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무한에서 열린 간독 학술 대회에서 최신 연구 동향을 접하고 막차타고 남경에 돌아왔다. 예상대로 무한에서 고속 철도에서 내리고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객차 안은 승객들로 가득 찼다. 두 시간을 달리자 안휘성 합비에 도착했다. 웅성웅성대는 소리와 함께 주위 승객들 가운데 2/3가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다시 객차에 오르는 이들은 소수였다. 응? 합비에서 남경가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적다는 사실에 놀랐다. 합비에서 남경은 한시간, 무한은 두 시간 걸리지만, 합비 사람들은 남경보다는 무한을 일일생활권으로 삼는 듯처럼 보였다.
고속철도가 중국 곳곳에 부설되면서 기본적으로 자연지리를 기준으로 구획한 성과 성의 경계가 유명무실하게 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 합비에서 무한으로 이동할 때에 예전같으면 돌아갔어야 하는 산과 지류들을 고속철도는 다리와 터널을 통해 거침없이 내달린다. 지난 여름 산서-섬서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산서성 남부의 운성 지방 사람들 말에 의하면 그들은 이제 산서성의 성도인 태원보다 서쪽으로 황하 너머에 위치한 공업도시인 섬서성의 한성과 성도인 서안으로 돈 벌러 많이 넘어간다고 하였다. 즉, 고속철도의 보급은 원나라 때 구획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진 기존의 성이라는 행정구역들을 보다 큰 덩어리로 재편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북경-태원 / 상해-남경-항주 / 무한-합비... 등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교통이 발달할수록 지방에 무슨 거점 도시를 세우는 일은 어렵지 않을까? 왜냐하면 서울이 지방의 자원을 빨아들이는 일이 날이 갈수록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두 세 개의 성이 동일한 생활권으로 융합되기 시작하는데, 고작해야 강소성 정도의 면적인 한국에서 지방의 특수성을 살린다는 것은 어쩌면 언감생심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