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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목란 바라기 May 25. 2018

면식面食,중국 요리의 정수.

중국 여러 지방의 특색있는 면요리를 알아봅시다

예전에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재탕한 것입니다. 




    칠 년 넘게 중국에서 살면서 본인의 살을 찌운 건 칠 할이 면요리입니다. 저번에 페북에서 중국 무슨 10대 면요리가 올라와서 봤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하게 만드네요. 이에 제 비록 요리 전문가는 아니지만, 중국 면요리를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물론 이 포스팅에도 개인적 취향이 담뿍 담겨있기 때문에 태클은 사절입니다.

    우선 중국에서 면요리로 유명한 곳으로는 서북쪽, 즉 산서와 섬서, 감숙, 그리고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꼽습니다. 이 동네 면요리의 특징은 일단 면발이 아주 쪼~~~올~~~깃합니다. 특히 허리띠 처럼 넓고 굵은 면[宽面]을 씹으면, 이빨 옆에 0.5초 정도 면발이 붙었다가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안西安의 쿠따이면[裤带面]


    또한 육수도 아주 진한 것이 특징인데, 덕분에 종종 고기 비린내를 제거하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고수나물을 듬뿍 넣어 먹지요. 저와 같은 고기 빌런은 아아 고수나물의 의의를 찾았다고, 정말 맛있다고 울면서 국물을 드링킹합니다. 아 참, 황하를 기준으로 산서지방과 섬서지방의 면요리가 면발과 육수에서 약간 차이를 보입니다. 산서지방은 육수를, 섬서지방은 면발을 더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서안西安의 쿠따이면裤带面과 산서山西 대동大同의 따오샤오刀削面면을 드셔보신 분이라는 동의하실 겁니다. 



산서山西 대동大同의 따오샤오면刀削面



    그런데 고기 육수의 진한 맛을 섬세하신 분들은 역겨워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토마토 계열 면요리를 드시면 됩니다. 솔까말 이태리 토마토 스파게티보다는 중국 서북쪽 토마토 면 계열이 훨 낫습니다 그려. 토마토를 생으로 투하해 쏘스를 만드니까요. 저 토마토 면 계열도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순수한 토마토 소스로 요리하느냐, 아니면 육수와 혼합해서 만든 국물로 요리하느냐로 말입니다. 여기서 후자가 대개 무스무슨 후이면烩面이라고 불립니다. 물론 모든 후이면에 토마토가 첨가되는 건 아니지만, 제가 먹어본 바로는 절반 이상이 들어갔습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빤미멘[拌面](비빔면)


후이면[烩面]


    이제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짜장면炸酱面과 탄탄면担担面에 대해서 살짝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두 요리는 사실 대충 뽑은 면발 위에 그 동네 특산 고명을 얹어서 만든 요리에 불과합니다. 항주杭州 피엔얼촨片儿川도 비슷해요. 다만 짜장면과 탄탄면은 비빔면 계열, 피엔얼촨은 탕면 계열이라는 거죠. 무협지 애독자들에게 익숙한 양춘면阳春面이 뭐냐면 고명 하나 없는 맹맹한 탕국에 우리나라 소면을 담아 나오는 겁니다. 그걸 탕국 없이 기름으로 뽂으면 무한武汉 러간면热干面이 되는거죠. 요컨대 서북 지방의 면요리가 자랑하는 면발의 식감과 진한 육수의 감칠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지요.



사천四川의 딴딴면担担面


베이징北京의 자장면炸酱面


 

항주杭州 피얼촨pi'er'chuan



양춘면
무한 러간면


     물론 면요리가 광동, 홍콩까지 오면 그래도 육수 하나만은 드링킹할 가치를 느낄 정도가 됩니다. 하지만 넓고 굵은 면발의 쫄깃한 식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면이 거진 다 얇고 가늘죠. 그런데 남중국 면요리의 육수를 드셔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국물이 담백하기 때문에 만약에 면발이 허리띠만큼 굵다면 감칠 맛과 짭짤함이 잘 배일 수 없습니다. 

홍콩 누들



    따라서, 저는 중국 서북 지방 면요리를 최고로 칩니다. 왜냐하면 면발의 식감은 천하제일일 뿐만 아니라, 육수의 감칠 맛도 일본 라멘보다 못하다면 서러울 정도로 끝내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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