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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목란 바라기 May 25. 2018

중국 고속철도 보급과 생활권의 확대

예전에 다른 블로그에 올린 글을 재탕했습니다.




       어제 무한에서 열린 간독 학술 대회에서 최신 연구 동향을 접하고 막차타고 남경에 돌아왔다. 예상대로 무한에서 고속 철도에서 내리고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객차 안은 승객들로 가득 찼다. 두 시간을 달리자 안휘성 합비에 도착했다. 웅성웅성대는 소리와 함께 주위 승객들 가운데 2/3가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다시 객차에 오르는 이들은 소수였다. 응? 합비에서 남경가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적다는 사실에 놀랐다. 합비에서 남경은 한시간, 무한은 두 시간 걸리지만, 합비 사람들은 남경보다는 무한을 일일생활권으로 삼는 듯처럼 보였다. 


남경에서 장강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면 합비와 무한에 도착한다.

    

    고속철도가 중국 곳곳에 부설되면서 기본적으로 자연지리를 기준으로 구획한 성과 성의 경계가 유명무실하게 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 합비에서 무한으로 이동할 때에 예전같으면 돌아갔어야 하는 산과 지류들을 고속철도는 다리와 터널을 통해 거침없이 내달린다. 지난 여름 산서-섬서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산서성 남부의 운성 지방 사람들 말에 의하면 그들은 이제 산서성의 성도인 태원보다 서쪽으로 황하 너머에 위치한 공업도시인 섬서성의 한성과 성도인 서안으로 돈 벌러 많이 넘어간다고 하였다. 즉, 고속철도의 보급은 원나라 때 구획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진 기존의 성이라는 행정구역들을 보다 큰 덩어리로 재편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북경-태원 / 상해-남경-항주 / 무한-합비... 등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교통이 발달할수록 지방에 무슨 거점 도시를 세우는 일은 어렵지 않을까? 왜냐하면 서울이 지방의 자원을 빨아들이는 일이 날이 갈수록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두 세 개의 성이 동일한 생활권으로 융합되기 시작하는데, 고작해야 강소성 정도의 면적인 한국에서 지방의 특수성을 살린다는 것은 어쩌면 언감생심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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