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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 보니 두 아이 아빠

점점 아버지가 되어가는 6년차 아빠 육아 이야기

by 밥상쌤의 진수성찬

"난 항상 사랑한다고 말 끝에 붙여."


말과 관련된 속담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본 필자는 '말이 씨가 된다.'라는 속담을 항상 마음 속에 새기며 산다. 실제로 말이 씨가 되어서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를 종종 봐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조심을 하려고 되게 노력을 많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정심이 무너지면 그동안 해왔던 노력이 잘 무너지기도 한다. 특히 육아할 때가 그렇다. 유독 육아할 때는 평정심이 쉽사리 무너진다. 아마 그릇의 크기가 작은 탓도 있을테고, 내공이 부족한 탓도 있지 않을까 싶다.

전 편에서 말했듯이 평정심이 무너진 훈육 결과 첫째에게 소박을 맞았었다. 본 필자는 만감이 교차했었고, 정신을 차려보자는 의미에서 육아에 꾸준히 전념해온 아내에게 훈육을 해도 아이와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물론 아내는 기본적으로 본 필자보다 그릇의 크기가 훨씬 더 크다. 그러니 마치 아이처럼 구는 본 필자를 잘 구슬려서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릇의 크기를 떠나더라도, 매일같이 선을 넘나드는 첫째를 매일같이 훈육을 하는 아내는 첫째와 너무 잘 지내오고 있었다. 그 비결은 바로 말의 힘에 있었다.

아내는 훈육을 하고 나서는 항상 맨 뒤에 '사랑해'라는 말을 붙인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아이도 '아,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훈육을 하셨구나.'라고 인지를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본 필자는 훈육만 하고 그쳤다. '사랑해'라는 말을 해본지가 꽤 오래된 것 같다. 그러니 첫째 입장에서는 아빠는 혼만 내는 사람, 함께 있으면 마음이 불편한 사람이라고 인지하지 않았을까 싶다.

자칭 초등교육 전문가로서 '비폭력대화'에도 심취해서 공부해보고 학급에서 아이들하고도 실천해왔지만, 정작 우리 아이에게는 전문가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잘 적용이 되지 않았다. 비폭력대화는 '관찰-느낌-욕구-부탁'의 4가지 순서를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대화법으로, 쉽게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저녁을 다 차려놓고, 밥을 먹자고 3번 이상 불렀는데도, 장난감 조립한다고 오지 않는 상황>

- 관찰: 아빠가 밥 먹자고 3번 이상 불렀는데도 장난감 조립한다고 안오네.

- 느낌: 그러니까 아빠가 속상하고 많이 답답한데.

- 욕구: 가족끼리 같이 밥먹는 시간이 소중하고, 밥이 식기 전에 먹었으면 좋겠어.

- 부탁: 1분 안에 정리하고 밥 먹고 나서 조립을 해볼까? 어떻게 생각해?


본 필자는 관찰-느낌까지는 아주 잘 얘기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답답한 감정이 같이 솟구치면서 그대로 아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본 필자 스스로의 감정에 휩싸여서 욕구, 부탁으로 바로 이어나가는게 힘들었던 것 같다. 가끔 욕구-부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때마저도 어린 아들도 사람인지라 아빠의 감정이 좋지 않다고 느껴버려서 '응'하고 말을 듣고 나서는 부자(父子)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가 맴돈 경우가 잦았었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말이 바로 '사랑해' 3글자였다. (본 필자는 '사랑해' 3글자가 너무 민망한지라 '사랑'을 넣은 다른 말로 표현하지만) 이 말을 뒤에 붙이니 앞의 모든 감정이 사르르 녹는 기적을 경험하였다. 물론 진심을 담아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말의 힘, 사랑의 힘을 실천하는 육아를 다짐하며 아빠의 서투른 육아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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