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째
술을 진탕 마셨다
계획에 없던 갑작스러운 술자리였다
농담삼아 혹시 내가 술에 취해 전화할 지도 모르니
맡아달라며 친구에게 폰도 건넸다
친구들은 입모아 말했다
네가 아까워
다시 안 만났으면 좋겠어
그렇지만 네 감정대로 하는 게 우선이야
오늘 술자리에서 건너건너 전해들었다
나와 헤어지던 날 밤
한동안 힘들어할 나를 보살펴주라며 부탁했단 사실이 건너건너 내게 닿았다
놀랍게도
마음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저 끝까지 착하게만 남으려고 하는 구나 싶어진다
나는 그동안 손톱도 가꾸고
눈썹도 가꾸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살도 빠졌다
다시 말해 미미하게나마 이뻐졌다
이런 나를 보고 흔들리길 바라는 건 내 욕심일까
어느새 시간이 흘렀고 나는 여직 정리하지 못했다
너를 만나기 하루 전
난 무슨 말을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