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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목란 바라기 May 25. 2018

중국 택배 경험담 (2)

대도시는 더이상 너희들을 원하지 않아 

예전에 블로그에 썼던 글을 재탕 중입니다. 


아래는 중국 택배 경험담 (1)의 링크입니다. 

https://brunch.co.kr/@psybaster/1


  중국 교통망의 확충은 도시 간 화물 운송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었다. 그런데 반면에 어떤 도시의 화물 중간 집적지에서 수령인 주소로 물건이 도착하는 시간은 예전에 비해 훨씬 오래 걸리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에 문득 예전에 관련 기사를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중국에서 1선 도시라고 불리는 북경, 상해 등지에서 하층민들을 구축한다는 기사이다. 그리고 아마 택배 기사들 역시 하층민에 속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 숫자가 줄어든 것은 아닐까.    


http://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mid=etc&sid1=111&rankingType=popular_day&oid=081&aid=0002874896&date=20171205&type=1&rankingSeq=1&rankingSectionId=104
새 시대 사회주의’ 선언한 중국, 135곳 하층민 정리 작업 나서자 #나도 하층민 SNS 등 반발 확산. 천연가스 부족한데 석탄 금지. 농촌병원 중환자실도 냉골 우려. 


http://view.news.qq.com/original/intouchtoday/n2667.html
“坚决控制人口过快增长”,于是要让一批低端产业“退出” 
(정부는) 빡세게 대도시의 인구 증가를 통제해야하는데 이에 약간의 하층 산업을 퇴출하려 한다.   


    물론 이에 북경시 위원회는 위의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고 답변했긴 했었다.  


北京市安委会:驱赶"低端人口"一说毫无根据 
http://bj.people.com.cn/n2/2017/1126/c82837-30963520.html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도시 정부에서 하층민들을 몰아내려고 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보인다. 예컨대 최근 중국 취업 비자 규정이 바뀐 것도 이를 암시한다. 작년 4월 부터 중국 정부는 외국인들을 고급인재(A类), 전문인력(B类), 보통인원(C类)로 구분해서 취업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 90일 이상 거주하면서 오래 일할 외국인들은 B로 분류되어야 한다.  


http://www.wzhrss.gov.cn/art/2017/5/11/art_1330426_7572850.html


    아래 점수표에 근거하면 A는 85점 B는 6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http://files.shafea.gov.cn/html/5c42219e-0842-44d5-96bd-796c46a383c8.htm


    그렇다면 내가 남경대에서 박사를 따고 바로 연구원으로 취업할 수 있는지 위 사이트의 점수표를 바탕으로 계산해 보겠다.  


    7万元≤年薪<15万元 8 
    博士或相当 20 
    通过汉语水平考试(HSK)五级或以上10 
    26岁≤年龄<45岁 15 


      도합 53점으로 취업 비자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어느 선생님께서 “年工作时间9月以上“ 15점 이라는 항목도 추가해야 한다고 지적하셨다. 이 항목은 중국에서 1년 동안 9개월 이상 일을 할 예정인 자들에게 주는 점수라고 한다. 그래서 박사 학위자들은 졸업하면 68점을 확보해서 당장 취업비자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학부 졸업생들은 박사보다 점수를 10점 적게 받기 때문에 설사 중국에서 어떤 기업에 스카웃 되었다고 하더라도 취업 비자 점수가 58점이 되어 당장 일하는 것은 제도상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중국에서 취업할 회사와 관련된 직종에서 2년을 일해서 추가로 5점을 확보하거나, 혹은 석사 학위를 획득해야 취업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즉, 중국에서 공부하는 대다수의 외국인 유학생들은 학부생들이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졸업을 얼마 안 남긴 이들에게 양자 택일을 요구한다. 여기서 석사 할래 아니면 당장 중국을 뜰래? 즉, 중국이 요구하는 외국인은 갓 졸업한 햇병아리 학부생이 아니라 실무 경력을 갖췄거나, 혹은 준전문가 수준으로 공부한 인재라는 것이다. 이번 취업 비자 제도의 변경은 중국 정부가 원하는 외국인은 오직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느정도 안정된 궤도에 오른 이들에만 국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래 중국 대도시의 물가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이를 방조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래야 빈민층이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을 우선 예로 들어보자. 대충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그래도 상해 도심에 속하는 쉬자후이徐家汇에서 가장 싼 20평 아파트가 290만 위안, 한국 돈으로는 5억 정도라고 한다. 주택 담보 대출로 이 물건을 구매한다면 한 달에 10000위안을 20년 동안 갚아야 한다. 이는 일류 대학의 전도 유망한 학과를 졸업한 중국인의 초봉이다. 또한 상해의 원룸 월세는 인민폐 4000위안 정도이고, 집 하나를 쉐어해서 방 하나만 빌리면 2000위안 정도가 된다. 하면 10000위안 정도는 벌 수 있기 때문에 그럭저럭 버틸 수 있는데, 끽해야 5000위안 정도를 버는 빈곤층한테는 터무니 없는 가격이다. 그래서 대개 우리 나라의 고시원처럼 방 하나에 칸막이를 쳐서 두 세 칸으로 나누어 개조한 곳에서 산다. 여기가 바로 이 글의 서두에서 인용한 북경의 하층민 정리 작업 기사의 배경이다.  


    주거비 뿐만 아니라 요식비도 역시 치솟고 있다. 상해에서는 2009년만 해도 한 그릇에 10원 하던 국수가 이제 20원 한다. 2007년 서안에서는 1인당 30위안만 내면 훠거 냄비가 고기를 낳는 화수분으로 둔갑했다. 그런데 현재 상해에서 도심에서 30원이면 쌀국수 세트 한 그릇 겨우 먹을 수 있다. 요새 상해 홍첸루虹泉路 한국인 거리에서 북쪽으로 5분 정도 가면 새로 개장한 상가들이 세 개나 생겼는데, 하나같이 무슨 코엑스 정도로 웅장하다. 근처에 사는 친동생 말로는 그 안에 마트가 있는데 식재료를 사러 가보니 무슨 비싼 유기농 채소만 가득하다고 했다. 상해 홍챠오 역 근처에서는 저런 쇼핑몰들이 지하철 역 하나마다 들어서고 있다. 쉬자후이、이샨루宜山路、러우샨관루娄山关路 등등 말이다. 동대문 두타가 종로 거리 지하철 역 마다 조성된 셈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주변 부동산 값은 계속 상승하게 되고, 월세도 마찬가지로 올라서, 아무리 식당의 회전율이 좋아도 요리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이문이 남지 않게 된다. 따라서 하층민들의 식비 지출이 점차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외지에서 온 하층민들이 받는 월급으로는 상해나 북경에서 사람답게 살기란 이미 애저녁에 글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다운 삶을 포기하면 저축할 수 없는 것도 전국 각지에서 아직도 많은 이들이 중국몽中国梦을 꿈꾸며 대도시로 모여든다. 그래서 북경, 상해로 올라온 가난한 외지인들을 쥐새끼들(鼠族)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음 주 설날에 한국에 돌아간다. 일 년에 한 두번 한국에 돌아갈 때마다 가끔씩 그래도 중국이 발전하고 있으니 거기서 어떻게 대박을 칠 수 있을지도 거라는 소리나, 혹은 자식이 고등학생인데 대학 전공으로 중문과가 전망이 있냐는 질문을 받는다. 하지만 이제 중국만을 바라봐서는 개인의 발전이라는 꿈은 요원하리라고 생각한다. 일단 영어를 원어민만큼 유창하게 구사해서 이에 중국어 버프를 붙이던가, 혹은 영어 실력이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면, 중국어 뿐만 아니라 지역학적인 관점에서 태국어, 마인어 등도 구사할 줄 알아야 어디서 출세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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