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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소월 Dec 19. 2020

오프라인에서는 남페미를 본 적이 없어요.

남페미는 죄다 SNS에만 있다. 오프라인에서 본 적이 없다.


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자주 보인다. 트위터를 자주 하지 않아 자세한 사실은 모르지만 지인에게 물어보면 네임드 남페미들이 트위터에 많이 포진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재밌는 건 사건 사고도 많이 일으킨다.


이렇게 SNS에서는 난리인데 다들 오프라인에서 남페미를 보았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페이스북의 남페미

예전에 내가 알던 남페미도 다 사라졌다. 나는 주로 페이스북으로 소식을 접했다. 그중 3~4년 전에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유명했던 기린? 캐릭터로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 있었다. 군대에 가서도 꾸준히 페미니즘 만화를 그려서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 여자 친구를 폭행하고 성추행?을 저질러서 사과를 하고 사라졌다.


이런 일들이 SNS에서는 많다. 그리고 지금 내가 쓰려는 건 SNS 남페미는 다 이상하다!, 또는 남페미는 믿으면 안 된다, 남페미는 범죄자다, 라는 게 아니다. 그냥 그런 일들이 많았다고. 많았으니 일반화해도 되지 않냐고 묻는다면, 글쎄.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지적하는 것은 올바르다. 다만 그 사람이 잘못했고 그가 남자이니 모든 남성은 어쩌다 하는 것은 괜찮을까. 이렇게 적으니 마치 안티 페미니스트의 언어 같다. 이 말을 오해하지 말고 조금만 더 글을 읽어주길 간곡히 요청하는 바이다.



활동가란?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남페미 중에, 일단 활동가들이 있다. 활동가란 무엇일까. 인권운동가가 영어로 무엇인가? Human Rights Activist이다. Activist는 무엇인가? 운동가? 바로 활동가다. 쉽게 말하면 ngo 단체나 여러 분야에서 인권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페미니즘, 퀴어, 장애, 복지, 난민, 환경, 동물권 기타 등등. 특히 활동가는 본인이 몸담고 있는 곳의 의제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공부한다. 장애계에 있다고 페미니즘을 모르지 않고, 페미니즘계에 있다고 동물권에 무지하지 않다. 그리고 이곳에서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지정성별 '남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들은 페미니즘 교육과 실천, 정책 등을 만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것은 그들의 직업이기도 한다.



그런 남성 활동가에게

이 남성 페미니즘 활동가에게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온라인에서 수많은 범죄자 남페미들을 만났어요. 그러니 모든 남페미는 범죄자입니다." 일단 대면 상태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가끔씩 이런 뉘앙스로 바로 앞에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주변에서 제지하긴 하지만, 옆에서 볼 때 조금 민망하고 불편해지기 마련이다. 그 말을 들은 활동가는 밤낮을 페미니즘에 매진하는 사람인데 그런 말을 듣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밤낮을 매진하지 않더라도, 페미니즘계에서 일하는 사람을 그렇게 쉽게 판단할 수 있을까. 만약 그 사람이 잘못된 발언을 하거나 행동을 하면 그것을 지적하는 것을 옳다. 그리고 이건 여성 페미니즘 활동가여도 당연히 지적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단지 '남성'이라고 곧바로 그 사람을 빻은 남자라고 단정 짓는다면, 이것은 올바른 여성주의적 실천일까?



전략적인 방법

물론 메갈 이후 미러링과 여러 방법으로 페미니즘 인식론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런 방식으로 페미니즘 리부트가 일어났으니까.


그렇다고 언제나 미러링으로만 페미니즘을 실천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럴 때에는 오프라인에서 본 남성 페미니스트들을 단정짓는 것보다는 그들을 긍정적인 모습으로 가시화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남성도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가시화하는 것. 보여주는 것만으로 어떤 의미를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도리어 오프라인에서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드러나길 바란다.


세상에는 쓰레기 같은 남자밖에 없어, 에서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남자도 있구나, 로 나아가야 한다. 지저분한 문화와 언어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여 정화하는 것처럼, 가시화함으로써 안티 페미니즘에 대항한다. 물론 온라인에서처럼 잘못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드러내서 "아 저런 모습의 남성처럼 보여도 되겠구나" 라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것만으로 기여가 크다고 생각한다.


혹시 이것을 여성의 자리를 뺏는 것 아니냐라고 하진 않을까 우려된다. 물론 그러면 안 되지만, 현재 오프라인에서 남성 페미니스트를 본 적이 없지 않은가? 심지어 활동계에서도 남성 페미니스트는 그렇게 수가 많지 않다. 그러니 가시화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그래서 남페미는 어디 있어?

활동계에 있고, 대안학교, 성공회대나 다른 대학 페미니즘 동아리, 퀴어 동아리 등에 있다. 내가 본 것은 거의 이 정도이다. 또는 정당계에서 운영하는 여성주의 소모임 등. 사실 이런 곳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대체로 남성인데 페미니즘을 실천하고 공부하는 사람을 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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