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녀가 생각이 난다.
5시 동이 트기 전 현재 4시가 지나고 있는 이 시각 하루 중 가장 어두운 시간 그녀가 생각난다.
지금은 저 넘어에서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휴식을 취하는 그녀가 생각이 난다.
우리 둘은 손을 잡고 어두운 동굴을 걷고 있다.
그녀는 그냥 내 손을 잡고 나는 칠흑 같은 어두운 동굴을 더듬더듬 한 발짝 한 발짝 걷고 있다.
우리가 잘 가는 게 맞는가 싶다가도 서로 상황이 왠지 모르게 서글퍼져 아무 말 없이 바라보다가 다시 걷게 된다.
단순히 난 그녀가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노는 걸 보고 싶다.
돈걱정 집걱정 여러 가지 걱정은 그냥 내가 다하고 그녀는 하고 싶은 거 하고 놀고 싶은 거 놀게 하고 싶다.
그런데 지금 그렇게 할 수가 없고 그렇게 하려고 하지만 일들이 순탄하게 풀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여러 가지 일들이 예전보다 더 꼬이고 잘 안 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 긍정적이고 싶지만 몇 달 동안 하는 일들이 모두 잘 안되다 보니 긍정이란 불꽃은 점점 작아지게 되더라.
어둠 속에서 그녀는 나의 상황을 가끔 묻는다.
'괜찮아?'
눈에서 눈물은 나지만 나의 모습은 그녀에게 보이지 않기에 난 최대한 밝게 대답한다.
그녀가 오직 나의 상태를 알 수 있는 건 나의 목소리뿐이니까
'끄떡없지!'
빨리 나도 빛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다.
난 어두운 길을 가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