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메이커: 전략 시뮬의 탈을 쓴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잘 키운 잡몹 하나 여신급 몬스터 부럽지 않다.

by 화목란 바라기

게임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스스로가 비록 현실 속에서는 얼간이라도 가상세계에서는 영웅이 될 수 있는 가상체험을 절절히 시켜준다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게이머들로 하여금 영웅이 되어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보다는 거꾸로 직접 마왕이 되어 던전을 경영하는 체험을 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나왔다. 여기서 짧게 소개할 던전메이커 역시 이런 던전 키퍼류의 게임으로, 엊그제 중국 아이폰 앱 스토어 게임 상점에 올라왔으며, 현재 전체 유료 게임 순위 3등, 전략 시뮬 유료 게임 순위에서는 1등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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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다른 유료 게임 가격이 1위안에 불과하지만, 던전메이커는 18위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게이머 숫자가 넘사벽으로 많은 중국에서 이런 성과를 냈다는 것은 속된 말로 제작사가 로또를 맞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이에 불현듯 전에 둥지 짓는 드래곤을 재미있게 플레이 했었던 기억이 떠올라서 약간의 돈을 지불하고 구매했다.



스스로 마왕이 되어 던전에 들어온 용사들을 격퇴하기 위해서, 여러 몬스터를 육성하고, 다양한 함정들과 조합해서, 최선의 전략을 짜야한다. 겨우 140일 밖에 진행하지 못한 뉴비의 시각에서는 함정보다 정예 몬스터가 더욱 유용하다고 생각이되며, 각 각림길의 개수를 가지고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아무래도 중앙이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몬스터를 배치하게 된다. 몬스터는 한 방에서 최대 용사 세 명만 막을 수 있고, 그 이상의 숫자는 막을 수 없다. 따라서 몬스터들은 가능한 속전속결로 용사들을 처치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무수한 용사들이 저글링처럼 자신이 지키는 방을 지나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으며, 결국 아리따운 마왕의 죽음이라는 결말을 맺게 된다. 그래서 몬스터의 능력치 가운데 공격력이 가장 중시된다. 그런데 여기서 던전메이커만의 독특한 재미가 발생한다. 바로 몬스터의 육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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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보통 RPG 게임에서 난이도가 가장 낮은 던전의 입구나 지키고 있는 박쥐가 비록 스킬은 저렴하지만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지니고 있다. 몇 번의 합성과 훈련을 통해서 1성에서 4성으로 몬스터로 승격되었지만, 최초 능력치는 SS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6성 몬스터 테티스보다 훨씬 낮다. 반면에 극초반에 박쥐 정도는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박살낼 수 있었던 뱀파이어 소녀의 공격력은 이에 훨씬 못 미치며, 그녀의 스킬 역시 빈약하기 짝이 없다. 100일 째 되면 대개 태생이 3, 4성인 몬스터로 진형이 짜여지는데, 저렇게 본디 1성인 몬스터가 최강의 자리를 논하는 것을 보면 기특하기 짝이 없다. 뿐만 아니라 로그라이크 형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세이브-로드 신공도 펼칠 수 없는 것을 감안하니, 박쥐를 보는 심정이 더욱 각별해졌다.


게임은 현실 도피의 최적의 장소이다. 그러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나 웹툰 열렙전사가 보여주듯이, 게임 속으로 도피했어도, 그 곳 역시 현실의 손아귀 사로잡혀 있다. 가상 현실 속의 또다른 내가 강해지는 가장 좋은 수단은 바로 현질, 즉 돈을 퍼붓는 것이다. 반면에 던전메이커는 대부분의 게임 속에서 얼간이 역할 밖에 맡지 못하는 박쥐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뱀파이어 소녀보다 훨씬 중요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간만에 좋은 게임 하나 만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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