 왁싱을 한다. 남성도 자주 한다. 굳이 한국 남성에게 브라질리언 왁싱을 추천하지는 않겠다(하면 좋다). 물론 하면 깔끔하고 오랄 섹스든 뭐든 청결하고 좋다. 브라질리언 왁싱이 부담된다면 털이라도 관리하길 바란다. 여성의 털에는 민감하면서 자신의 털에는 당당하다. 겨드랑이도 밀고 뭐 다 밀라고 하진 않겠다. 다만,


배털? 가슴털? 다리털? 등등. 털이 멋지게 난 사람이 아니라면 같은 남자가 봐도, 아니 당신을 낳은 부모가 봐도 그렇게 유쾌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과감하게 다 밀자. 털털한 남자에서 벗어나서 깔끔한 남성이 되자.


작은 바람으로 청결은 섹스할 때가 아니더라도 지켜주었으면 한다.



4. 단계별 스킨십

단계별 스킨십에 따라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뽀뽀 키스 가슴 엉덩이 성기 애무 오랄 섹스 특이 취향 등등. 다 얘기를 하고 언제 할지 정하는 것이다. 본인의 성적 취향을 말하기 어렵다면 그전에 둘이서 세분화된 스킨십에 대해 각각 얘기를 나눠보는 것을 권한다. 그렇게 된다면 예시로 이런 결론이 나올 수 있다.


뽀뽀나 키스는 분위기 타서 해도 좋음. 가슴을 만지는 것은 내가 만지라고 할 때 가능함. 키스 넘어서 터치가 있는 스킨십은 무조건 호텔(모텔)에서만 했음 좋겠음. 옷을 다 벗기는 것, 또는 애무 역시 내가 하자고 할 때 했으면 좋겠음. 섹스는 아직 생각 없고 너를 오랄섹스 해줄 생각도 현재 없음. 이건 내가 괜찮아지면 말하겠음. 그 이전에는 먼저 해달라고 말하지 않길 바람.


이렇게 여성의 입장을 파악할 수 있다. 남성 역시도 본인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섹스를 하고 현타가 왔는가? 그것은 본인 역시 섹스에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자신의 감정 상태를 모르고 그냥 섹스를 시도한 것이기 때문이다. 남성이라고 언제나 섹스하고 싶은 것은 아니란 걸 깨닫길 바란다. 본인의 마음이 언제 가장 편한지, 언제 '진정으로' 하고 싶은지 잘 생각하길 바란다.



5. 마무리

이렇게 사전 매뉴얼을 마친다. 이건 사실 너무나 기본적인 내용이지만 이것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아서 글로 써본다. 이후의 섹스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니 서로 대화를 많이 하고 이것저것 많이 시도한 후에 맞는 섹스를 즐기길 바란다.


또한 여성은 남성보다 섹슈얼리티에 사회적 제약이 많다. 성경험을 드러내거나 섹스에 대해 말하기가 남성보다 어렵다. 여성에게 섹스에 대해 물어봤는데 잘 대답하지 않는다는 건, 막연하게 이런 대화가 필요 없어서 하기 싫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떻게 말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때의 모른다는 건 당신이 아직 신뢰가지 않아서일 수 있다. 그러니 더 신뢰를 얻고 여성이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섹스는 즐겁기만 한 것이 아니다. 남성 위주의 섹스만을 즐겨온 남성은 섹스가 즐겁기만 할 수 있다. 여성을 위한 섹스를 실천한다면 섹스는 때때로 중노동이 될 수 있다.


섹스를 쉽게 생각하는 남성은 꼭 명심해야 한다. 너희의 사정을 목적으로 섹스하지 말고 여성의 오르가즘을 목적으로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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