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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 보니 두 아이 아빠

점점 아버지가 되어가는 6년차 아빠 육아 이야기

by 밥상쌤의 진수성찬

"아빠는 나가서 자는게 좋을 것 같아. 내 마음이 불편해."


본 필자가 마음이 이렇게 아려본 적은 삼십 여년 인생 통 틀어서 손에 꼽는 것 같다. 우리 가족은 본 필자 포함하여 아내, 첫째(6살 아들), 둘째(2살 딸) 총 4명으로, 잠 잘 때는 모두 한 방에서 같이 자고 있다. 요즘 많은 부모님들이 시도한다는 분리수면은 가족 간의 유대감이라는 적절한 핑계로 일찌감치 접었다.(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한 방에서 같이 자며 말이 잘 통하는 첫째와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자고는 했었고 본 필자는 이게 너무 행복했었다. 그렇게 여느 날과 같이 잠자리를 준비하던 중, 본 필자는 첫째로부터 위와 같이 쓰디쓴 이별의 통보를 받게 된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치면서 외딴 섬에 홀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바로 나의 든든한 육아 동지인 아내를 쳐다보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의미심장한 표정은 웃음으로 터져나왔다.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는게 맞는가 싶어서 나중에 물어보니 주변에서 아빠와 아들 사이의 관계를 많이 들었던 아내가 우리집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하고 신기함 반, 당황스러움 반의 웃음이라고 하였다.)


"그래, 그렇게 하고 싶구나. 알겠어."


바로 이불을 챙겨서 뒤도 안돌아보고 다른 방으로 쿨하게 이동하였다. 쿨한 행동과는 별개로 마음은 쿨하지 못하였다. 어떻게 이 상황까지 오게 되었을까 생각하다보니 그날 밤은 여느 밤과 달리 유독 기나긴 밤이었다. 긴 밤을 보내며 본 필자 나름대로 내려본 결론은 총 2가지였다.

첫번째 이유로는 첫째에게 조금 더 사랑을 준다고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작년에 태어난 둘째이자 딸에게 눈길과 손길이 더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었던 것 같다. 아내도, 본 필자가 첫째와 둘째를 대하는 행동에서 둘째를 더 좋아하는 티가 너무 나니까 적당히 숨기라고 했었던 것도 같이 떠올랐다.

두번째 이유로는 첫째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훈육을 많이 했었는데, 속상한 마음에 화의 감정도 같이 드러낸 것이 크게 작용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자기 표현이 명확해지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하지 말라고 해도 하는게 당연한 것인데, 본 필자는 그런 행동을 하는 걸 보게 되면 잘 넘어가지지 않는 것 같다.

분명 초등교사로서의 본 필자는,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특별한 문제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아이들의 발달 과정상 그럴 수 있지'라며 넘기는 경우도 꽤 있었다. 하지만 아빠로서 내 자녀의 양육은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교사는 10년차지만 아빠는 아직 6년차라 그런가요?)

새삼스럽게, 아이들과 행복하게 자고 있는 아내(아내도 첫째 훈육을 많이 해왔다.)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초보 아빠가, 육아 전문가 아내에게 코칭 받은 훈육 방법은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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