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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리 Oct 09. 2020

'마음'의 문제는 왜 대두되었나?

고대 일본인의 '마음'문제 1

 인류가  ‘마음'의 문제를 묻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분명 ‘마음'이라는 문제가 어느 시점에선가 그 지역(국가)의 민중의 의식세계에 대두되었던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고대 일본의 사료 속에서 그 ‘마음’에 주목하게 된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일본 영이기(日本霊異記)>(9세기 초 성립)의 서문을 통해 편자 게이카이(景戒)는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다.   


“……부디 바라건대 이 보잘것없는 글을 보는 자, 하늘(天)에 부끄럽고 사람에게 부끄러워 하여 잘 참고 잊으며, 마음의 스승이 되고, 마음을 스승으로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心の師と作りて, 心を師とすることなかれ). 이 공덕에 의해……널리 군생(群生)에게 베풀고 함께 불도(仏道)를 이루려 한다.……”(中권 序)   

  

게이카이는, ‘마음의 스승이 되고’ 즉, 자기의 마음을 잘 유지하도록 유의하고, ‘마음을 스승으로 하는 일이 없어야’ 즉, 마음에 현혹되어 그대로 행동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열반경(涅槃経)>의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불교 전래에 의해 개개인의 마음을 묻게 되었다. 마음의 문제가 대두되었다"(三浦佑之 <日本霊異記の世界>)라는 지적이 있다.   


그 밖에도 <곤쟈크모노가타리슈>(12세기 초 성립)를 들여다보면,     

 “지혜 없는 금수(鳥獣)라 할지라도 본래 주인을 아는 것이 이와 같다. 하물며 마음이 있는 사람은, 사정을 분별하여 오로지 친한 사람을 위해서는 친절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전해져 온다.”(29-34), 

“짐승이라도 은혜를 아는 것이 이와 같다. 하물며 마음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은혜를 알아야 한다.”(29-35)

“사람은 항시 일(기능)에 의한 것은 아니다. 단지 마음의 작용이 중요하다.”(28-41) 

    

동물과도 구별되는 인간 고유의 중요한 ‘마음’의 문제가 제기되어 있다.


불교에서 인간의 '마음'은 나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욕망, 분노 등의 번뇌에 싸여있기 때문이다. 

 <일본서기>에 전하는 쇼토쿠(聖徳) 태자의 헌법 17조(推古12(604)년) 중에도 이 영향이 확인된다. 


 “마음의 분노를 끊고 표정의 분노를 버려서 사람의 틀림을 노하지 말라. 사람은 모두 마음이 있고, 마음 각각의 가짐이 있다. ……”(제10조) 


라고 하여 마음, 특히 분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후 일본에서는 관리들의 지침서 속에 “(분) 노하지 말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헤이안 중기 겐신(源信)이 지은 <오죠요슈(往生要集;왕생요집)>제1장 지옥 항(地獄項)에도

 “마음, 이것이 제1의 원수(怨)이다. 이 원수를 악(惡)으로 한다. 이 원수가 사람을 속박하여 염라에 이르게 한다.” 


 자신의 마음(=악)이 자신을 구속하여 염라대왕에게 데려온 것이라 말한다.   


15세기 말 <십왕도(十王図)>의 염라왕(浄福寺 소장) 

망자의 생전의 선악을 죠하리(浄玻璃)의 거울에 비추어 재판하는 염라(閻羅). 머리 위 지장(地藏)은, 지옥의 지배자 염라의 본지(本地)가 지장임을 가리킨다.



<일본 영이기>에는 구체적으로      

“무릇 모습은 사미(沙彌;승려)를 하고 있지만 마음을 도적질에 사용하고 있다. 혹은 탑을 만든다고 거짓말하여 사람의 재물을 청해 걷고, 물러가서는 그 처와 잡된 것을 사서 먹었다……절에 살면서 탑의 기둥을 잘라 불태워 불법을 더럽혔다.”(上27)     

“오토모노 아카마로(大伴赤麿)는 …… 자기 마음대로 절의 물건을 빌려쓰고 아직 다 갚지 못하고 죽었다. 이 물건을 보상하기 위해 소로 태어났다.……이에 제 친족과 지인들이 부끄러운 마음(慚愧心)을 일으키고 몹시 두려워하였다. 부디 생각건대, 죄를 짓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어찌 응보가 없을까 ……부디 바라건대 참괴(慚愧)의 마음 없는 자도, 이 기록을 보고 마음을 고쳐 선을 행할 것을.”(中9)     


도적질 하는 마음, 부끄러운 마음, 또 마음을 고쳐야, 고쳐서 선을 행해야 한다는 이야기 등이 일화를 통해 강조되고 있다. 마음에 대한 경계, 주의를 환기시키는 의식의 표명이다. 


지옥의 죄인을 구으로 하는 지장(地藏)<矢田寺縁起>(矢田寺 소장)

계부(繼父)와의 땅싸움으로 모친을 죽여 지옥에 떨어진 무사가, 생전에 믿고 있던 지장에 의해 구해진 이야기. 


또 한편으로는      

“야마시로 국(山背国) 기이 군(紀伊郡) 부내에 한 여인이 있었다.……천성 자비의 마음이 깊어 인과를 믿고 5계(戒)10선(善)을 지키고 산 것을 죽이지 않았다. ……”(中12)

“……마음에 자비가 있고, 재주가 남보다 뛰어났다.……홀연히 도심(道心)을 일으켰다”(<곤쟈크>19-2), 

“……마음에 자비 있고, 몸의 재주는 없었다.……세월도 점점 가고 도심을 일으켜서……상투를 자르고 법사가 되었다.……본래부터 마음에 깨달음이 있어서……”(19-3), 

“덴지(天智) 천황 시대에 도쇼(道照) 와상이라는 성인이 있었다.……깨달음이 넓고, 마음이 발랐다. 또 도심이 풍부해서 귀하기가 부처와 같았다”(11-4),      


 마음에 자비가 있고, 마음에 깨달음이 있었다, 도심이 풍부했다 등으로 불법으로 귀의한 자들의 ‘마음’이 표현되어 있다. 

이 '마음'이라는 것은, ‘악심(惡心)'에서 ‘선심(善心)’으로, 죄가 있어도 도심을 일으켜서 개선 가능한 것이었다.(<영이기>中9 <곤쟈크>19-4,6)  

   

“엔유인(円融院) 천황 시대에……아비 사는 곳에 빈번히 다녔는데, 아비의 살생의 죄를 보고 한탄하며……거느리고 있던 친한 낭도 등 50여 명이 함께 출가하였다……이를 생각하니, 출가는 기연(機縁) 있는 일이라고 하지만, 아들 겐켄(源賢)의 마음 극히 드물게 귀하다. 또 부처와 같은 성인들의 권유가 있으면 이 극악한 자도 선심(善心)으로 바뀌어 출가하는 것이라고 전해져 내려온다.”(19-4), 


이상과 같이 고대 일본인들에게 대두되었던 '마음'의 문제가 있었다. 특히 자비의 마음은 구체적으로 도심, 깨달음의 마음 등과 연결되고, 혹은 악심도 도심, 선심(善心)으로 전환 가능하다 하고, 결론적으로 출가라는 불교적 선(善)의 추구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헤이안 말기 원정(院政) 시기에는 사람의 마음에는 호토케(부처;佛)가 내재되어 있다고 마음을 긍정하는 본각(本覺;사람에게는 본래 깨달음의 근본(佛性)이 갖추어져 있음) 사상이 전파되기도 하였다. 더불어 말법(末法) 사상의 영향으로 ‘마음’에 대한 숭배가 민중 사이에 침투하기도 하였다(예 <구마노 관심 십계 만다라(熊野観心十界曼荼羅)>兵庫県立歴史博物館 소장).          


 이처럼 ‘마음'이라는 것은, 그 시대의 어떠한 배경 ― 예컨대 종교, 사상, 신념 체계, 혹은 이에 영향받은 저술 활동 등을 통해 주장, 강조되면서 의도적으로 형성된 면이 있었다는 점에 주의해 볼 필요가 있다. 

불교의 '선심'이나 '악심', 그밖에도 구전을 포함한 고전, 역사자료집 등을 통해 전해지는 교훈적 메시지 등이 우선 그런 것들이다. 

 그것이 한 시대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넘어서 종교적 가르침 혹은 '고전'으로서 가치 매겨진 힘을 통해 면면히 전승되고, 그 지역, 국가, 민중의 보편적 의식으로 뿌리 내어져 갔다는 점이다. 

'마음'은 삶의 환경조건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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