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자아 찾기 (13)
새해 첫날,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에 휴대폰 알림이 왔다. 얼마 전 단기임대 플랫폼에 숙소를 업로드했는데 첫 계약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주택을 낙찰받고,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숙소를 세팅하기까지 정말 많은 돈을 썼다. 퇴사 8개월 만에 드디어 첫 수익이 발생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새해 첫날 첫 계약이 성사되다니 올 한 해가 잘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갓 오픈한 숙소여서 플랫폼 컨설턴트의 조언에 따라 가격을 낮게 설정해 놓은 상태였고, 최소 기간인 일주일짜리 계약이어서 정산될 금액은 아주 적었지만 그래도 처음이라는 것에 의미가 컸다.
며칠 후, 당장 이틀 후에 입주하겠다는 새로운 계약 요청이 들어왔다. 나는 부랴부랴 막바지 정비를 하느라 바빴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청소를 해야 하는지 몰라서 정말 열심히 청소를 했다. 우리 집도 이 정도로 청소를 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일주일짜리 계약이었는데 일주일마다 이렇게 청소를 해야 한다면 보통일이 아니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청소 노하우가 생기면 점점 익숙해지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장기 계약이 들어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 주택을 낙찰받았을 때 숙소로 운영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인테리어 공사 후에 바로 매도를 할 계획이었고, 큰 수익을 낼 생각보다는 경매 한 사이클을 돌려보고 경험을 쌓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규제로 인해서 2년을 보유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전세나 월세를 맞추면 내가 원하는 시점에 매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플랫폼을 통해 딱 1년 반 동안만 단기임대숙소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계획대로 단기매도를 할 수 있었다면 내부를 잘 수리해서 그 동네의 시세 정도 또는 그보다 조금 더 높게 팔면 되었겠지만 숙소로 운영하려니 걸리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곳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숙소로서의 매력도가 낮았다. 동네 자체도 상당히 노후화되었고, 거리도 지저분했다. 숙소로 들어가는 길은 언제나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쓰레기 무단투기를 구청에 여러 번 신고했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지 않았고 그래서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건물 근처에서 항상 담배를 피우고 담배꽁초를 길에 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창문 난간에는 비둘기들이 자리를 잡아 비둘기 울음소리가 거슬렸고, 배설물도 역겨웠다. 비둘기 퇴치 구조물을 설치하고, 건물 주변을 청소하는 등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했지만 숙소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올리모델링을 마친 숙소 내부는 신축 빌라 부럽지 않았다. 주변 환경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숙소 내부의 컨디션과 저렴한 가격에 만족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빌라를 숙소로 만들기까지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고, 처음 경험하는 일들 하나하나가 쉽지 않았다. 사실 빌라보다는 아파트 입찰을 더 많이 했었고, 최고가에 근접한 입찰가를 써냈던 적도 있다. 아파트를 낙찰받았다면 이미 매도를 해서 큰 수익을 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이 빌라를 숙소로 만들기까지 했던 수많은 경험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숙소를 오픈하는 경험을 하며, 좋은 입지에서 더 경쟁력 있는 숙소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안정되면 도전을 해볼지도 모르겠다.
첫 손님이 입주한 다음날 플랫폼을 통해 임대료를 정산받았다. 아주 작은 수익이지만 퇴사 후에 온전히 나의 힘으로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니 감격스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그동안 쓴 돈을 메우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이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지금보다 더 나은 곳에 도달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여정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