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를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되어 2

황하 세 줄기가 만나는 동네, 삼문협

by 화목란 바라기

예전에 썼었던 2016년 여행기를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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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곡관函谷關이라는 지명을 가진 곳은 두 군데가 있다. 왜냐하면 한무제가 기존의 함곡관을 서쪽으로 옮겨 하남성河南省 신안현新安縣에 새로운 관문을 세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국시대 진나라의 함곡관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하남, 산서山西, 섬서陝西의 경계에 있는 삼문협시三門峽市에서 남쪽으로 차를 달려 30분을 가야한다.


개봉開封에서 삼문협三門峽로 가는 7시 50분 기차를 타야해서 유스호스텔에서 6시 30분에 출발해서 10분 후에 개봉역에 도착했다. 중국인들은 신분증과 기차표가 연동되어서 신분증을 검표대에 찍거나 혹은 옆에 마련된 자동 매표기에서 예약한 표를 발행할 수 없지만, 외국인의 여권으로는 그게 불가능하니 적어도 출발 1시간 이전에 개표원이 있는 창구에 줄을 서야한다. 아니나 다를까 개봉역 매표소 입구 밖까지 긴 줄이 나 있었다. 아무리 중국에서는 맛폰으로 거의 모든 편의시설을 예약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개봉처럼 비교적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나 노인들은 첨단 기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개표소에서 직접 와서 예약을 많이 한다. 출발 시간까지 한 시간이나 남아서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지만, 줄이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게다가 중간에 매표원 교대 시간에 걸려버려서 10분 동안 표 판매 중지를 겪었다. 옆 줄에서는 어떤 청년이 매표소에서 예약한 표만 수령하면 된다고 해서 양보를 청하며 새치기를 했다가 어떤 노인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사실 나도 급하다고 양보를 청하면 이제는 잘 안 비켜준다. 특히 아저씨와 아줌마들. 왜냐하면 급하다는 사람들이 나보다 늦게 출발하는 기차표를 구매하는 것을 종종 목격했기 때문이다. 나도 앞에 한 두 사람이 남았을 때 어떤 아저씨가 끼어들려고 하자 큰 소리로 내가 더 급하다고 소리쳤다. 우여곡절 끝에 기차 출발 5분 전에 겨우 표를 받고 승차하는 곳을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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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문협에는 12:30에 도착했다. 凉皮를 5원주고 먹었다. 남경에서는 7원하는데, 역시 북쪽 량피가 맛있다. 더 얇고 부드럽고 식감이 찰지다.


황토구릉지 위로 작열하는 태양을 머리에 인 채 배낭메고 역에서 숙소까지 20분 정도 걸어서 왔다. 근처에 도착하자 앱상의 사진과는 다른 허름한 건물만 있어서 속았다고 생각했으나 저 뒷 편에 20층짜리 신축 건물이 보였다. 1박에 구십 몇 위안인데 방도 깨끗하고 상태 좋았다. 짐을 풀고 천아호天鹅湖 습지 공원으로 갔다.

개봉도 삼문협도 마찬가지지만, 관광지에는 명소끼리 연결시킨 버스 노선이 있어서 중국어만 알면 생각보다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어설프게 택시타서 기싸움하느니 보다 훨씬 낫다. 뉴스에 나오는 서울 택시 기사들이 외국인들에게 바가지 씌우는 것보다는 덜 한 것 같지만 말이다. 삼문협에서는 1위안 주고 기차역에서 풍경구風景區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삼문협은 황하를 따라 동서로 길게 형성된 도시라 길을 잃어 버려도 중심선만 찾으면 자신이 어디있는지 금방 파악할 수 있다. 풍경구 근처에 도착할즈음 멀리 신도시가 남쪽 방향을 향해 개발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기차역 근처가 좀 많이 허름하고 어수선해서 그렇지 시 중심으로 가면 갈 수록 개봉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문협시에서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지방 은행도 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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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아호 입구에서는 10위안에 자전거를 대여해준다. 꼭 빌리자. 왜냐하면 천아호 공원이 자전거타고 한 시간을 돌아다녀야 할 정도로 넓기 때문이다. 공원은 황하와 인접한 습지를 개발해서 만들었다. 5성급 호텔도 2개 정도 있는 것 같은데 낡고 어수선한 것이 관광객 유치에 성공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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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아호 습지 공원에 있는 삼문협 박물관은 공짜로 구경이 가능하다. 1층엔 삼문협의 지리를 소개하고 있고, 2층에서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1층은 지도밖에 없지만 지리 덕후에게는 괜찮은 장소이다. 삼문협은 황하의 두 지류가 만나고 남북에는 산이 둘러싼 천혜의 요새이다. 뿐만 아니라 전국시대 동방육국이나 진나라가 서로의 영역으로 황하를 따라 진군하다보면 삼문협을 통과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삼문협은 북쪽으로 산서성 임분(린펀)臨汾으로 가는 고개로 향하는 도로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중국의 중심이 장안과 낙양에 있을 때에 삼문협은 두 도시를 연결하는 요충지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물자가 이 곳을 통과할 수 밖에 없었으며, 자연스레 번영을 구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중심이 북경과 상해로 이동한 오늘날 그 지리적 조건때문에 경제 발전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섬서성의 성도인 서안西安과 하남성의 성도인 정주鄭州, 하물며 북쪽 산서성의 태원太原과 비교해서 자본이 투입되기에는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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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학도를 자처하지만 그렇게 박물관 관람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번에도 의무감에 들렸지만, 요새 전한시대 통화정책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덕분에 동전 거푸집만큼은 흥미있었다. 역시 유물과 유적도 아는 만큼 보이고 즐길 수 있음을 다시금 느꼈다. 건축이나 예술에 대한 안목이 나무 옹이 구멍 수준인 나에게 사실 옛 건축과 박물관을 구경하는 것은 정말이지 의무감때문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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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아호 습지 공원을 나와서 삼문협의 북안과 황하가 맞닿는 곳에 있는 황하 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시내 중심을 통과하면서 그래도 여기가 개봉보다는 정리가 잘 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도 하남, 섬서, 산서를 잇는 요충지인데 너무 우습게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꾸로 정주 바로 옆에 있는 개봉을 떠올려보면 많은 중국인들이 하남성이 가장 개판이라고 무시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분명히 개봉은 삼문협보다 훨씬 자본 투입의 기회를 많이 받을텐데 코딱지만한 시 중심에서는 벌써 공동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물론 삼문협도 하남성에 속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산서성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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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공원은 동, 중, 서문 세 개의 입구가 있으며 나는 동문에서 출발해서 동문으로 다시 돌아왔다. 동문 옆에는 바로 언덕이 있어서 황하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공원 안에는 셔틀버스도 있고 자전거도 있다. 황하 북안과 남안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짧았다. 계절만 잘 맞추면 도하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을 듯 했다. 황하 공원을 돌아보면서 정말 개봉과 비교할 수 밖에 없었다. 관광 개발 아이템은 개봉이 더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를 개발시키기는 커녕 유지 보수 정도조차도 삼문협에 밀리면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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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어둑해졌을 무렵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중에 맥주 한 병과 중국식 햄버거인 로쟈모(肉夾饃)를 저녁으로 사왔다. 내가 북중국을 좋아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각 도시마다 자신만의 고유한 맥주가 있기 때문이다. 남중국엔 그런거 없다. 칭다오라고 같은 칭다오가 아니다. 지역 고유의 맥주는 커녕 그냥 한국 맥주와 같이 밍밍한 오줌 맛만 있을 뿐이다. 길거리에서 파는 양꼬치도 이게 쥐고기인지 양고기인지 분간 가지 않는 이상한 것들도 많다. 개봉도 맥주는 그저 그랬는데 삼문협에 와서 두툼한 중국식 햄버거 로쟈모와 칼칼한 현지 맥주를 마시니 기쁨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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