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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소월 Sep 02. 2020

올바른 언어 습관에 대하여

대화하기 불편한 사람들

대화하기 불편한 사람들이 있다. 특히 이런 사람들은 만난 지 10분 안에 파악이 된다. 그 사람들의 특징 두 가지를 살펴보겠다. 혹여 자신이 그러지는 않는지 되돌아보는 것을 첫 번째로 한다. 이것이 완료되었다면 두 번째로는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고 공동체 내에서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안을 고민해보자. 그 고민을 함께 하고자 글을 써보았다. 




대화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편의상 빌런이라고 하겠다. 


1. 말 많은 사람 (주둥이)


모든 대화는 티키타카다. 탁구공이 이리저리 오고 가듯 내가 말을 걸면 상대방은 대답하고, 나도 이에 대한 또 다른 답변을 준다. 이게 대화다. 그런데 말이 그냥 많은 사람이 있다. 빌런은 마치 TED 강연처럼 혼자서 15분을 떠든다. 


여러 명일 때는 더욱 피곤하다. A가 말하고 빌런이 5분 대답하고 B가 말하고 빌런이 10분 대답한다. C가 말하고는... 결국 1시간 동안 대화가 진행되었을 때, 빌런이 발언권의 85% 이상 차지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의 대화법은 이렇다. 예를 들어 "어제 친구랑 치킨을 먹었는데 맛있었어."를 말한다고 했을 때,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제 그 A라는 친구 있잖아. 걔랑 어제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아! 그때 그 뭐냐 나랑 술 먹다가 혼자 취한 애. 걔가 그때 나랑 먹고 다시는 술을 안 먹는다고 했는데, 어제 또 술을 먹자네. 나참 그래서 고깃집을 가려고 했는데 내가 무한리필은 싫어해서, 아 또 어제 마침 소주가 안 땡기더라고. 걔가 삼겹살을 먹자고 계속 조르는 거야. 나참 삼겹살이랑 맥주는 진짜 아니잖아. 그래서 내가 맥주랑 뭐 먹을 거 없나 하다가 아 치킨을 그냥 가볍게 먹자고 했지. 그래서 거기를 갔는데 와 내 고등학교 친구를 우연히 본 거야. 그때 나랑 한참 친했는데 지방으로 일하러 가서 자주 못 보는 애. 걔 생각 안 나냐. 너가 저번에 인스타에서 보고 거기 어디냐고 했었잖아. 그래 그 호수공원에서 찍은 사진. 거기 왼쪽에 있던 애가 바로 어제 만난 고등학교 동창이야. 근데 걔가 지네 대학 친구들이랑 여기를 놀러 온..." 


거의 이런 식이다. 의식의 흐름 기법이면서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 내용이다.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한 번에 한 가지를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람이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맥락에서 이 대화를 꺼냈는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심지어 본인도 모른다. 왜냐하면 한번 말할 때 여러 가지 아무런 의미 없는 내용이 뒤죽박죽 섞여 있으니까. 


방금 한 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서 줄여봐,라고 요청했을 때 줄이지 못한다면, 보통 횡설수설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입을 닫을 타이밍은 애초에 지났다. 

 


2.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 (맥락 납치꾼) 


모든 대화는 맥락이 있다. "지금 비가 오네." 두 명이서 똑같이 이렇게 말했다. 한명은 젖기 싫어하는 사람, 다른 한 명은 비가 올 때 장화를 준비한 사람이다. 이 둘의 맥락은 다리다. 이들이 비가 온다고 말했을 때 여기에 대한 대답 역시 다르다. 올바른 맥락에는 올바른 답변이 있다. 첫 번째 사람에게는 "어떡해 내가 옷 빌려줄까?"가 적당하고, 두 번째 사람에게는 "나도 슬리퍼 있는데 같이 밖에 나가볼까?"가 알맞은 답변이다. 


그런데 이걸 모두 무시하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어 빌런은 영화광이라서 영화에 대해 아는 척하고 싶다. 그는 얼마 전에 크리스토퍼 놀란의 <TENET>을 보았다. 그는 상대방이 어떤 이야기를 하든 이 영화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 한다. 


"요새 코로나가 너무 심해서 영화 본지 한참 됐어. 마지막 영화가 올해 2월에 본 영화라니까." 


이 말의 뜻은 코로나로 인해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알맞은 답변은 모두가 알리라 예상한다. 그런데 빌런은 여기에 이렇게 답한다.


"맞아. 나도 그런데 이번에 내가 <테넷>을 봤단 말이야. 이거 이해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데 막상 다 보고 나니까 내가 전부 이해가 되더라고. 이 영화는 말이야..." 


빌런은 이렇게 맥락에 맞지 않는 대화법을 실행한다. 그리고 심지어 이는 말 많은 사람과도 연결된다. 맥락은 비어있는데 심지어 말도 많다. 




빌런은 대체로 많은 문제를 동시에 갖고 있다. 말이 많고, 맥락 파악 못하며, 잘난 척하고, 횡설수설하며, 말을 끊고, 경청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부족한 거야 너무나 많지만, 가장 먼저 수정해야 되는 것은 티키타카 같다. 17초 법칙이 있다. 17초가 지나면 상대방의 말에 집중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모든 말은 17초를 넘기면 안 된다. 티키타카만 해도 대화가 가능해진다. 각자 말이 짧아지니 말이 많을 수 없고, 맥락도 조금 중요시하게 된다. 




안전하고 즐거운 대화를 위하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빌런은 영웅이 결국 물리치기 마련이니, 현재 고통스럽더라도 조금만 참고 함께 힘 내보자. 우리가 함께 영웅이 되어 사태를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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