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홀린 양 나는 어느 한 요가원에서 <요가의 기원>에 대한 이론 수업을 듣게 되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여러 강의를 듣긴 했지만 좀처럼 수업내용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석가모니가 요가 사상에 영향을 줬다는 거다(정확하지 않다)
올해 초 마음에 근심이 한가득이라 이것을 털어버리려고 시작했던 것이 요가였다. 그냥 3개월만 해보자고 시작한 요가가 다행히 나와 궁합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 안에서 피어오르는 잡념이 수증기처럼 증발되는 것을 목격하였다. 더불어 내 마음속 짐을 하나씩 내려놓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현재까지 요가를 꾸준히 하고 있다.
나는 태생적으로 몸이 유연한 편이 아니었다. 체육시간에 허리를 최대한 굽혀 손끝으로 숫자를 가리키는 유연성 테스트를 하면 나의 점수는 자연수가 아닌 음수였다. 0이라도 짚어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테스트에 임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 정도로 나는 유연성과는 담쌓고 살아왔었다.
어느 날, 요가원 원장님이 나에게 요가 지도자 과정을 해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하셨다. 나는 속으로 "영업하는 건가?"라는 경계심을 품었다. 유연성이 1도 없는 나에게 요가 지도자 과정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나는 궁금했다. 왜 나에게 그런 제안을 했는지. 그래서 이유를 물어보았다. 원장님의 대답은 의외였다.
나의 성실함과 노력 때문에 권유를 했다고 말씀하셨다.
요가 지도자 과정을 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유연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요가를 시작한 지 약 두 달 정도 됐을 때 이런 권유를 받았기에 유연성이 많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과정을 소화해 낼 수 있는가에 대해서 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원장님은 내가 일반 수련시간에 요가에 진심이라며 열심히 하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셨던 거 같다. 나는 안되더라도 땀을 뻘뻘 흘리며 조금이라도 자세를 완성에 가깝게 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노력과 함께 나를 옆에서 도와준 원장님의 도움 덕분이었을까? 시간이 흐를수록 난 조금씩 더 나은 요가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요가를 즐기게 되었다.
반신반의했지만 내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요가 지도자 과정을 수료하기로 마음먹고 뛰어들었다. 과정은 생각한 것보다 몇 배는 힘들었다. 일반 수련시간 100시간, 심화수업과정 100시간 총합 200시간을 채우고 지도자 과정 시험을 치러야 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일을 하면서 해야 했기에 중간중간 고비도 많았다. 그래도 시작했으니까 끝은 봐야지 후회가 없지 않겠는가? 다행히 함께 했던 좋은 동료들 덕분에 고된 과정을 묵묵히 밟아나갈 수 있었다.
그 결과
이렇게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무사히 수료할 수 있었다. 지난 6개월 동안의 결실을 드디어 손에 거머쥐게 되었다. 이 기간이 지난 현재, 내가 얻은 것은 자격증뿐만이 아니었다.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모든 일에 임하면 이것 자체가 내 삶의 커다란 버팀목이 된다는 진실을 깨닫게 되었다. 더불어 근거 있는 자신감도 담백하게 맛볼 수 있었다. 또 요가를 하면서 유연해진 몸처럼 내 생각과 마음도 이전보다 말랑말랑 해지는 것 같았다. 그동안 나의 시간을 채워준 요가는 내 몸과 마음을 조금씩 산뜻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순간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기회로 만들 것이냐 그냥 흘려보낼 것이냐 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기회로 만들고 싶다면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결과를 떠나서 후회가 없기 때문이다. 2023년은 나에게 '요가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