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셀러일기

놓지 않는 권력

메가트렌드 고령화로 본 2016 트렌드 100 네 번째(4)

by 트렌드 서퍼
젊은 세대에게 권력을 넘기지 않으려는 권력 노화 현상에 대한 공개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젊은이들이 나가 싸우는 전쟁을 늙은이들이 결정하게 할 수는 없다."

장안의 화제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삼봉 정도전이 젊은 신진사대부를 향해 외치는 '프로파간다' 대사다.

이 말을 정도전이 왜 했는지 고려의 권력구조를 유추해볼 수 있다.

당시 대륙의 신흥강자로 떠오른 명나라와 쇠퇴해가는 원나라 사이에서 고려는 새로운 외교관계가 필요했다.

하지만 고려의 최고 권력자 이인겸을 중심으로 한 봉건 귀족의 기득권 세력이 원나라와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 한다.

바로 이들이 정도전이 지칭한 늙은이들이었을 것이다.

이 늙은 세력들이 쇠퇴해가는 원나라를 등에 없고 계속해서 고려를 좌지우지한다면 자칫 명나라가 고려를 침공할 빌미를 주어 전쟁을 부를 수 있다고 정도전은 분석하고 원나라와 외교관계 단절을 요구한다.

젊은 신진사대부는 정도전의 프로파간다에 찬성하고 강력한 지지를 보낸다.

아쉽게도 이 외침과 요구는 정도전이 지칭한 늙은이 들에게 좌절되고 긴 유배를 떠나게 된다.

이와 함께 고려는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더 깊은 혼란과 혼돈으로 들어선다.


지금 한국사회의 권력구조는 고려말은 아닐지라도 통치자와 권력자를 선출에 가장 강력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세대가 노쇠화되어 가고 있는 것은 유사하다.

18대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여실히 보여줬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이 가능했던 것은 50대 이상의 시니어 세대들의 일방적 지지였다.

이날 선거 결과는 앞으로 한국에서 통치자나 권력자가 되려면 이들의 지지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구조가 됐다는 선포식을 거행한 것과 다름없어 보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정세를 분석하면 한국 정치권력의 힘은 젊은이들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고령자들에게서 나오는 사회로 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평균 기대 수명의 증가로 고령자들의 장기집권이 가능하게 돼서다.

예전 평균 기대수명이 낮았던 시대에서 인구구조는 피라미드식이였다.

그때 구조를 현대에 가져오면 사실 이들은 정치권력에 힘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민주주에서 힘은 다수결의 원칙에 따른 많은 '쪽수'다.

'소수자'는 현대 정치에서 힘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현재 한국의 인구분포는 역피라미드화로 서서히 전환되고 있다.

40세 이상 인구는 약 2600만 명으로 전체의 50%를 넘는다.

전 세계 최하위인 지속적인 출산율 저하는 이 흐름을 더 빠르게 가속화시킬 것이다.

정치에서 장기집권이 만드는 폐해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갖은 부패와 패거리 정치, 역동성 상실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고령자의 장기집권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외화 될지 속단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마냥 불분명한 것은 아니다.

사실 한국에서 한 특정 정당의 장기집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정당의 핵심가치는 보수다.

한국의 보수는 유교문화의 가부장제도와 권위주에 뿌리가 있다.

한국의 시니어 세대들은 유년시절 가부장제와 군사정권의 권위주의 시대에서 살았다.

권위적 시스템이 훨씬 이들에게 익숙하고 편하다.

당연히 표도 이런 욕구가 통하고 반영해주는 쪽에 주게 되어 있다.

다른 쪽은 젊은 세대를 옹호하고 자신들의 가치를 불인정하는 듯 한 정책을 만든다.

시니어들은 당장 현재가 더 중요한데 미래를 더 많이 이야기하니 불편하다.

한쪽은 가끔 큰절도 올리고 자신들을 자랑스럽다며 치켜세워 주는데 한쪽 뻣뻣하고 설명하고 설득시키려 한다.

게다가 기득권을 포기하고 양보하라고 까지 한다.

시니어들이 보면 "우리가 너네들을 먹고살게 만들어줬는데 이것들이 어디서 가르치려 들어"라며 싸가지 없는 젊은 것들이다.

만약 이 생각이 시니어들의 보편적 생각이라면 덜 가부장제이고 권위주의가 약화된 사회에서 산 젊은 세대들과 가치관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가치관의 차이는 세대간의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든다.

이렇게 되면 사사건건 대립하게 되어 세대간 소통이 무너지고 세대결로 치닫게 된다.

세대결로 가면 같은 세대가 결속이 더 강화되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같은 시대 같은 문화를 공유한 세대간 정서적 유대감은 친밀감이 높아진다.

'응답하라 ㅇㅇㅇㅇ'에 열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쟁이 벌어지면 침략국을 상대로 서로 간 지역 간 내부 갈등이 있어도 하나로 뭉치는 것과 같다.

실제로 70년대 초반 한국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영국의 맨체스터 시티에서 세대간의 갈등 심각하게 벌어졌다. 일부 젊은이들이 자신들이 취업이 되지 않는 이유는 노인들의 값 싼 노동력 때문이라며 백주대낮 공원에서 쉬고 있는 노인들의 공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한반도의 역사상 가장 부자인 세대가 권력까지 쥐게 되었다.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어나 장기집권의 포석까지 깔았다.

권력은 부자 간에도 나누지 않는다고 한다.

"권력 없이 하루를 사느니 죽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을 한 사람이 있다.

이 말은 공교롭게 KBS에서 방영됐던 사극 '정도전'에서 늙은이의 대표주자 이인겸이 유배지에서 정계은퇴를 종용하는 말에 발끈하며 자신의 측근 하륜에게 한 말이다.


여기서 잠깐 왠지 모를 불길함이 몰려든다.

왜 하필 정도전이 현재에 와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점이 든다.

조선을 건국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긴 했지만 지조 있었던 정몽주에 비해 평가 절하되었던 것이 아니었던가!

현재 시대가 고려 말과 같은 상황이라서 정도전이라는 인물을 소환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대한민국의 권력이 젊은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이양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권력이 그렇게 쉽게 이양되고 나누어지는 속성이 아니다.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긴 있다.

미국이다.

오바마라는 40대를 대통령으로 맞이하여 어려워지고 있는 미국을 재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 40대의 젊은 통치자가 나오는 것은 이제 불가능할 것이다.

70년대 한번 가능했다.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온 김대중과 김영삼이 있었다.

결국 이들도 70에 이르러서야 대통령이 되었다.

미국이 예전에 비해 힘이 많이 약화되고 있다지만 초강대국을 유지하는 이유는 발 빠른 세대교체일 수 있다.

이나라는 과거에도 종종 40대 대통령이 등장했다.

사회적 성장이 정체되고 노쇠화되고 있다고 판단이 될 때 발 빠른 세대교체 만큼 좋은 방법은 없어 보인다.


아무리 좋은 제도나 정책도 시간이 지나면 사용기간을 다하기 마련이다.

그 정책과 제도는 그때 당시 사람들에게 맞춰진 것이지 새로운 세대들의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다른 제도와 정책을 원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이 젊은 세대에게 맞는 새로운 정책가 제도가 필요하다.

그래야 젊은이들이 뛰어놀 수 있어 역동성이 생기고 발전과 진보가 이뤄진다.

안 그러면 젊은이들을 기성세대들의 노예로 만들게 된다.

한국의 미래는 시니어들의 결정에 달려있다.

그들이 권력을 내려놓으면 한국은 역동성과 되찾고 살아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시니어 세대들은 한국의 미래를 젊은이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들이 결정해야 하는가? 에 대한 찝찝한 질문을 죽을 때까지 다음 세대에게 들으면서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한국의 미래를 놓고 세대 간 사회적 합의 컨센서스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이 시기를 놓치면 영영 젊은 세대와 시니어 세대는 돌아오질 못할 강을 건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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