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일과 주택청약계좌
2017년 5월 16일
내 생일
외롭게 보내고 싶지 않아서,
올해부터는 혼자 지내야 될 생일이 싫어서,
모두에게 축하받고 싶어서 얼마전부터 온 동네에 떠들고 다녔다
저 오늘 생일이에요!
축하해주세요!
일 끝나고 밥도 같이 먹어주세요!
떠들썩하게 축하받고 선물받고 사랑받는
그런 생일을 보냈다
모두와 함께있다 집으로 돌아와 정리를 하던 차에
이불 속에서 어쩌다 주택청약저축계좌를 보았다
112만원
2014년 5월 16일에 멈춰있는 그 계좌
그리고 늘 2만원씩 다달이 입금되던 이름
평생 그리울 그 이름
언젠가 네가 집을 떠나 네 집을 갖게 될 때
필요하게 될거라며 넣어주셨고 넣어주실 때마다
이따금 신한은행에 들러 은행직원에게 슬쩍 통장 잔고를 물어보시고선 엄마 몰래 용돈을 보내셨던.
타지에 있는 딸은 잘 먹고 잘 지내건만
혹여나 돈이 없어 곤란할까 힘들게 지낼까
걱정되어 매번 몰래 몰래 보내주시던 용돈과 마음.
2014년 5월 16일
아빠가 돌아가셨던 날 밤
상복 입고 울며 밤을 지새던 내 생일에도
어김없이 자동이체되었던 그 2만원
마지막으로 찍힌 이름.
차마 해지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차마 더 입금을 할 수도 없었다
아빠의 마지막 흔적인 것 같아서 차마...
언젠가는 해지해야 할 순간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평생 이 계좌를 해지하고 싶지 않다
아빠를 기억하고 추억할 나만의 계좌를 두고두고 오래 두고 보아 간직하고 싶다
아빠가 그리운 밤
기일에도 울지 않았는데 오늘 이렇게 생일을 다 지내고서야 펑펑 울어본다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