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순리 Sep 11. 2020

<마주 보는 한일사>를 읽으며

한일 화해를 어떻게

            

<마주 보는 한일사>(2006년, 사계절)는, 한국의 전국 역사교사모임과 일본의 역사교육자협의회가 함께 기획하고 집필하여, 두 나라에서 공동으로 출판한 역사책이다. 


‘화해와 공존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타이틀이 말해주듯이, 양 나라의 교사분들이 함께하여 그 공유된 결과물을 세상에 내었다는 것은 정말로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서문을 읽으니 이분들이 이 책을 출간하는데 얼마나 세심한 공을 들였는지 알 수가 있었다. 


‘최근 5년 동안 양국의 역사교과서를 검토하면서 단어와 문장 하나하나에 세심한 배려를 기울이며’,

‘두 나라의 교사들이 교류하면서 공유한 역사 인식을 담으려 노력’음이 마음으로 전해진다. 


 그러는 한편,

 “고대 국가 발생에 대해……왜구에 대한 의견도 서로 달랐기 때문에 각자의 입장에 따라 원고를 쓰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조선통신사는 두 나라 필자들이 함께 하나의 글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라고 하고 있듯이, 이 책을 만드는 과정에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음이 느껴진다. 

다른 시대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 말할 수 없다 하더라도, 고대사 전공자의 입장에서 보면, 양 나라의 역사적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예컨대,


 “백제의 금동 미륵상과 일본의 목조 미륵상은 너무나도 비슷하다. 닮은 점은 말로 표현할 필요조차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가만히 보고 있으면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한다.……”(80쪽)


와 같이 두리뭉실한 기술들이 많다. 이는 사실상 갈등의 소지를 우려하여 일부러 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 ‘각자의 입장’이 조율되지 못한 것이고, 합의를 이루어내지 못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현상황에서의 최선'이기도 하면서, 또 앞으로 이루어 갈 과제의 영역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이렇게 한일 양국이 함께 하여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만들어 내었다는 점이다. 

한일 역사 교사분들의 노고에 대해 진심 어린 감사를 드려본다.    



해석이 분분한 역사를 다루어 교과서로 만드는 작업에, 그 누구 한쪽의 의견이 주도적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할 일 일 것이다. 

하물며 한일 공동 역사교과서를 만든다는 것에서는 이루 말할 나위가 없다. 


'애국주의적 계몽', 즉 애국심의 고취가 역사 교육의 목적이었던 독일의 이념을  일본이 받아들였고, 그 일본을 통해 한국이 받아들였다.

이것이 일국사(一国史), 자국 중심의 역사 기술, 역사 교육의 현장에까지 아직까지 적용되고 있다.


'국민 의식'의 교육에 대한 책임을 안고 있는 역사가들은, 국가의 녹을 먹으며,  국가가 지향하는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 현상황이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 사학계의 한일 역사 연구자들이 모여 서로의 나라를 여러 차례 함께 답사하며 공동 연구를 진행했건만,

'양국의 현상황을 반영하여', 그 결과는 각각의 보고서 형태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일 화해’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니, 


“사태는 훨씬 심각하고, 또 일상적이고 구체적”, “화해 등을 그렇게 간단히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하시던 윤건차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한일 화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상대의 잘못을 주장하기보다 남북한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의 공동체적 감각을 키워야 한다. 

한국에 대해 말한다면 일본에 반성과 사죄를 계속 요구하면서도 그것이 성취될 것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행동거지를 바르게 하면서 남북의 평화적 통일을 이루어 풍요롭고 따뜻하면서도 상쾌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일본에 대해서 말한다면 역사의 사실을 알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특히 젊은이들의 역사인식을 재구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재일조선인의 인권옹호와 남북의 융화, 남북통일을 돕고 한반도를 하나로 생각하는 사고를 중시해야 한다.(윤건차 <교착된 사상의 현대사>)          


재일교포 2세로 일본에 사시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한일 화해라는 문제를 그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고민하셨을 선생님의 마음이 전달되는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아시아 역사’에 한반도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