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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목란 바라기 Aug 30. 2018

중국 배달 커피 전문점 Luckin에 들려보다

배달 산업의 발달은 상품의 질을 향상시킨다. 

비자 갱신 받으러 시내에 나왔다. 아침부터 부지런 떤 덕분에 10시 반에 일을 마쳤다. 간만에 복작복작한 곳으로 나와서 구경도 좀 할 겸 근처를 돌아다녔다. 남경 구 시가지의 거리는 수령이 오래된 오동나무 가지들이 드리운 그늘로 가득하기 때문에 이 무더위에도 걸어다닐 만하다. 한 10분 쯤 걷다보니 빌딩 옆 커피집이 하나 보였다.



Luckin이라는 상당히 요상한 이름이 붙긴 했지만, 이 프랜차이즈는 요새 상해에서 꽤 잘나가는 배달 전문 커피집이다. 엊그제 내가 사는 아파트 엘레베이터에도 Luckin 커피 광고가 붙었는데 근처에 그런 가게는 본 적이 없어 맛폰으로 검색해보니 집에서 2 킬로 떨어져 있는 쑤닝苏宁 본사에 개업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맛폰 배달 앱이 발달하자 아예 가게를 내지 않는 개인 자영업자가 출현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프랜차이즈마저 가능한 점포의 숫자를 줄이고 배달 전문이라는 컨셉으로 경영하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마침 남경의 명물 오동나무 가지들 사이로 그 전설의 Luckin 커피집 간판이 눈에 띄었다. 아직 카페인도 흡수하지 않았던지라 함 들어가보기로 했다.


들어가서 주문을 하고 돈을 지불하려고 알리페이를 켜니 자기네 커피는 맛폰 앱을 통해서만 구매가 가능하단다. 새로 앱을 깔기도 귀찮고 아침에 지하철 타고 시내로 나오다가 하스스톤 몇 판 하는 바람에 밧데리가 10%도 안 남아서 걍 현금 내고 싶다고 하니 그것도 안 된단다. 그래서 앱을 따운하기 시작했고, 밧데리가 다 달아서 맛폰이 꺼지기 전에 결제까지 완료했다.


 커피를 주문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미리 배달 준비를 마친 종이 봉지들이 눈에 띄었다. 대충 세어도 30개가 넘는 봉지들이 줄 서있는 것을 보면서 점포 안은 한산하지만 바리스타들은 정신 없을 정도로 커피머신을 작동시켜야 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전속 배달부들은 배달 전용 검은 박스에 커피를 다 담지 못했는지 양손에 커피 봉지를 든 채 문을 나섰다. 


음식 배달 자체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확실히 맛폰 앱의 보급 이전이후 폭풍처럼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일까. 맛폰 앱을 사용하는 것과 직접 전화를 걸어 주문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여러 식당이나 카페의 메뉴를 한꺼번에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맛집을 찾기 위해서는 상당히 발품을 팔아야 했기 때문에 설령 소비자들도 어떤 가게의 음식이 만족스럽지 않아도 감내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터치 한 번이면 자신이 원하는 음식을 파는 가게의 목록이 쫘르륵 뜬다. 뿐만 아니라 배달부들은 보통 오토바이로 배달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게의 범위도 일찌감치 늘어났다. 집 옆의 중국집에서 파는 짜장면이 맛이 없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동네에서 파는 짜장면을 주문하면 된다. 


따라서 배달 사업의 발달은 상인들의 경쟁을 심화시켰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내 나와바리의 손님만 단속하면 이윤을 남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더 질좋은 물건을 더 싸게 팔아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더 철저하게 지키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중국 여친은 자기 원룸 아래에 있는 마트보다 京东到家라는 배달 앱에서 더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더 싸게 팔기 때문에 후자를 애용하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근처 카페에서 파는 커피보다 Luckin 커피에서 배달시킨 것이 더 맛있다. 물론 이는 골목상권을 죽이는데 일조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기술의 발전에서 오는 편익을 향유하는 일은 막기 힘들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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