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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목란 바라기 Dec 11. 2020

언론과 검찰의 야합으로 충신이 축출되는 사례  

여사면의 《진한사》번역 프로젝트 


오늘 번역한 《진한사秦漢史》에 아래와 같은 대목이 있다. 한원제漢元帝 즉위 초 강직한 충신이자 유명한 유학자인 소망지蕭望之가 외척과 환관들에 의해 축출당하는 과정이, 언론과 검찰이 야합하여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한원제漢元帝가 몸소 근검절약을 실천에 옮겼지만, 그를 섬기는 간사한 이들을 결연히 숙청하지 못해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기어오르는 지경을 초래하여, 권력의 손잡이를 거꾸로 쥐는 꼴이 되어버렸다. 이는 장탄식을 내뱉게 만든다.


한선제漢宣帝가 병에 걸려 드러눕게 되자, 악릉후樂陵侯 사고史高(한선제 할머니의 조카)가 대사마大司馬 거기장군車騎將軍이 되었고, 태자태부太子太傅 소망지蕭望之가 전장군前將軍 광록훈光祿勛, 소부少傅 주감周堪이 광록대부光祿大夫가 되어 모두 한선제의 유조를 받고 정사를 보좌하였으며, 영상서사領尚書事의 일을 맡아보았다. 소망지와 주감은 본디 한원제의 스승으로 존중을 받았다. 


한원제가 즉위하자, 소망지와 주감은 수 차례 황제와 회견을 가져 치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왕의 사업에 대해서 말하였다. 그리고 소망지는 황제의 종실 가운데 산기散騎 간대부諫大夫 유갱생劉更生을 급사중給事中으로 추천하고 시중 김창金敞과 함께 좌우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좌하도록 하였다. 이 네 명은 마음을 합쳐 국정을 논의했으며, 한원제에게 옛 제도를 따르고, 올바른 바를 추구하도록 권유하였다. 한원제도 이에 아주 마음이 쏠려 받아들였다.


한편, 한선제는 심히 유학의 정치술을 따르지 않고, 법을 중시하였으며, 중서中書의 환관들로 하여금 국정을 담당하게 하였다. 중서령中書令 홍공弘恭과 석현石顯은 문서를 오래동안 다루고 중요한 직책을 맡았고, 법률에 익숙하여 명료하게 이해하였다. 또한 그들은 거기장군 사고와 안과 밖에서 호응하면서, 국정을 논의할 때마다 홀로 옛 사례를 인용하여 소망지등을 따르지 않았다. 그러자 소망지는 중서라는 부서는 정치의 근본으로 현명한 이를 선발해야 한다고 하면서, 한무제가 뒤 뜰에서 연회를 열면서 중서에 환관을 임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나라의 옛 제도가 아니며, 『예禮』에서 형벌을 받은 이를 가까이 하지 않는다고 한 것에 위배되니, 다시 선비들을 중서에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때문에 소망지는 사고와 홍공 그리고 석현과 사이가 크게 벌어졌다. 또한 한원제도 즉위 초에 겸양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중서의 제도를 고치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비록 이에 대하여 오래 논의를 하였지만, 결국 결정되지 않았고, 유갱생만 밖으로 나와 종정宗正이 되었다.


당시 소망지와 주감은 이름난 유학자와 재능있는 인물들을 수 차례 천거하여 간언을 하는 관리로 예비하였다. 그런데 회계會稽 출신의 정붕鄭朋이라는 이가 있었는데, 은밀히 소망지에게 붙으려는 생각을 품고 상소를 올려서, 사고가 그의 손님들을 보내 군국에서 간사하게 이익을 취하는 것과 허씨와 사씨의 자제들이 저지른 죄과에 대해서 말하였다. 한원제는 이 상소문을 주감에게 보여주었다. 주감은 정붕에게 금마문金馬門에서 황제의 조서를 기다리라고 말하였다. 정붕은 다시 소망지에게 편지를 보냈고, 소망지는 이를 접수했다. 하지만 정붕이 약간 바르지 못한 행위를 하자 소망지는 그와 연락을 끊어버렸다. 정붕은 대사농에 소속된 하급 관리인 이궁李宮과 함께 황제의 조서를 기다렸지만, 주감은 이궁만 황문랑黃門郎이 되었다고 통지했다. 정붕은 원한을 품고, 허씨와 사씨 편으로 들어갔다. 한편, 화룡華龍이라는 자는 한선제 때 황제의 조서를 기다렸지만, 더러운 일에 손을 대었다가 관직에 나아가지 못했다. 이에 화룡은 주감 등의 편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홍공과 석현은 정붕과 화룡으로 하여금 소망지 등이 거기장군 사고를 파직시키고, 허씨와 사씨를 물러나게 만들려고 한다고 고발 시켰다. 그리고 이 사건은 홍공에게 배당되어 심문에 들어갔다. 홍공과 석현은 주청을 올려, 소망지와 주감 그리고 유갱생이 붕당을 조직하여 서로를 칭찬하고 천거하였으며, 수 차례나 대신들을 참소하고 황제의 친척들 사이를 이간질시켜서 멋대로 권세를 휘두르려고 하였으니, 이는 신하로서 불충한 일이고, 윗 사람을 속이는 대역무도한 죄이므로, 알자謁者를 시켜 정위廷尉를 부르게 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당시 한원제는 막 즉위를 했기 때문에, 알자를 시켜 정위를 부르게 하는 것이 하옥하는 것임을 깨닫지 못하고, 홍공과 석현의 주청을 허락하였다. 나중에 한원제는 주감과 유갱생을 불렀을 때 이미 감옥에 갇혔다는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단지 정위가 심문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이에 한원제는 홍공과 석현을 질책하였고, 홍공과 석현은 머리를 땅에 대고 사죄하였다. 한원제는 말했다.


“소망지 등을 불러 다시 정무를 보게하라.”


그러자 홍공과 석현은 거기장군 사고에게 부탁하여 이렇게 말하게 시켰다.


“황제께서 막 즉위하셔서 덕망과 교화에 대해 아직 천하 사람들이 듣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제의 스승이 지금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미 구경九卿과 대부가 하옥되었으니 절차에 따라 면직을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


이에 소망지의 죄는 사면되었고, 주감과 유갱생도 사면되었으나, 서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 해 봄, 지진이 일어났다. 여름에는 혜성이 묘昴와 권설卷舌 사이에서 나타났다. 한원제는 그 간에 사정이 어떻게 돌아갔었는지 깨달았다. 이에 조서를 내려 소망지에게 식읍 600호의 관내후關內侯 작위를 내리고 조정에서 자신을 보좌하라고 요청하였다. 가을에는 주감과 유갱생을 불러서 간대부로 임명하려고 했지만, 홍공과 석현이 모두 중랑中郎으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하였다. 겨울, 다시 지진이 일어났다. 당시 홍공과 석현, 허씨와 사씨의 자제들, 시중, 그리고 여러 부서의 관리들까지 소망지 등을 곁눈질하였다. 유갱생은 이것이 두려웠다. 이에 유갱생은 자신의 외가를 시켜 변고에 대해서 글을 올려서, 홍공과 석현을 물러나게 하고, 소망지 등을 중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청이 올라오자, 홍공과 석현은 이 글이 유갱생이 지은 것이라고 의심하여 간계의 일종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보고하였다. 결국 죄가 인정되었고, 유갱생을 체포하여 하옥시켰다. 이 사건은 태부太傅 위현성衛玄成과 간대부諫大夫 공우貢禹, 그리고 정위가 함께 수사하였다. 유갱생은 이 죄로 인해 면직되어 서민으로 강등되었다. 


한편 소망지의 아들인 산기중랑散騎中郎 소급蕭伋이 글을 올려 소망지의 옛 사건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이에 그 사건이 담당 관리에게 배당되었다. 그런데 담당 관리는 소망지가 아들을 시켜 글을 올린 것은 대신의 체통을 잃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불경한 짓이니 체포해야 한다고 주청을 올렸다. 이에 홍공과 석현도 다음과 같이 건의하였다.


“소망지는 예전에 허씨와 사씨를 비방하면서 물러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도 만약에 소망지를 뇌옥에서 수모를 당하게 하지 않으신다면, 황실이 그에게 두터운 은혜를 베풀지 않는 것입니다.”


한원제가 말했다. 


“소태부는 강직한 성격인데 어찌 옥리에게 넘겨지려고 하겠소?”


그러자 석현 등이 말했다.


“사람의 목숨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소망지가 연루된 것은 말에서 비롯된 가벼운 죄이니 걱정하실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한원제는 담당 관리의 주청을 허가하였다. 한원제 초원初元(기원전 47년) 12월 소망지는 자살하였다. 한원제는 이 소식을 듣고 놀라 읍을 하며 말했다.


“예전에 그를 감옥에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저 했었는데, 과연 내 현명한 사부를 죽였구나.”한원제는 석현 등을 소환하여 논의가 상세하지 못했음을 질책했다. 석현 등은 관모를 벗고 사죄하였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질책이 멈추었다. 한편 소망지가 죄를 저질러 죽었기 때문에 담당 관리는 그의 작위와 봉읍을 박탈해야 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한원제는 은혜를 더한다는 조서를 내려, 소망지의 장자 소급으로 하여금 관내후의 작위를 잇게 하였다. 한원제의 소망지에 대한 추념은 그칠 줄 몰랐다. 매년 마다 사자를 보내 소망지의 무덤에 제사를 지내도록 하였고, 이는 한원제 재위 내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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