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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목란 바라기 Jun 15. 2018

선정성과 성상품화는 정말 관계가 있을까

카광의 <몰래카메라 후에>를 보고나서 


카광이 그린 몰카 피해자의 후기라는 만화가 웹상을 강타하고 있나보다. 예전에는 페미니스트들을 두들겨 패던 그가 몰카피해자의 이야기를 절절하고 설득력있게 그려냈다는 것이 화제가 된 모양이다. 이에 어떤 페미니스트들은 그에게 따봉을 안겨 줄 이슈의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을 뿐이라고, 여성의 고충을 이해할 리 없다고 평가 절하하는 뽐새를 보인다. 그런데 카광의 저 만화는 비단 페미니스트들 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한남이라고 조롱하는 남초 커뮤니티도 크게 공감하는 것 같다. 비록 현재 거의 대부분의 남초 커뮤니티가 반-페미니즘의 기치를 높게 들고 있지만, 몰카 피해자의 아픔도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렇게 공통적으로 분노를 표하는 화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자는 왜 개와 고양이처럼 서로 으르렁댈까.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몰카 피해를 입는 까닭 가운데 하나가, 많은 대중매체에서 여성을 상품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믿는 것 같다. 즉, 여성을 물건이 아니라 인간으로 대한다면,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관련 교육을 받는다면 저런 성범죄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성매매를 금지하면 남성들이 감화를 받아 여성들을 인격적으로 대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봤다. 즉, 외부 요인이 사람 성격 형성에 결정적 요인이라는 믿음은 여성들의 몰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일견 타당한 소리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작금 남성들의 취미 생활에 칼을 겨눈다. 즉, 페미니스트들은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는 남성들로 하여금 여성을 상품으로만 인식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에 지금껏 주로 남성들이 즐겼던 F1 그랑프리에서 레이싱 걸이 퇴출되었고, 심지어 격투기 대회에서도 라운드 걸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런 흐름은 근래 영화나 게임 등 창작 산업에 불어닥친 정치적 올바름(PC) 열풍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치적 올바름 열풍이 너무 거세진 나머지 여기저기서 논란을 빚고 있다. 예컨대 한 솔로가 알고보니 동성애자였다 라는 식으로 스타워즈 원작 설정을 파괴하거나, 사실성을 추구했던 게임 배틀필드 5에 어울리지 않는 여성 캐릭터를 어거지로 추가해서 비판을 받았다. 


 위에서 언급한 레이싱 걸과 라운드 걸, 그리고 한 솔로와 배틀필드는 주로 남성들이 찬양하고 즐겼던 것들이다. 그런데 페미니스트들이나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이들은 새로운 시대의 도덕을 위해 지금껏 즐겼던 것을 배제해 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평소에 해당 취미 생활에 큰 관심도 가지지 않았으면서 이제 논란꺼리로 부상하게 되자 감 내놔라 배 내놔라 하는 식으로 말을 하기 시작하니 반발이 없을 수 없다. 그리고 저 반발은 남초 집단이 가장 많이 즐기는 게임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초만 투자해서 구글링을 하면 여성 캐릭터가 너무 선정적이라는 기사를 수두룩하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선정성과 매력은 종이 한 장 차이이다. 많은 남성 게이머들은 게임에서야  비로소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매력적인 여성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들이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이유로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여성을 성상품화하지 말라는 외침덕분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결혼을 앞둔 남녀 모두 성상품화를 겪는다. 기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란 대개 조건을 봐야 이루어지기 때문에 성매매는 별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여성을 외모로만 평가하는 것과 남성을 돈 버는 능력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동전의 앞 뒷면과 같다. 그런데 페미니스트들은 가부장제라는 무적의 이론을 들먹이면서 후자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하지 않은채, 여성을 외모로만 평가하기 때문에, 몰카와 같은 성범죄가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눈가리고 아웅의 극치이다. 따라서 페미니스트들이 많은 남성들이 가상세계에서 매력적인 여성과 데이트하는 이유를 이해하지도 않은 채 고나리질만 하니, 설사 많은 남성들이 여성 몰카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페미니스트들과 척을 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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