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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목란 바라기 Jan 25. 2021

墨茶의 병사 : 어떤 무명의 중국 농촌 청년의 비극

長江後浪推前浪,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유명한 속담이 있습니다. 후속 세대가 이전 세대를 대체하는 것이 장강의 흐름처럼 거스를 수 없는 변화라는 뜻입니다. 작년 5월 3일, 즉  1919년 중국에서 청년을 중심으로 일어난 반제국, 민족주의 혁명운동인 5•4운동 기념일 전야, 비리비리에 이 속담의 뜻을 빌어 《후랑后浪》이라는 동영상이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https://haokan.baidu.com/v?vid=10443558150919673764&pd=bjh&fr=bjhauthor&type=video  그리고 전체 중국이 동일 시간에 시청하는 뉴스인 《新闻联播》가 시작되기 전에 방영되기도 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동영상은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너희들은 위대한 시대에 살고 있으니 미래 세대들에게 장강의 거센 물줄기처럼 달려나가라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비리비리에서 작은 계정을 운영하고 있던 墨茶가 23세의 나이로 가난으로 인해 얻은 병마와 싸우다가 죽었습니다. 이 사건이 현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중국의 도시와 농촌, 그리고 세대 간의 소득 차이가 일으킨 사건이라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어느 블로거는 앞에서 언급한 《후랑》이라는 동영상에 나오는 청년들은 부모를 잘 만난 0.01%에 불과하며, 기실 장강의 앞 물결이 다 해쳐먹고 뒷 물결에게 남은 것은 거의 없다고 조소했습니다. 


이 블로거의 글에 따르면 墨茶는 부모의 채무때문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잡일을 시작했는데, 고작 한 달에 15만원  정도의 급여만 받아서 매일 컵라면을 먹으며 살았다고 합니다.  墨茶가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은 딸기였다고 합니다. 이에 약간의 중국 네티즌은 墨茶에게 딸기를 선물하는 그림을 그려 애도했습니다. 





물론 북경이나 상해 같은 곳에서 잡일을 하면 70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릴 수 있지만, 墨茶가 세상을 떠난 곳은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방 가운데 하나인 사천성四川省 대량산大凉山이었습니다. 물론 예전 같았으면, 墨茶가 노오오오력을 하지 않아서 그런 꼴이 났다는 식으로 여론이 자연스럽게 조성 되었을텐데 이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약간의 중국 네티즌들은 墨茶의 병사의 배후에 어떤 사회 경제적 원인이 있는지 조심스럽게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근래 시진핑이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농촌의 빈곤 구제 성공을 반박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이에 사천 지방의 언론매체들은 墨茶의 외할아버지가 정부의 보조금 덕분에 풍족하게 살고 있기 때문에, 기실 墨茶 역시 가난하지  않았으며, 이는 오히려 정부의 빈곤 구제 정책의 성공을 보여준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 보도가 나오자, 墨茶를 동정했던 여론이 급번했습니다. 墨茶는 단지 가출한 인터넷 히키코모리에 불과했던 이가 되었습니다.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锡进 역시 이는 부모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심지어 몇몇 애국 네티즌들은 이 역시 미국이 중국을 압박해서 일어난 참사, 중국의 완벽한 제도에 대한 흑색선전에 불과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블로거는 墨茶의 사망 사건이 농촌 사람들은 여전히 복지, 취업 그리고 주민 등록 이전에 이르기까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설사 농촌의 빈곤 구제 정책이 잘 마련되었다고 하더라도, 필요한 사람들이 활용할 수 없다면 그림의 떡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블로거는 墨茶가 체면 쯤은 버리고 스스로의  비참한 생활을 자극적인 동영상으로 찍어서 비리비리에 올렸다면 생활고 때문에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墨茶의 사망 사건이 대변하는 오늘날 중국의 도농과 세대 간의 극심한 소득 차이는 한국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가 된 지 오래라고 생각합니다. 난세가 도래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목숨조차 건사하지 못하게 만드는 시대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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