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소월 Aug 30. 2020

관짝 소년단과 샘 오취리

한국의 인종차별주의자들

한국은 유독 인종차별 문제에서 예민한 감수성을 허락하지 않는다. 플로이드의 죽음 이후 또다시 미국과 국제 사회 이슈가 된 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이지만, 한국 사람에게는 머나먼 이국의 이슈일 뿐이다.



1. 피부색

관짝 소년단을 패러디하는데 왜 얼굴을 검게 칠했을까. 의정부고 학생들은 "왜냐면 그들이 흑인이니까, 조금 더 정확하게 재현하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의정부고 학생들은 관짝 소년단의 특징을 흑인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정말 '흑인'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을까? 아니다. 그들은 노래와 춤, 매력적인 문화 때문에 유명해진 것이다. 왜 학생들은 흑인에 초점을 맞췄을까.


2. 인종차별

인종차별적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언맨으로 토르로 변장하고 엘사로 변장할 때 우리는 얼굴을 희게 칠하지 않는다. 성룡을 재현할 때 노란색으로 칠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블랙 펜서로 변장을 한다면? 그때도 칠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때 얼굴을 검게 칠한다면 그건 인종차별적 재현이다. 관짝 소년단으로 변장할 때도 마찬가지다.   


3. 인성 공격

샘 오취리가 관짝 소년단을 패러디한 의정부고 학생들을 문제 삼았다. 그러자 한국인들은 오취리를 공격했다. 이전에 그가 잘못했던 일들을 가지고 와서 나열하기 시작했고 비꼬고 조롱하기 시작했다. 물론 오취리가 잘못한 행동을 했다면 그가 그 문제에 대해서 사과하는 게 맞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오취리의 예전 과거를 들춰냈는가. 왜냐면 감히 오취리가 한국을 문제 삼았으니까. 이번 사건을 통해서 한국의 미성숙한 태도가 그대로 드러났다. 잘못된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반성하면 되는데, 우리는 대신 오취리의 예전 잘못을 들춰냈다. 그리고 그가 당시에 잘못했다고 해서 지금의 발언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해자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타인의 지적이 마음에 안 들면 지적한 사람의 인성을 붙잡고 늘어질 때가 있다.


4. 대표성

관짝 소년단 본인이 이 문제는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자 많은 한국인이 또다시 샘 오취리를 공격했다. 그런데 그가 흑인 전체를 대표하는가. 그렇지 않다. 어느 백인이 BTS로 분장한다고 얼굴에 노란색으로 칠했다면 어떨까. 명백한 인종차별이다. 그런데 BTS 중 누군가가 괜찮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얼굴에 노란색을 칠한 행동은 무죄가 되는가. 아니다. BTS가 모든 한국인을 대표하진 않는다.


5. 의정부고 학생들의 잘못

나는 그들이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했지만, 그렇다고 KKK 같이 명백한 의도를 고 행동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모를 수 있다. 배우면 된다. 그래서 그 "이후의 태도"가 중요하다. 그런데,,


6. "이후의 태도"

이 문제를 인종차별로 보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심지어 다른 고등학교에서 또다시 관짝 소년단을 패러디한다면서 얼굴을 검게 칠했다고 한다. 오취리는 여전히 공격을 받고 있고 한국에서의 '검게 칠한 얼굴'은 인종차별이 아니다, 라는 담론을 갖게 되었다. 용기 낸 순간이 무색하게 아무도 반성하지 않는 한국을 오취리는 어떤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7. 결론

이렇게 당연한 인종차별조차 인식하지 못하다니, 못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런 담론도 만들어지지 않고 이렇게 문제가 끝나다니. 참담한 심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아리 선배의 지레짐작 세계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