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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목란 바라기 Feb 03. 2021

영어 초보가 원어민처럼 말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리얼클래스"광고를 보니 왕년에 심하게 앓았던 영어 공포증이 떠오른다..

요새 유튜브에서 자주 보는 광고 중에 하나가 "리얼클래스"라고 하는 영어 학습 뭐시깽이이다. 뭐, 타일러나 안현모 등이 나와서 진짜 영어를 알려주겠다고 한다. 예컨대, "Your eyes are beautiful" 보다는 "I love your eyes"가 원어민이 쓰는 영어에 가깝다고  한다. 그러면서 원어민의 사고방식으로 영어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원어민이 일상 생활에서 쓰는 영어 위주로 공부하는 것이 영어 초보에게 과연 도움이 될까?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건 영어 뿐만이 아니라, 다른 외국어도 마찬가지로,  실력이 꽤나 높을 때나 가능한 공부 방법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본인이 중국어로 박사 논문을 쓰면서 중국인 아내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을 때가 중국인처럼 글을 쓰고 싶을 때이다. 본인도 이제 중국어로 글을 쓴 지 어언 10 년이 되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중국어로 작문을 하면서 이건 중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이 쓴 것 같은 태가 나는 걸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평이한 문장을 쓸 때 더 많이 벌어진다. 왜냐하면 평이한 문장은 워낙 사람들이 자주 쓰기 때문에 변화 무쌍할 뿐만 아니라 중국인 특유의 어감도 실릴 때가 많기 때문이다. 요컨대 원어민의 사고방식으로 외국어를 구사하는 것은 꿈 속에서 그 언어로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체화된 다음에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원어민이 어떻게 영어를 구사하는지를  배워서 이해할 수는 있다. "Your eyes are beautiful" 보다는 "I love your eyes"가 더 영어식 표현에 적합한지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배운다고 바로 원어민식의 사고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I love your eyes"가 더 나은 영어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머릿속에서 먼저 튀어나오는 생각은 "네 눈이 이뻐"라는 말이다. 비근한 예로,  "리그 오브 레전드" 경기에서 해설자들이 설명하는 프로게이머의 게임 운영 방식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랭크 게임에서 그것을 당장 적용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요는, 어떤 언어를 막 배우기 시작한 초보는 굳이 원어민처럼 말하는 것을 배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은 외국인 답게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범용적인 표현 위주로 공부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외국어 회화 연습을 위해서는 티키타카가 되어야 한다. 설사 그것이 원어민에게는 어색할지라도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외국어를 이제 막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필수 영어 회화 100문장 같은 것만 주구장창 외우는 것부터 시작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유튜브에서 "리얼클래스" 광고를 보고 왕년에 심하게 앓았던 영어 공포증의 기억이 진하게  떠올랐다. 본인이 고등학교, 대학교 때 영어 공부를 아예 포기했었던 것도 당시 영어 문법 책 첫머리에는 주로  a, the를 언제 쓰는지에 대한 내용이 가장 먼저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뭔 불규칙이 이렇게 많아! 라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이건 사람이 배울 수 있는 언어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기실 원어민식으로 영어를 공부하자는 말은, a와 the를 언제 쓰는지 부터 공부하자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a와 the 역시 원어민식으로 영어를 이해할 줄 알아야 제대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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