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이 할 수 있는 일 찾기

마흔에 자아 찾기 (2)

by 이오

직장생활을 하며 꼬박꼬박 월급을 받던 내가 계획에 없던 퇴사를 했으니 경제적으로 부담이 없을 수 없었다.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을 텐데 나는 괜히 불안하고 조급해서 뭐라도 해야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 스스로를 참기 어려울 것 같았다.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어서 쉴 줄도 모르는 사람이 되었나 보다.


몇 년 전에 부동산 경매가 궁금해서 공부를 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입찰도 해보았다. 하지만 바쁜 업무와 경매로 집을 낙찰받았을 때 생길 수 있는 몇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해서 금방 중단했었다. 다시 시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퇴사하자마자 부동산 경매 강의를 신청했다.


4주 동안 강의를 듣고 미친 듯이 임장을 다니고 입찰을 했다. 바쁘게 움직이니 불안함과 조급함을 억누를 수 있었다. 임장이나 입찰을 하러 가지 않는 날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몇 시간이고 물건을 찾고 분석했다. 한 달 반 후 7번째 입찰에서 첫 낙찰을 받았다. 사업자등록을 했다. 나는 이제 백수가 아니고, 사업자가 되었다. ‘부동산 경매가 무슨 사업이야? 그냥 투자활동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난생처음 내 이름이 적힌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이제 남의 일을 하고 돈을 받는 직장인이 아니라 내 일을 하는 사업자가 된 것이다. 직장인은 실수를 해서 회사에 손해를 입혀도 ‘죄송합니다’하면 되고 월급에 영향이 없지만, 이제 나는 나의 결정에 따라 돈을 많이 벌 수도 있고, 돈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막상 낙찰을 받으니 당분간 임장이나 입찰을 하러 다니지 않아도 되어서 시간적 여유가 많이 생겼다. 명도를 하고, 잔금 대출을 알아보고, 세무사를 알아보는 등 해야 할 일들이 있었고, 처음 하는 일들이라 어려움이 있었지만 하루 종일 매달려서 할 일들은 아니었다. 독서와 운동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날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불안함과 조급함이 다시 몰려왔다.


입찰을 하러 다니던 시기에 낙찰을 받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두 번째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에어비앤비를 할까?’, ‘예전에 승인만 받아 둔 애드센스 블로그를 제대로 운영해 볼까?’, ‘경력을 살려서 컨설팅을 해볼까?’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몰라 불안하고 조급해서 한 생각들이었다.


그 시기에 읽었던 책들은 나에게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었다. 충분한 고민 없이 돈이 되는 일을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걸 알았으면 내 삶이 이렇게 흘러오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자리에 앉아서 곰곰이 생각한다고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 찾는 걸까?’라는 질문을 마음에 품고, 당시 읽었던 책 2권을 다시 읽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찾을 때까지 계속 찾고자 노력하는 것’이었다. 결국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대신 찾아주는 것도 아니고, 나 스스로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찾아내는 것이었다.


『마흔에 읽는 니체』(장재형 지음)에서 몇 가지 힌트를 얻었다. - (1) 새로운 것을 시도해라. (2)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을 쉽게 외면하지 마라. (3) 내가 어떤 사람인지 수시로 고민해라. (4) 다양한 모습의 나를 인정하라. (5) 눈을 감고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져라. (6) 자신을 비난하지 말라. (7)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을 구해라. (8) 자신의 삶을 사랑하라. - 돈이 될지 안 될지 따지지 않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내 마음속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글쓰기’가 떠올랐다. 혼자서 두서없이 쓰는 일기 말고 세상 밖으로 꺼낼 수 있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이후로 글쓰기가 조금씩 내 삶에 자리 잡았다. 독서와 글쓰기는 마흔을 앞두고 제대로 된 직업도, 수입도 없는 상황임에도 불안함과 조급함을 느끼지 않고 자아를 성찰하며 잠시 멈춰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었다.


마흔의 우리는 다시 한번 상승을 위해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 니체가 말한 대로 잠시 동안 정지의 시간을 갖는다면, 마흔은 인생을 변화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마흔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삶의 진정한 단계에 오를 준비가 된 것이다. 마흔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은 다시 한 번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마흔에 읽는 니체』, 장재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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