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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목란 바라기 Jun 18. 2018

중국 주택 분양 현장에 가다

하루 사이에 사기와 불륜의 현장을 경험하다

“방 보러 가자. 중국의 현실을 알 수도 있는 좋은 기회야."


보통 중국인들은 자기 집이 없는 삶은 상상도 못하는 것 같다. 중국 여친도 틈나는 대로 인터넷으로 부동산 매물을 알아보는 것 같았는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갑자기 중개인과 약속을 잡았다고 했다. 그런데 상해에서 집을 사려면,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외곽지역도 1평방미터당 500만원이 넘어가니, 32평 아파트가 5억을 호가한다. 그럼 선수금이 1억 5천 정도 필요한데, 우리에게 그 정도 돈이 있을리 만무하다. 그런데 어디에 방을 보러 간다고 하는거지?



   “짜짠~~~!!! 쟈싱嘉兴 교외에 하이옌海盐이라는 동네가 있는데, 저기 지하철이 뚫리면 방 값이 크게 오를거야. 그리고 항주만 대교도 건설중이고, 미국 Six flag 그룹에서 놀이공원도 조성하고 있대.”


한 시간 반 정도 되는 거리에 있는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중개인이 차를 끌고 모시러 온다니 콧바람이나 쐬러 가기로 했다. 물론 그렇게 좋은 입지라면 벌써 땅 값이 오를만큼 올랐기 때문에 구매가치가 있을까 라는 의문을 품은 채 말이다.


아홉 시 반에 중개인이 집 앞에 도착했다. 봉고차를 대절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쌔끈한 파란색 승용차를 몰고 나타났다. 아니나 다를까 차를 타자 마자 저 하이옌이 투자에 아주 적합하다는 일장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봉급은 계속 떨어지지만, 방 값은 계속 오르기 때문에, 돈을 벌려면 집을 사야합니다.”


이 말에 중국 여친은 고개를 끄떡였지만, 내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떴다. 응? 중국에는 임금 인상에 관한 법률이 없나? 물가 상승에 따라 임금도 인상되어야 하지 않나? 그래서 중국 통계국에서 소비자 물가 지수를 확인해보니 2016년에 3.2%가 상승했다. 2017년도 상해 최저임금은 2190위안에서 2300위안으로 5% 상승했다. 그리고 대졸 초임이 몇 천 위안 하는 중국 대부분의 기업에서 매 년 마다 연봉을 무조건 인상하지는 않지만, 대개 5% 정도 올려주라는 권고를 받는다고 한다. 참고로 중국 공상은행 금융 상품 이자는 3~5%정도란다. 따라서 기초적인 수치만 가지고 봤을 때는 급여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에 뒤쳐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은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더 적은 봉급을 받을 거라는 생각을 할까. 


    “집 가격이 내년이나 후년에는 두 배로 뛸 겁니다.”


중개상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내뱉었다. 이에 내가 여친에게 물었다. 


   “쟈싱이 더 발전되었니? 아니면 강소성 우시无锡가 더 발전되었니?”

   “우시 아닐까?”


맛폰으로 우시의 방 가격을 두들겨 보니 1평방미터당 15000~20000위안에 형성되었고, 근 이 삼 년 동안 갑자기 폭등한 기록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알아볼 하이옌의 방 가격은 1평방미터당 14000위안, 한국돈으로 약 240만원 정도 한다고 들었다. 즉, 이미 우시와 하이옌의 방 시세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에 중개상에게 한 번 물었다. 


   “그렇다면 하이옌이 어떻게 개발되나요?”

   “쟈싱에서 지하철을 공사하는데 근처에 역이 들어섭니다. 지하철 역이 들어서면 방 값이 오르는 것은 아시겠죠? 그리고 바로 옆에 미국 Six flag 그룹에서 놀이공원을 짓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22년 항주 아시안 게임을 하면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집 값이 폭등할 겁니다.”

   “그렇다면 집 값이 어디까지 오를 거라고 예상하시나요?”  

   “그건 잘 모르겠지만, 두 배는 분명히 오를 겁니다.”  

   “아니 방 값이 어느 정도 오를 건지 예측도 안 하고 장사하나요?” 

   “………..”


   너무 중개상을 몰아부치는 것이 아니냐는 여친의 제지때문에 입을 다물었다. 솔까말 대규모로 공업단지가 이미 조성된 우시의 방 값이 겨우 1평방미터당 20000위안인데, 이제 막 개발할 쟈싱의 교외지역인 하이옌의 방값이 현재의 두 배인 1평방미터당 28000원까지 상승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지하철이 들어오고, 항주 아시안 게임이 열리고, 그리고 미국 Six flag 그룹에서 아시아에서 가장 큰 놀이 공원을 조성한다고 해도 말이다. 저번에 배낭여행을 가면서 하남성河南省 싼먼샤三门峡를 들린 적이 있었는데, 그곳의 교외에 상하이의 메르세데스 벤츠 문화 센터보다 더 웅장한 규모의 상가에 아무도 입주하지 않은 광경을 본 것을 생각하면, 저 중개상의 말이 더더욱 허언처럼 느껴졌다. 



   하이옌에 도착했다. 아무런 산업 기반 시설이 없는 허허벌판에 아파트들이 하나 둘 들어서고 있었으며, 차 타고 5분 거리에 한창 놀이 공원이 건설 중에 있었다. 항주만 근처에 있는 동네이기 때문에 혹시라고 해운업이라도 발달 되었는지 바이두로 검색하니 근처로 오는 물류는 상해항과 닝보항에서 대부분 처리하는 것 같았다. 이 동네가 상해, 닝보, 항주, 소주에서 각각 80키로 정도 떨어진 교통의 요충지로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으며, 미국 Six flag 그룹의 놀이 공원이 저 부유한 대도시 주민들을 유인할 수도 있을 가능성도 있는데, 그게 반드시 이 동네가 우시나 하다못해 쟈싱급으로 발전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좀 궁벽지긴 하지만, 전 중국에서 천하제일명산으로 소문난 황산의 방 값이 1평방미터당 만 위안하는 것을 보면, 딸랑 놀이 동산 하나를 가진 동네가 중요 산업 단지를 확보하고 있는 도시급으로 발전한다는 것은 터무니 없다고 생각했다. 설사 쟈싱에 지하철이 건설되고, 그게 하이옌까지 연결되며, 결국 상하이 9호선과도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게 백 퍼센트 이루어질 것이라는 장담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건설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언제 완공될 지 기약도 없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첫 번 째 본 방이 32평 정도에 2억 4천만원 정도 하는데, 외지 사람들은 주택 담보 대출이 10년만 할 수 있다는 제약 때문에, 계산기를 뚜드려 본 결과 한 달에 6000위안, 즉 한국돈으로 100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원래 여친은 월세를 받아서 대출금을 갚을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상하이 같은 대도시라면 월세를 받아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데, 여기는 이제 막 공사 중이라 월세를 받을 수도 없고, 설사 건물이 완공되었다고 하더라도 하이옌같은 시골에서는 월세가 끽해야 2000위안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매 월 4000위안을 납부해야만 했다. 이에 여친이 부담을 느꼈는지 중개상에게 더 작은 평수는 없냐고 물었고, 우리는 근처에 있는 다른 주상 복합 아파트 모델하우스로 이동했다. 


   15평이지만 복층으로 개조했다는 주상 복합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들어가니 저번 장소처럼 중개인들과 고객들로 웅성웅성 거렸다. 가끔씩 누구누구 고객님 계약 축하한다는 방송이 크게 울려 퍼지곤 했다. 주상 복합 아파트를 담당하는 중개인이 우리를 맞이 하면서 이 동네에 앞으로 지하철도 뚫리고 놀이공원도 들어설 예정이라는 같은 소리를 또 들었다. 


   “그런데 주상복합 아파트이기 때문에 상업용 건물 아닌가요?”


   중국은 상업용 건물 부지는 40년 이후에 국가에 반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즉, 비록 건물은 내 것이지만, 땅은 국가 소유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치를 알아챈 건지 바로 다른 중개인이 소환되었다. 무슨 부동산 등기법이 발효되었기 때문에 40년이 지난 이후에도 국가에 계속 연기를 신청할 수 있다니 문제 없다고 큰 소리 쳤다. 그런데 문제는 40년 후 국가에 연기 신청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연기 신청 때 도대체 얼마나 납부해야하는지, 혹은 토지 사용권을 포기한다면 얼마를 배상받을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 방 하나 남았기 때문에 당장 구매하지 않으면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고 을러대기 시작했다. 


   “좀 생각 해보면 안 될까요?”  

   “생각은 무슨 생각입니까. 아파트 가격이 올라갈 것은 당연한데요. 대출금이 부담된다고요? 내년부터 월세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상관없습니다.”  

   “월세를 얼마까지 받을 수 있는데요?”  

   “3500위안 정도는 받을 겁니다.”   


    아. 이거 사기라는게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 본인이 사는 난징南京 시엔린仙林이 월세가 3000위안이다. 주변에 상당수의 대학 캠퍼스와 초중고등학교가 있는 이미 개발이 거의 완료된 교육 특화 지구일 뿐만 아니라, 수닝苏宁 본사도 있는 동네도 월세로 3000위안을 받는다. 그런데 눈 앞의 중개상은 거창한 계발 계획만 존재하지 실제로는 아무 것도 없는 촌동네에서 뭘 믿고 내년부터 월세를 3500위안 받을 거라고 호언장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아무리 닳고 닳은 중개인이라도 구체적 수치를 언급하도록 만드니 마각을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하긴 미리 공부하고 오지 않았더라면 주변에 계속 울려퍼지는 축하의 빵빠레를 들으면서 시나브로 세뇌를 당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남경도 월세가 3000원인데 그게 말이 됩니까?”  

    “당신 어디 사람이요?” 

    “한국인인데요?”   

    “거보쇼. 한국인이 왜 중국에 옵니까? 다 우리 중국이 발전하니까 그런거 아뇨? 그러니 이 동네에도 사람이 몰려들거고 땅값은 천장을 뚫을거외다.” 


   아아 눈앞의 중국인은 중국이 무한히 발전하리라고 굳게 믿는 것 같았다. 아니 이 사람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만나 본 모든 중국인들이 이렇게 생각했으니 저런 반응은 놀랍지 않았다. 주변에 있는 열 몇 개의 탁자가 부동산을 보러 온 손님들로 가득찼고, 개중에는 계약서에 서명하는 이들도 있었다. 중국몽으로 대표되는 가이없는 낙관론은 부동산 투자에서도 볼 수 있었다.


   “지금 당장 사야 합니다. 내일이면 매물이 없어요.”   


   중국 여친도 이상한 낌채를 챘는지 당장 결정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그럴 때마다 같은 탁자에 앉은 중개인은 계속 즉시 계약서에 싸인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중국 여친이 우리를 데리고 온 중개인들에게 상하이에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갑자기 뭔가 바빠진 듯 계속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며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상하이로 모시고 가지 않겠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에 그냥 우리끼리 주변을 돌아보겠다고 상관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 자리를 떠났다. 하이옌 버스터미널에 왔지만, 여권을 가지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상하이로 오는 버스표를 끊을 수 없었다. 다행이 디디 APP으로 하이옌에서 상해로 가는 자가용을 발견하고 100위안을 지불하고 합승했다. 합승한 차량의 운전자는 하이옌 지방 사람이었는데, 지금 우리가 둘러 본 곳이 하이옌에서도 외곽지역으로 벌써 십 몇 년 전에 개발 계획은 세워졌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내년이면 당장 월세를 받을 수 있다고 큰소리를 탕탕치는 중개인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중국에서 돈을 가장 잘 버는 직업은 사기꾼이죠. 암만.”


   남자 운전자가 웃으며 말하면서, 조수석에 앉은 자신의 동행과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조수석에 앉은 여자는 옆의 운전자에게 아기를 안 키워봐서 애가 우는 걸 달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며 투정을 부렸다. 혹시 두 사람이 부부 사이가 아닐지 모른다고 짐작된 순간 운전자가 여자에게 너는 무슨 음식을 좋아하냐고 묻는 것을 들었다. 분명 부부사이는 아닌 듯 했다. 그런데 종종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서로의 은밀한 곳을 더듬거리는 것이 보였다. 남자가 두 시간 이상 수다를 떨며 여성을 재미있게 하는 것을 봐선 상당한 수준의 사랑꾼 같았다. 참 재미있는 하루였다. 아침에 부동산 강매꾼들의 차를 타고 하이옌으로 온 우리가 사랑꾼의 차를 타고 상해로 돌아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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