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0xx년 x월 x일, 효용은 작가 지망생이라면 한 번은 들어본 네이버 카페에 게시물을 올렸다. 그간 들었던 드라마 작법 수업의 후기글이었다. 당시 꽤 정성스레 글을 적었던 터라 많은 관심을 받았고, 그 안엔 꽤나 예리한 질문이 하나 있었다. 긴 내용을 짧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그래서 데뷔를 하셨나요?'
게시물을 삭제할까 잠시 고민했다. 내가 글을 썼던 시간이 대학원 석사 과정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비슷하다며, 친절하게도 나의 집필 연대기를 요목조목 정리하며 물어오는 이 사람의 궁금증에 반응하고 싶지 않았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수많은 학원을 찾아다니며 수업을 들었음에도 아무런 성과가 '없다'는 것이 나의 댓글 하나로 밝혀지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간을 들여 쓴 후기글이 '데뷔'라는 단어 앞에 소문만 무성한 보약이 된 듯했다.
그렇다고 질문에 대답을 안 할 수는 없었다. 이미 앞선 댓글들에 답변을 남긴 상황이었고, 여기서 도망치는 건 자존심이 허락을 안 했다. 삭제 버튼을 누르려던 마우스에서 손을 떼 키보드를 두드렸다. 아직 아무런 결과물이 없습니다. 고고한 거짓말보단 주눅 든 당당함이 나았다.
드라마 선생님이 했던 말이 있다. 인생은 운이 7이고 재주가 3이라는 말이다. 나는 운이 없었기 때문에 데뷔를 할 수 없었을까? 아니면 운은 있었으나 재주가 없었던 걸까? 이것도 아니라면 사실 둘 다 없던 게 아닐까?
인생의 끝자락에 가서야 정답을 알 수 있는 질문을, 나만 하고 있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비슷하게 '작가'를 꿈꾸는 분들부터 멀리는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길을 걷는' 분들까지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러한 생각이 이 책의 출발점이 되었다.
인생에 실패는 예정되어 있고, 실패는 할 때마다 아프고, 아픔을 조절하는 법 따윈 아직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걸 해야겠는 누군가의 얘기를 읽으며 실패 동지가 가까이에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문예창작과, 에디터, 드라마 보조작가를 지나 웹툰 작가 지망생 겸 다시금 취준생이 된 나의 고군분투키가 우리의 첫인사로 괜찮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