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되돌아본 직장 생활의 의미

마흔에 자아 찾기 (8)

by 이오

나의 세 번째 직장은 내가 직장 생활 중 가장 오래 다닌 곳이었다. 사람들이 좋았고 업무도 어렵지 않았다. 일이 많이 몰릴 때도 있었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또 여유 있는 시기가 왔다. 문제는 연봉 인상도, 경력 개발도 되지 않는 것이었다. 발전을 위해 이직을 결심했다.


나의 업무는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서류 합격률이 높았다. 면접이 매주 잡혔고 최선을 다해 면접을 준비했지만 1차 또는 최종에서 계속 불합격했다. 내가 봐도 서류상의 나는 실제의 나보다 너무 대단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그래도 기회가 계속 왔기 때문에 면접을 조금만 더 보면 합격할 것 같이 느껴졌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았던 때가 마지막으로 언제였는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다. 결국 한 회사에 합격했다. 회의에 들어가기 직전 합격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날의 기억도, 첫 출근하던 날의 기억도 너무 생생하다. 불과 2년 전이었으니까. 내 인생이 창창할 것만 같았다.


마지막 회사에서는 1년 반을 근무했다. 새 회사에 잘 적응하고 싶어서 지나치게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지속하기 힘들 정도로. 적응을 잘해나가고 있다고 느끼던 차에 회사에 큰 변화가 있었다. 아예 새로운 조직에서 내 경력과는 상관없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 나는 이미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였다. 그래도 다시 처음부터 열심히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건강이 급속도로 안 좋아졌고 주위 사람들의 걱정 속에서 퇴사를 결정했다.



나는 석사 과정까지 마친 후 나의 전공 범위 내에서 여러 직무를 경험했다.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치면 20년 가까이 한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퇴사를 한 후에 그동안의 경력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나에게 그동안 해온 게 아깝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전혀 아깝지 않다. 내가 세상에 대해 지금보다도 더 잘 몰랐던 고등학생 때 결정한 전공 때문에 내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좁아진다면 그게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직장 생활이 나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신축 투룸 빌라에서 전세로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그때는 8000만 원의 대출금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동안 맞벌이로 일하며 근로소득을 시드 삼아 투자에도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자산을 늘려왔다. 지금은 더 큰 대출도 레버리지로 여길 수 있을 정도로 대담해졌다. 그렇다면 나에게 돈이 남은 걸까?


여러 회사를 거치며 많은 사람들과 친해졌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인연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인연도 있지만 나의 한 시절을 빛내준 좋은 사람들이 항상 내 옆에 있었다. 나의 직장 생활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 중에 ‘내가 무슨 일을 하든 잘할 것’이라고 믿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 덕분에 자신감이 생기고 더 잘 해내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나에게 사람들이 남은 걸까?



유튜브에 공감이 가는 내용이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많은 사례를 보면, 아무 상관없던 예전 직장 혹은 예전의 커리어에서 좋아하지 않지만 좋아하려고 노력해 본 경험, 좋아하지 않지만 잘해보려고 노력한 경험이 이후 진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엄청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다못해 그 과정을 통과하며 느꼈었던 감정들, 즉 일이 너무 힘들 때 내가 무슨 마음으로 극복했었는지 좋을 땐 왜 좋았었는지, 어떻게 하니까 뿌듯한 느낌이 들었는지 이런 감정들조차 진짜 원하는 일을 나중에 할 때 도움이 되는 것이지요.”
– 하와이 대저택 유튜브 《기어코 자신의 재능을 찾아서 성공할 사람들에게만 공감받을 이야기》(2025.11.12), 『굿 멘토』(데이비드 코트렐 지음) 관련 영상 中


내가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그저 시간을 때우고 월급을 받는 곳으로 생각했다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열심히 했고, 잘하고자 노력했고,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 했기 때문에 그때의 경험이 나의 자산으로 남아있다. 남의 일을 열심히 했던 시간들이 결코 후회되지 않는다. 직장에서의 경험이 앞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하든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잠에 대한 강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