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4주의 즐거움
소고기장조림이나 메추리알장조림을 별로 즐겨 먹지 않는다. 식당에서 반찬으로 나오거나 엄마가 해주거나 하면 맛있게 먹기야 하지만, 내가 굳이 찾아서 먹는 음식은 아니다. 그런데 지난 달에 우연히 계란장을 맛보았다가 그 맛에 반하고야 말았다. 마트에서 파는 것은 서너알을 넣은 봉지에 몇 천 원 하는 식으로 제법 비싸길래 직접 만들어 먹어보기로 했다. 치킨 값은 안 아껴도 반찬 값은 아끼는 법이다.
한국 음식의 모든 레시피와 마찬가지로 네이버에 '계란장'이라고 검색하면 백종원아저씨의 레시피가 뜬다. 일반적인 장조림처럼 간장을 끓이지 않고 있는 재료를 한데 몽땅 쏟아넣은 후 하루정도 냉장고에서 숙성시키는 간단한 레시피이다. 혹자들은 백종원 레시피가 모든 요리법을 간장, 설탕으로 자극적이고 단순하게 만들어버린다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요리가 귀찮은 이에게 백종원 레시피만큼 명쾌한 것도 없다. 사실 나는 그 간단한 레시피도 엄격히 지키지 않는 편이다.
계란장의 첫번째 핵심은 반숙 노른자에 있다. 삶은 계란도 별로 즐기지 않는 지라 계란을 얼마나 삶아야 반숙이 되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어떤 블로그에는 6분이라고 하고, 어떤 블로그에는 8분이라고 하고.. 계란의 수나 가스의 화력에 따라 다른게 아닐까. 나는 어차피 레시피를 열심히 지키지 않으므로 6분과 8분 그 어디 사이쯤에서 멈춰보기로 했다.
계란장의 두번째 핵심은 기다림에 있다. 간장에 담근 계란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하루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근데 그게 어렵다. 내가 계란장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흥분해 기다림이 어렵다. 게다가 반숙이 되었을지 계란의 속내를 알 수 없으니 얼른 더 개봉해보고 싶어진다. 결국 반나절밖에 지나지 않아 개봉을 해 간장맛을 보았다. 만들 때부터 아무리 설탕과 올리고당을 넣어도 쓴 맛이 나는 것 같았는데, 여전히 썼다. 실패구나. 아까운 계란 잃었네, 생각하고 잠에 들었다가 다음날 점심 때쯤 다시 먹어보았는데 웬걸, 적당히 달달하고 맛난 것이다. 기다리면 달아진다. 기억해두기.
계란을 다 꺼내 먹고 남은 간장이 아까워 감자조림을 했다. 남은 간장을 냄비에 붓고 감자를 뭉텅뭉텅 썰어 넣은 뒤 감자가 익을 때까지 끓여주었다. 간장이 끓어넘치는 재난 사고가 있었지만 완성된 조림은 맛있었다. 이렇게 요리 경험치가 +2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