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도 너무 미안하다.
어제 회사 내 자리 옮기기에 너무 지쳐있던...
파트 내 공용물품 정리에 땀도 많이 흘리고 하루종일 일에 시달린 그런 날.
퇴근 후 다시 집까지 2시간 걷고 지하철 타고 뛰고 기차 타고 또 걷고.....
그리하여 역전에 왔는데 비가 많이 왔다.
와이프는 우산 못 챙긴 날 데리러 온다며 부랴부랴 애기와 함께 역 앞으로 왔다.
애기가 차에서 내려 나에게 달려왔다.
뭔가 아쉬울 것 같아 역 안에 구경시켜 줄 겸 도넛가게를 가자고 제안했고 애기는 엄청 좋아했다.
하지만 늦은 시간이라 도넛은 모두 팔려 재고가 없었다.
우리 세 식구는 다시 차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차에 타려는데 애기가 말했다.
"우리 산책해요"
이 말을 듣자마자 육체적 피곤이 몰려들며 짜증이 확 나버렸다. 나도 모르게 인상이 써지고 말했다.
"집에 가서 쫌만 쉬었다가 공원으로 산책 가자"
와이프는 못마땅한 얼굴로 본인이 애기랑 집까지 걸어간다며 가버렸다.
난 차를 끌고 집으로 와서 혼자 초코칩을 한통 다 먹어버렸다.
이게 저녁이라니.... 이 딴 게...
기분도 저녁도 마무리도 다 망처 버렸다.
와이프는 오자마자 애기가 씻는 사이 나에게 말했다. "얼굴이 굳은 거 보니 정나미가 떨어졌다. 다시 그러지 마라"
소변 마려운 것도 참고 기차 놓칠까 봐 뛰어온 난 생각 안 하고 그리 말하는 게 너무 싫어 대꾸도 안 했다. 싸울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날 난 좀 반성했다. 와이프에게 미안한 게 아니라 우리 딸에게 미안했다.
그녀는 아침 8:30부터 저녁 6시까지 답답한 어린이집에서만 있을 텐데 그래서 잠깐이라도 산책을 하고 싶었을 텐데..... 아빠라는 사람이 그거 하나 못 참고 화가 났던 거였다.
아직 난 철이 없나 보다.
담에 또 산책 가자고 하면 바로 대답해야지
"좋은 생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